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이야기는 '서유기'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계국' 왕을 우물에 빠뜨려 죽인 요괴가 왕으로 변해버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왕으로 변한 요괴는 '오계국'과 왕의 아내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그밖에 변신술의 재주가 뛰어난 원숭이 정령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원숭이 정령의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손오공으로 변해버렸는데 보살님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부처님이 밝혀 냈지요.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오우삼 감독의 머리 속에는 이와 같은 중국 전래 설화가 자리 잡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보면 진실의 반은 드러났고 나머지 반은 영원히 묻혀버린 느낌입니다. 이 영화의 의도는 '진실의 정체'를 드러내는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실 때문에 방황하는 불행한 인생을 비춰주는데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 사실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리고 남들에게 비춰지는 자기 자신과 자신만이 알고 있는 '내'가 전혀 별개의 존재라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요. 이런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간도'는 재미있는 액션 영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몽둥이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한 기분을 주는 불쾌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작품입니다.
유건영(유덕화)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유능한 경찰입니다. 그는 형사 반장으로서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데 빈틈이 없습니다. 어느 날, 경찰서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폭력배들이 마약밀매를 한다는 정보였습니다.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 경찰들이 몰려갈 즈음, 그러나 경찰의 출동은 헛수고였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폭력배 두목 한침이 마약을 내다 버렸기 때문에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경찰과 조폭들의 신경전은 시작됩니다. 경찰에게 마약밀매에 관한 정보를 흘린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느 누가 경찰의 출동 정보를 한침에게 전해 주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서 양쪽의 움직임은 부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유건영(유 반장)은 한침 밑에 있는 부하들 중에 숨어 있는 비밀 경찰을 캐내기 위해서, 그리고 한침에게 위장 침투한 경찰관 역시 거짓 경찰관을 색출하기 위해서 분주한 나날들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 황 국장이 폭력배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한침은 유 반장의 총에 맞아 죽습니다.
진영인(양조위), 그는 10년 전 황 국장이 폭력 세계로 들여보낸 비밀 요원입니다. 한침의 마약 밀매에 관한 정보를 알린 것도 진영인입니다. 그런데 밀매 현장을 덮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경찰의 정보를 흘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경찰 내에 숨어 있는 유 반장의 존재를 캐내기 위해서 뛰어다닙니다.
두 주인공의 피말리는 신경은 진영인의 승리로 굳어지는 듯했습니다. 결국 진영인이 유 반장의 정체를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진영인에게 붙들린 유 반장을 구해준 것은 한침이 심어 놓았던 또 다른 경찰관입니다.
6개월 후, 진영인이 경찰 묘지에 안장되는 날입니다. 유 반장도 그곳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유 반장의 모습은 밝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짊어지고 갈 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 반장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죄값을 치를 용기도 잃어 버린 상태입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파랗게 멍든 한 푼의 양심밖에 없습니다. 시커먼 먹구름이 낀 하늘처럼, 유 반장의 인생은 진영인의 그림자로 평탄치 않을 것입니다.
유 반장의 이야기는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한 야수'를 연상시킵니다. 우리나라 전설에서도 '백명의 간'을 먹든지, 아니면 인간으로부터 '진실한 사랑'을 받아내든지 해야 사람이 되는 여우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 반장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여우입니다. 그래서 한침을 죽였고 영인을 살해한 동료 경찰을 없애버렸습니다. 사람이 되고픈 여우 얘기는 유 반장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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