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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고향에 벌초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전북 장수에서 찍은 사진, 해발 500미터 대이다보니 올벼여서 그런지 벌써 들녘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올 한해 정리를 잘 하시어 많이 거두시기 바랍니다. ⓒ 김규환^^^ | ||
잦은 비에 문드러진 밭곡식
올해 남도 들녘은 풍요하지 않습니다. 잦은 비에 고추, 콩, 무, 배추, 참깨, 들깨 등 온갖 밭작물이 피해를 봤어요. 잘 자란 것은 호박넝쿨과 오이넝쿨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긴 장마로 가루받이를 못해 호박과 오이도 따서 먹기 힘들도록 엉망입니다. 늙은 호박이 몇 개나 열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망가지지 않은 작물이 없습니다. 그래도 제일 걱정이 고추 농사입니다. 물이 빠지지 않아 죄다 붉게 타서 죽었습니다. 올해 고추 값 꽤나 비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엔 처갓집에서 고추 대를 뽑아 드리고 왔습니다. 장모님은 다리가 성치 않고 고혈압에 연로하셔서 일하지 않고 쉬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해마다 고추를 무척 많이 심습니다.
3천 포기는 심으니 주업이 농사가 아닌 장인의 도움으로 농사를 전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벼 다음으로 중요한 농사다 보니 해를 거르지 않고 고추농사 지어서 이듬해 일년 버틸 자금을 비축하십니다. 그나마 성한 게 가지인데 썩어서 떨어진 것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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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성한 고추는 거의 없습니다. 이 댁은 고추 걱정 없겠군요. 전남 화순 고향마을 친구네 밭 ⓒ 김규환^^^ | ||
썩어 문드러진 농심(農心)
장모님은 ‘농사 지을 맘이 싹 없어졌다.’며 죽은 고추를 뽑을 힘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젊은 사람 한나절 일거리 밖에 안되니 대신 뽑아 드리고 오는 수밖에 없더군요. 고추 심었던 땅을 갈아 배추라도 심는답니다.
올 봄에 600평 정도의 땅에 배추 농사를 잘 지어 놓으시고 목돈 좀 마련할 수 있을까 하고 기대에 부풀어 있던데 확인해 보니 팔지 못하고 밭에서 그냥 썩혔답니다. 그나마 어른들이 버티고 계시는 농촌은 늘 이렇습니다. 천직이 농사다 보니 빈땅 두기 아까워 짓는 농사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게 농사입니다.
올핸 유난히 장마가 깁니다. 6월 25일 께 시작해서 한 20여 일 줄기차게 퍼붓고 비가 잦아드는 게 예년의 일이지만 8월 중순이 되었는데도 비는 그칠 줄 모릅니다. 농작물 대부분이 썩어 문드러지고 주저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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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장수군 천천면 와룡휴양림 올라가는 길 처갓집 누렇게 말라 죽은 고추. 새벽같이 일어나서 어른들 일을 도왔습니다. 농민이 아닌 제가 뽑아도 가슴이 쓰렸습니다. 한 개라도 살아있으면 뽑지 않으려고 했으나 얼마 남지 않습니다. ⓒ 김규환^^^ | ||
올핸 하늘마저 유별나다
농민들의 마음도 내려앉았습니다. 해발 500미터 대 준고냉지인 전라북도 장수군이 그러하니 너른 들에 있는 밭은 어떨지 상상해보세요. 논 빼곤 성한 곳이 없습니다. 밭은 떠내려가고 붉게 탔습니다. 고향 화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간 사람의 노력으로 열과 성을 다하여 해보았지만 그 다음은 땅과 하늘에 맡겨 두는 게 농사인데 살림에 보탬이 될만한 것들을 죄다 앗아갔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벼라고 성할 리 있겠습니까. 도열병에 흰빛잎마름병, 문고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 햇볕 때문입니다. 농작물은 7, 8월 긴 해를 먹고 자랍니다. 물이야 논배미에 대주는 걸로 충분하니 햇볕을 맘껏 쐬어 광합성을 계속해줘야 하는데 생각 같지 않습니다. 8월 초에 휴가 갔을 때도 추워서 덜덜 떨었으니 작물이 자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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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째 가지 농사를 하시는데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십니다. 시골에 가면 저도 새벽 5시는 일어나 같이 일을 합니다. 가지 농사만 남은 장모님의 마음은 곯았을 겁니다. 10kg에 4000원 받으니 얼마나 되겠습니까? ⓒ 김규환^^^ | ||
1981년 전국적 냉해로 흉년이던 때가 생각나는 건...
갑자기 중학교 다니던 때가 생각납니다. 1981년이던가 그 해는 날씨가 올해와 비슷하여 벼가 냉해(冷害)에 걸려 여물이 들지 않고 쭉정이만 거뒀습니다.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 흉년은 근 30년 내에 없었답니다. 납부금도 다 면제받았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올핸 경제사정이 무척 나쁩니다. 농산물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군요. 서민들 먹고 살 일이 걱정입니다. 살림은 빠듯하고 기온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어찌 살라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서늘한 날씨에도 벼에 배동이 서고 불룩해졌습니다. 벼꽃이 피어 이삭을 준비합니다. 알알이 영글어 갑니다. 곧 누렇게 익을 겁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여물이 드는 것을 보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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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도 곳곳에 도열병에 주저 앉아 있습니다. 단지 비료를 많이 줘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방제도 방제 나름인데 노인들이 어찌 농약을 칠 수 있을런지요. ⓒ 김규환^^^ | ||
쌀 한 톨에 50전의 가치를 보태면 어려움 극복할 수 있어
사회가 정상적인 데가 얼마나 있을까 싶군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뒤틀린 듯 합니다. 그간 우리가 이렇게 까지 허약한 존재였던가요? 대통령께서 2만 불을 말씀하시는데 과연 2만 불로 가는 길목에 있는 건지 1만 불에서 그치고 마는 건지 잘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이렇게 쓰러지지 않기만을 바래봅니다.
님들! 올해 열심히 사셨지요? 봄에 씨 뿌리듯 정성을 다 하셨지요? 올곧게 살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마땅히 거둘 게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남들이 풍족하면 나도 왠지 배부른 게 세상사고 궁하면 같이 힘들어지는 세상입니다.
추수할 게 얼마 안 되는 올 한 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곡 한 알에 다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요? 남아도는 쌀에 푸성귀였지만 쌀 한 톨이 1원이었다면 올해 같이 어려운 해에는 50전을 더 보태 1원 50전의 가치를 매기는 겁니다.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거지요.
그리하면 버릴 게 없을 것이고 작년보다 더 비싼 걸 먹으니 더 기분도 좋아질 겁니다. 이 때 죽도 한 번 쒀 먹어보는 겁니다. 시장에 가면 무시레기도 꼭 달라고 해서 된장국 끓여 먹으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얼마나 거둘 게 있는지 미지수지만 올핸 조금 이르게 월동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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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빛 잎마름병이 잎을 다 갉아 먹었습니다. 제대로 될지 모르겠네요. 왠만한 들녘은 이랬습니다. 비가 그치지 않으니 뭘 해볼 수가 있어야 말이죠. 그래도 올 한 해 농민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규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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