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엔 문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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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보시지 않으렵니까

내 마음에는 문이 하나있다. 처음엔 밖으로 열린 출구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그게 아니었다. 문이란 밖으로 열린 창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한파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굳게 닫아야 하는 그 무엇이었다.

찬바람 몰아치고, 비바람 울어짓는 삭막한 세상으로부터 내 약한 마음을 보호해줄 수 있는 얇고도 얇은 차단막이었다. 지친 자신을 지켜주는 방어 막이자, 세상의 한기로부터 한 가닥 온기를 유지하게 해주는 최후의 도움이었다.

나는 오직 그 문 하나를 굳게 닫아걸고, 이 저주 받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이제껏 머물러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문을 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을 열라고, 편협한 마음을 열고, 그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마음껏 이 세상을 숨쉬어 보라고 꼬드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싫어한다. 얼마나 나쁜 사람들인가.

괴로운 세상의 한가운데 던져져서 힘든 호흡을 헐떡이며 겨우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나에게 문을 열라고, 마지막 남은 외투마저 벗어버리라고 유혹하는 것은 얼마나 사악한 것인가.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기름진 얼굴에 웃음을 바르고 오래동안 닫아두었던 내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한다.

문을 닫아야 한다. 빗장을 걸고 열쇠를 채워야 한다. 그 문을 아무도 열수 없도록 문과 기둥사이에 굵은 못을 박아서 튼튼히 해두어야 한다. 혹시라도 바람이 새어 들어올 틈새가 있지는 않은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지켜가야 하는 문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내가 결사적으로 바깥세상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내 속에 들어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 그 문이 가려서 막아서고 있는 공간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문안에는 외로움이 가득하다. 길고도 깊은 끔찍한 외로움이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 텅 빈 공간만이 있다. 문안에 있는 것은 절대의 적막. 오랜 고독이다. 두꺼운 이끼보다 더 무거운 침묵이다. 영원히 끝이 없는... 절대적인 외로움. 바로 그것이다.

마침내 외로움이 내 존재를 엄습한다. 나는 문을 지키기에 지쳐간다. 외로움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은 무엇인가를 염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문이 하나 있다. 문은 통로이다. 금지되어 있는 통로이다. 절대로 열어서는 안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되는 절대적 금기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고 나 스스로 문을 열기만 하면 외계로 뻗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유혹이 온다. 문을 열라. 문을 열라.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호흡해 보다.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흡인력으로 문 바깥의 공간에 대한 동경이 밀려온다. 저 문 바깥세상에는 무언가 밝고 따뜻한 것이 있지는 않을까? 그럴라가 없는데, 저 삭풍이 부는 바깥세상에 무슨 좋은 일이 있을 이유가 없는데...

어쩐지 내가 알지 못하던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못된 유혹일 뿐이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럼에도 동경은 끊이지를 않는다. ‘혹시 내가 오래 전 성급히 내린 잘못된 판단으로 나 자신을 너무 움츠리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유혹은 이렇게 다가온다. 서서히 내 몸을 적시고, 내 영혼을 적셔 내린다. 강철처럼 굳기만 하던 내 의지를 조금씩 삭여간다.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너무 편협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마침내 문을 열고 싶은 유혹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나는 고독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에 나는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한다. 무언가 따뜻한 존재. 이 세상에서 나와 온기를 나눌 존재. 절망의 언저리에서 나를 희롱하는 저 차가운 고독으로부터 나를 버티게 도와줄 존재.

그러나 꿈일 뿐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몫의 고독을 앉고 살아가는 법이다. 누구라서 나의 고독을 덜어줄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나의 이 독한 외로움을 이해해 줄수 있단 말인가. 그저 꿈일 뿐이다. 그저 꿈일 뿐이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나는 이미 빗장을 풀고 있다. 못을 빼내고, 오랫동안 잠구어 둔 녹슨 빗장을 푼다. 그리고 마침내 문의 손잡이를 돌린다. 바깥세상. 그것이 내게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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