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신났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약 34년 만에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불리는 긴 정체의 터널에서 새로운 성장을 실현하는 기점으로 작용할까?
22일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가 크게 상승, 장 중 한때 3만 9,156엔을 찍었다. 거품시절인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3만 8,957엔을 웃돌면서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날 종가도 3만 9,098엔으로 마감되어, 종가로도 최고치였던 3만 8,915엔을 가뿐히 넘어섰다.
그동안 일본 경제는 거품(bubble)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의 장기화로 임금이 상승하지 않아 소비를 등 뒤로 밀어내버리는 악순환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까지 침체가 이어지면서 2008년 리먼 쇼크 다음해인 2009년의 닛케이 평균 주가의 종가는 7,054엔을 나타냈다. 당시의 종가를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주가는 경제부진의 혹은 경제 활성의 주요 인자로 작용한다. 주가의 회복은 일본 경제의 재생 혹은 부흥으로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나아가 요즘 일본 기업들의 성적도 좋다. 올 3월기 결산에서 닛케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주요 기업의 최종 이익 합계는 3년 연속 최고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기업에 대한 기대가 주가가 오르는 원인이 된다.
이 같은 수치들이 전망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주식을 할인할 수 있는 주식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일분 주식의 매매액에 차지하는 비율은 해외투자자가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설명은 일본의 현재 주가 최고치 기록은 일본기업 전체의 ‘수익력’이 반영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수출기업의 실적은 ‘엔저’가 끌어 올려주고 있다. 주가 가격 상승이 반도체 관련분야에만 치우친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 대만 TSMC의 일본 내 제 2반도체 공장 건설에 일본 정부가 6조 원 이상을 보조해 일본 내 반도체 생산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발표 등을 포함, 미국, 유럽 등과의 반도체 협력을 통한 미래 반도체 분야의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당찬 포부가 해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가 견실하고, 미국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 일본 주식에 파급되고 있다. 부동산 불황의 장기화 등으로 중국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 자금이 일본으로 옮겨가고 있는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국 경제 이야기는 어쩌면 부질없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느낌상 한국에는 경제부처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가고에도 일본 정부의 확고한 임금 인상 방침 등이 겹치면서 일본 국내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2023년 달러 기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독일에 밀려 세계 4위로 전락했지만 환율의 영향을 고려하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번 주가가 최고치라고는 해도 일본의 주가는 약 34년 만에 겨우 돌아온 것에 불과하다. 그 동안 미국 다우 평균 주가는 약 14배가 뛰었다. 나아가 일본에는 미국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이익률이 높은 거대기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과연 일본 정부는 이번 주가 최고치를 계기로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힘’을 쓸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일본 내 투자와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진작 등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반면에 한국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세수 부족에 따른 경기 활력 불어넣기가 아예 역부족인 상황에서는 그저 일본의 적극적인 경제정책과 정부의 끈질긴 노력들이 왜 한국정부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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