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주의 토요일에는 학원비를 줄 형편이 못 되었기에 딸아이를 볼 면목이 서질 않았다. 최근 나의 경제적 상황이 그야말로 암운(暗雲)의 괴로운 터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그냥 가고 다음에 학원비를 주면 안 되겠니?"랬으나 평소 자존심이 태산같은 녀석은 그예 고집을 부리며 학원에 가지 않았다.
딸이 예정된 시간에 학원에 도착하지 않자 학원의 담당선생님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왜 따님을 학원에 보내지 않았냐?"며 성화였다. 당장에라도 승용차를 보낼테니 딸을 학원에 보내라고 했지만 이미 토라진 딸은 이튿날인 일요일에야 학원에 가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학원생들에게 열성적이고 세일즈맨쉽적인 선생님들이 있기에 작금의 학원은 그처럼 가히 기업형의 성업을 이루는 것인가 보다. 결국 딸의 학원비는 한 주가 지난 어제서야 비로소 줄 수가 있었는데 하지만 평소 공부 잘하는 딸의 학원비 지불조차도 허덕이는 최근의 나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민망스럽고 자괴스러웠다.
금년 들어 더욱 부쩍 침잠된 나의 경제적 빈한함으로 인해 올 여름의 피서는 계획조차도 짤 수 없는 언감생심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아스팔트조차도 흐물흐물 녹이는 그 견딜 수 없는 무더위를 어찌 집에서 선풍기 바람만 쐬면서 이겨낼 손가.
그래서 올 여름엔 인근의 구립도서관을 올 여름의 피서지로 이미 '찜' 해 놓았다. 시원하다 못 해 춥기까지 한 에어콘의 냉풍이 팡팡 나오고 하루종일 책을 봐도 일원 한 푼 안 받는 공짜의 피서지로 이만한 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나 역시도 세속적인 사람인지라 여유가 풍족하다면야 남들처럼 바다로 산으로 피서를 나가고픈 생각이 없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연전의 사업 실패 후유증이 잔존하여 궁색을 면치 못하는 즈음이니 어쩌겠는가.
소나기는 피해 가라고 했다. 지금의 어려운 처지를 넘기고 경제적 봄이 도래하는 날엔 딸에게 용돈도 듬뿍 주고 온가족을 휘하에 거느리며(?) 절경으로 소문난 피서지를 향해 위풍당당하게 가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도래하기 전에 올 여름 나와 딸아이의 피서지로 '점 찍어둔' 구립도서관의 관장님을 찾아 드링크 한 박스라도 뇌물(?)로 드려야할까 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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