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5일 20년이라는 미군의 아프간 전쟁이 멈춘 날이다. 아프간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 전권을 확보한 날이 8월 15일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가 공격으로 무너져 내린 후 그해 10일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 불을 붙였다.
펜타곤(Pentagon)으로 불리는 미국 국방부 본청사 2층에는 벽에 지도가 걸려있는데, 2001년 9월 11일 납치되어 이 건물을 들이받은 아메리칸항공의 항적을 그린 것이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은 곧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로이터 통신은 펜타곤(국방부 건물) 내의 복도에는 크게 확대한 2009년도의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가 곳곳에 붙어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어딘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미군들의 모습과 함께 아프간에 패배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고 소개했다.
수도 워싱턴 외곽의 펜타곤에서 일하는 군인과 민간인 직원 수는 무려 2만 여명이다. 그곳에는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의 전쟁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떠올리는 장면이 곳곳에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원리주의)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부터 미군 간부들은 자문자답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돈을 대고 훈련시킨 아프간 정부군은 와해돼 비전투원 대피에 애를 먹고 있으며, 아프간에 남은 미국 협력자들은 탈레반의 복수를 받을지도 모른다.
로이터는 데이빗 버거 미 해병대 총사령관은 내부용 메모에 기억을 되살리는 동영상, 사진, 기사도 있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러한 생각(탈레반의 복수)을 하고 있다”면서 “물론 사령관은 지금도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군 병사들이 파견된 곳에 정을 느끼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닐 것이다. 그곳이 전쟁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2018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철수를 발표하자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 단체인 이른바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 퇴치라는 목적을 거의 달성한 주둔 미군들 사이에서는 강한 불만이 퍼져 나갔다. 의회나 정부 고위관계자들로부터도 제휴하고 있던 쿠르드 세력을 버리는데다가, 러시아나 이란의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억제할 수 없게된다는 비판이 분출했다.
다만 시리아와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세대 미군이 영향을 받았다. 당초는 탈레반과 과격파 조직 알카에다의 구축이 목적이었지만, 그 다음은 국가 건설로 퍼졌다. 파견 병력은 80만 명, 240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2만 명이 넘었다.
2주일 전 탈레반이 정부군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아프간 국내를 장악하고 있다는 정보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 미 국방부 관리들은 충격을 받았다.
한층 더 바이든 대통령이 신변에 위험이 있는 아프간국민들에 대해, 국외 대피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발언하자, 국방부내에서는 그 공감할 수 없다는 분노의 소리가 퍼졌다고 한다.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 대피작전이 늦어지는 것도 답답하다.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복수의 미군 관계자들이 털어놓았다. 한 관계자는 자신이 지낸 기지가 납치됐다는 기사를 읽었고, 다른 관계자는 탈레반이 죽이겠다고 위협하니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아프가니스탄인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마이클 길데이(Michael Gilday) 미 해군 작전부장은 지난주 "나는 다음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여러분들의 임무는 헛되지 않았다. 판세를 바꾸었다고 내부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모두 아프간 종군 경험이 있는 로이드 오스틴 (Lloyd Austin) 국방장관과 통합 참모본부의장의 측근에 따르면, 2명 모두 기자의 취재에 대답할 때는, “군인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언급하고, 아프간에서 있었던 일들이 각 군인에게 개인적이고도 매우 고통스러운 체험이었다는 점을 이해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언젠가는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자신들이 20년 동안 치른 전쟁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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