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과격파의 ‘재(再)성역화’, 국제사회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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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과격파의 ‘재(再)성역화’, 국제사회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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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위키피디아
아프간 탈레반의 야만적 행위의 본보기. 사진 왼쪽은 1963년의 불상, 오른쪽은 2008년 탈레반이 파괴한 후의 불상. 세계문화유산이 사라진 비극적인 모습 / 사진 : 위키피디아

이슬람 근본주의(원리주의) 과격 무장 세력인 아프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물론 수도 카불 대통령궁을 무혈 상태로 입성 전권을 장악한 이후, 탈레반의 첫 기자회견은 대외 유화제스처를 보였지만, 과거의 행적과 근본주의 종교 신앙으로 볼 때 아프간이 다시 과격파들의 성역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국제사회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결코 다른 나라의 공격 기지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1911일 미국 동시다발 공격을 감행한 알 카에다와 아프간 이웃국가인 파키스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부 과격 단체와 탈레반은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탈레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최고 강경파 그룹인 하카니 네트워크(Haqqani Network)’를 이끌고 있는 잘라주딘 하카니(Jalaluddin Haqqani)는 미국 정부로부터 국제 테러리스트로 지정, 체포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제보에 500만 달러(591,75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파키스탄 북부에 있는 와지리스탄(Waziristan)에 본부를 두고 있는 탈레반 무장 단체로, 주된 활동지역은 아프가니스탄 동남부에 위치해 있는 팍티아(Paktia), 팍티카(Paktika), 코스트(khost), 로가르(Logar), 가즈니(Ghazni) 5개 주이다. 병력의 규모는 그다지 대규모는 아니지만 약 4,000~12,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발생한 수도 카불 시내 폭탄테러와 바그람 공군기지 공격의 배후 세력으로 전해졌다.

하카니 네트워크의 근본 가치는 민족주의적이고 독실한 종교적성격을 띠고 있다. 그들은 서구의 영향력을 발본색원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엄격히 샤리아(sharia, 이슬람법) 추종 국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탈레반에 이념적으로 동조를 하고 있으며, 이는 옛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난 후 형성된 네트워크이다.

탈레반이나 하카니 네트워크 모두 아프가니스탄에서 서구의 군사, 정치 활동을 방해하고, 아프간에서 영구히 몰아내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들로 구성된 미군과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하고, 더 이상 이슬람국가들의 정치나 교육 시스템에 간섭하지 말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미 스탠포드 대학의 국제안보협력센터에서 남아시아 안보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아스펀드야르 미르(Asfandyar Mir)이슬람원리주의 무장 투쟁 운동가들인 지하디스트(Jihadist)들은 탈레반의 복권을 매우 기뻐하고 감격하고 있다. 남아시아에서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는 주요 과격 단체들은 이 사태를 매우 잘 인식하고 있으며, 알 카에다 세력은 탈레반 복권을 자신의 승리로 간주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알 카에다 이외에도 소말리아의 극단주의 과격 단체인 알 샤바브(Al-Shabab),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무장단체 하마스(Hamas),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Palestine Islamic Jihad : 지하드는 성전-聖戰-holy war) 등의 조직들이 이번 탈레반의 수도 카불 무혈입성과 전권 장악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미국 등 서방국과 적대하고 있는 예멘의 반정부 무장 세력인 후티파(Houthi)'는 아프간 정세가 외국의 점령이 반드시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탈레반과는 별도의 조직인 파키스탄 탈레반 운동(TPP, TEHRIK-E TALIBAN PAKISTAN)도 탈레반과 공조에 나서면서 아프간 내에 수감돼 있던 수백 명의 구성원이 탈레반 정권 장악과 함께 풀려났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세계 가국 지도자들은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후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회의적이다. 다만 사정에 밝은 일부 외교관은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승인과 개발 지원을 가능하면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의 지비훌라 무자히드(Zabihullah Mujahid) 대변인은 지난 17(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외국 공격의 기지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싶다. 우리는 자국 영토를 어떤 사람의 공격에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내부든 외부든 적대자를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던 이슬람 과격 무장 세력인 이른바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전문가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알 카에다는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15개 주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과격 단체인 IS도 수도 카불을 비롯해 몇 몇 주에서 세력을 확대해 전투요원을 은신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가 탈레반과 대립하고 있지만, 어떠한 혼란도 발판 강화를 위해 이용하거나, 정권 수립에 따라 온건해지는 탈레반에서 이탈하도록 강경파 전투요원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에 대해 아프간에서 국제 테러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구사할 것을 촉구했다. 안보리도 어떤 나라도 위협받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프간 테러와의 전쟁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표방하고 있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East Turkestan Islamic Movement)이 최근 여러 차례 탈레반과 협의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탈레반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은 우리를 접촉해 오면 항상 ETIM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탈레반이 어떤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과 아프간과 파키스탄 탈레반 등이 연합해 위구르 독립을 위한 활동을 개시한다면 중국으로서는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19세기 영국, 20세기 옛 소련(러시아), 21세기 미국과 같이 끝내 실패하는 전쟁을 이끌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탈레반의 약속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정보기관의 견해로는 ETIM은 더 이상의 정식 조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중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 족 등 이슬람계 소수민족 탄압의 구실로 ETIM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간 문제는 아프간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종족인 파슈툰(pashtun)족이 대부분인 파키스탄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 파슈툰 족인 아프간 탈레반과 파키스탄의 파슈툰이 힘을 합칠 경우 이 지역은 지각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미 스탠포드대학의 미르씨는 탈레반이 과격파에 의한 공격의 거점으로는 활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진짜인지 아닌지, 사상 처음으로 TPP(파키스탄 탈레반 운동)에 대한 대응이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TPP는 아프간 동부를 발판으로 해 파키스탄에서의 폭력을 확대,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TPP는 아프간 감옥에 있던 전 부지도자를 포함해 780명의 구성원이 풀려나, 아프간 동부의 강력한 거점으로 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프간 탈레반은 이 죄수들의 석방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 도시 폐샤와르의 학교 습격으로 대부분 학생을 포함해 140명 이상이 살해되는 등 몇몇 흉악한 공격은 해온 TPP는 이후 잠잠했으나, 최근 조직을 개편, 국경 인근 치안부대에 대한 습격에 나섰다는 보도이다.

브뤼셀의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Centre for European Policy)의 부책임자인 게오르그 리케르스(Geroge Rekers)아프간 탈레반이 국제사회로부터 정권을 승인받기를 원하고 있어, 과격판 조직의 거점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어찌됐던 아프간 탈레반은 미국을 패퇴시킴으로써 이슬람 과격파의 영웅이 된 것은 틀림없다면서 과격파와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자극하는 신화를 형성하는 요소가 다 갖춰져 있다. 즉 과격한 종교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전투원들이 과감하게 활동을 했고, 먼저 옛 소련의 침공에 이어 미국에 군사적 성공과 승리를 거뒀다. 그러한 구도는 배워야 할 교훈과 갖춰야 할 사태의 일분분에 해당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도 카불에 모여든 엄청난 인구들 가운데 특히 밀레리얼과 Z세대인 MZ세대들은 엄격한 이슬람 종교보다는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소셜미디어(SNS) 세상을 즐기는 세대들이 많고, 탈레반 소속 전투요원들도 젊은 층이 적지 않게 포진돼 있으며, 탈레반 서열 3위도 30대의 젊은 나이라는 점에서 20년 전의 탈레반과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한 가닥의 기대감이 있지만, 이슬람주의에 엄격한 탈레반 지도부가 얼마나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전술적 유화제스처에 머물지 국제사회는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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