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광주 반도체’ 논란이 뜨겁다. 그 논란에서 도저히 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물’이다.
4대강 중에서 수계(水系)가 가장 짧고, 수역 자체가 좁은 영산강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민들에게는 포장지조차 뜯을 수 없는 최악의 선물(?)이다. 전통적으로 물이 부족한 곳에 물먹는 하마를 키우라고 보내는 격 아닌가?
광주에서 반도체 팹들이 가동되는 순간 재앙은 시작된다. 해마다 광주시와 정부는 시민들의 식수 라인과 공업용수 라인 중 어느 쪽 밸브를 잠글까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이 반도체 공정에 투입될 물 하루 65만 톤을 문제없이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기후변화와 가뭄까지 고려한 계획은 아니다.
반도체 팹 유치 때문에 인근 동복호의 댐 제방을 더 높여 저수 케퍼를 늘리겠다고 한다. 광주시민의 주된 식수원인 동복호의 수계는 최대 직선 반경이 15km에 불과하다. 또한 동복호의 저수율은 평균 30% 수준으로 매우 낮다.
동복호는 매년 바닥을 드러내고, 이젠 그 자리에 숲이 무성하게 자라는 지경이다. 강수량이나 물이 모이는 수역 자체가 좁다는 뜻이다. 둑을 높인다고 되는 일인가? 둑만 높이면 내년부터 비가 더 내리는가?
만성적으로 물 자체가 부족한 광주지역에 800조 원을 들여 팹을 지을 반도체 기업은 없다. 지었다 하면 곧바로 오너들의 배임(背任)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은 청와대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지역 투자를 언급한 직후 증권시장 공시에서 곧바로 이를 번복하는 듯한 내용을 올렸다. 배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왜 목마른 지역에 하필 물먹는 하마를 보내려는 것일까?
아무리 정치 논리라 하더라도 무모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는 무모해서가 아니라 성급해서 생긴 일이다. 의사결정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치밀한 검토 과정 없이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나 욕심에 의해 이루어진 탓이다. 그렇지 않다면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결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소외된 광주지역에 큰 선물을 주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선물이 아니라 논란과 고민을 안겨준 짐일 뿐이다. 광주가 반도체 팹 입지로서는 부적합하다는 분석은 오래전에 나왔다. 지역 논리와 결부하는 것조차 맞지 않다.
물이 필요한 곳에 물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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