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는 정치적 압박과 낮은 지지율, 당내 반발 등으로 인해 취임 2년도 채 되지 않아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2024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총리직에 올랐지만, 이후 여론조사에서 낮은 만족도를 기록하며 국민과 당내 신뢰를 잃었다. 그의 ▶ 정책 실패 ▶ 비전의 부재 ▶ 스캔들 ▶ 당의 내부 분열이 그의 정치적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키어 스타머는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이끌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나,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며 현대 정치 여론조사 이래 가장 비호감적인 영국 총리로 평가받게 됐다. 그는 명확한 비전과 정치적 방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그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스타머의 정부는 연금 수급자 난방비 지원금 지급 제한과 같은 정책 실수로 비난을 받았으며, 이후 정책을 번복했지만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사임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기가 이끌던 노동당 내에서의 반발과 정책 번복, 내각 개편, 스캔들 등이 그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켰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어려운 시기에 취임했지만, 비평가들은 그가 나약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해 왔다. 그는 반대파조차도 성실하고 예의 바른 괜찮은 사람으로 여길 정도이지만, 현대 정치 여론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비호감적인 영국 총리가 되었다.
* 압도적 승리의 스타머의 무능
스타머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을 이끌고 하원에서 411석을 확보하며 과반 174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토니 블레어가 이끌었던 1997년과 2001년 총선 이후 노동당이 거둔 세 번째로 많은 의석수였다. 그는 당시 열광적인 군중에게 영국이 “미래를 되찾을 기회”를 얻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러나 경고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단 34%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는 22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은 내가 사랑하는 나라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노동당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변호사였던 스타머는 수년간 영국 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을 이끌었으며, ‘체계적이고 절차 중심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정치 신인이었던 그는 하원의원으로서 단 5년 만에 제러미 코빈(Jeremy Corbyn)의 뒤를 이어 2020년 노동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024년 총선 이후 노동당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는 스타머 대표의 지지율과 함께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교(University of Strathclyde) 정치학과 교수인 존 커티스(John Curtice)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머는 자신이 믿는 것과 노동당이 믿는 것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장기적인 목표나 원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나 이야기가 없었고, 방향 감각도 부족했다”면서 “스타머는 매우 영리한 변호사이지만, 정치적 감각과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런던 퀸 메리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팀 베일(Tim Bale)은 최근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머를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취임 후 몇 달 동안 실책을 범한 인물”이며, “스타머에게는 의원들이나 국민 모두에게 영감을 줄 만한 비전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 정치적 감각이 무디고 인기 없는 지도자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 취임 1년 만에 순 만족도가 마이너스 66까지 급락했는데, 이는 “입소스가 1977년 이후 역대 총리 중 기록한 가장 낮은 만족도”라고 밝혔다.
그 이후로 상황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고, 현재는 마이너스 60 정도이다. 스타머에 대한 불만은 76%에 달하고, 호의적인 사람은 16%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의 전임자인 보수당 소속 리즈 트러스(Liz Truss) 총리조차도 정치 경력이 고작 49일로 ‘양상추보다 유통기한이 짧다’(a shorter shelf life than a lettuce)는 조롱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최저 -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스타머는 10년 넘게 이어진 보수당 집권 이후 어려운 시기에 총리가 되었다. 영국인들은 생활비 위기, 정부 재정난, 과밀 수용된 교도소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스타머는 처음부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수년간 노동당은 보수당과 대조적으로 저세율과 재정 책임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무모하게 투자하고 세금을 걷어 지출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려 노력해 왔다.
“스타머 프로젝트: 우파로의 여정”(The Starmer Project: A Journey to the Right)의 저자 올리버 이글턴(Oliver Eagleton)은 “스타머의 통치 프로젝트는 노동당을 새로운 보수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이 이끌던 보수당이 브렉시트(Brexit) 과정에서 노동 계층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당으로 변모하면서 중도층이 공석이 되었고, 스타머는 “그 중도층을 점령하고 국가를 공고히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설명했다.
* 유·무능이 애매한 정치적 정체성 위기, 스캔들, 그리고 선거 패배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롭게 이름을 바꾼 노동당이 뚜렷한 정치적 정체성(political identity)이 부족하고, 당 대표가 평의원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낼 정치적 감각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사와 공구 제작자 사이에서 태어난 스타머는 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신중하고 우유부단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의 소속 의원들은 중요한 표결에서 그에게 반기를 들었고, 심지어 복지 및 상속 개혁에 대한 그의 입장을 번복하게 만들었다. 또한 당은 일련의 사임, 축출 또는 내각 개편을 겪었는데, 이는 수년간의 보수당 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그의 선거 공약과 일치하지 않았다.
스타머의 정치 경력에 또 다른 타격을 준 것은 윤리적 문제로 두 차례나 노동당 정부에서 해임된 경력이 있는 피터 맨델슨(Peter Mandelson)을 미국 대사로 임명한 것이었다. 스타머는 맨델슨이 성범죄 전과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대사로 임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 몰랐다고 말하며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4월이 되자 외무부가 안보 관계자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맨델슨의 임명을 승인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유능한 인사만을 고집하는’ 지도자의 오류를 보는 듯하다. 정치적 정체성, 정무적 감각 등도 인사의 동인(動因)인데도 말이다.
몇 주 후인 5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큰 패배를 겪는 동안, 승리한 개혁당 대표 나이젤 패라지(Nigel Farage)는 국경 통제 강화와 반이민 수사를 내세운 열정적인 포퓰리스트로서, 영국의 전통 정당들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유럽 정치 및 외교학 교수인 아난드 메논(Anand Menon)은 “스타머는 노동당이 안정성을 제공하면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권했다. 포퓰리즘에 맞서 싸우려면 주류 정치가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당이 “나라가 직면한 문제, 즉 과감한 경제 개혁의 필요성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치명적인 경제적 실수
노동당은 지출 계획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예산 삭감을 모색했다.
그러나 스타머의 첫 번째 큰 실책은 연금 수급자들의 겨울 난방비 지원금 지급을 제한한 것이었다. 이 지원금은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시금으로 수백 파운드에 달했다. 그의 정부는 결국 정책을 번복했지만, 이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었고, 이 모든 것은 정부 지출을 약간 줄이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024년 10월,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 재무장관의 예산안은 세금 인상으로 인해 광범위한 비판을 받았다. 2025년 여름, 스타머는 당내 반발에 직면하여 장애인 수당 삭감 계획을 축소하면서 또 한 번의 정책 전환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49명의 노동당 의원이 정부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의 실수가 쌓여가자, 샤바나 마흐무드(Shabana Mahmood) 내무장관과 이벳 쿠퍼(Yvette Cooper) 외무장관을 비롯한 여러 장관들은 비공개적으로 스타머에게 사임 일정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정치적 야망을 숨기지 않았던 웨스 스트리팅(Wes Streeting) 보건부 장관은 5월 14일 내각에서 사임했다
스트리팅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에서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빗대어 ‘북부의 왕’(King of the North)이라는 별명을 붙인 맨체스터 시장 앤디 번햄(Andy Burnham)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선 번햄은 총리직에 출마할 자격을 얻기 위해 하원에 복귀해야 했다.
*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앤디 번햄’ 맨체스터 시장
스타머는 당초 번햄이 맨체스터 시장직을 사임하고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막았지만, 결국 허락했다. 번햄은 지난 19일 메이커필드(Makerfield) 선거구에서 50%가 넘는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리폼 UK(Reform UK)와 그보다 더 극우 성향의 경쟁 정당인 리스토어 브리튼(Restore Britain)의 도전을 여유롭게 물리쳤다.
대다수의 노동당 의원들은 차기 선거에서 개혁당에 의석을 잃을까 두려워 스타머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번햄은 그의 당연한 후임자였다.
베일에 따르면 번햄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고,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리팅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에서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빗대어 '북부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인 맨체스터 시장 앤디 번햄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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