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지역의 경쟁력이 인구 규모나 행정구역의 크기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어떤 미래 산업을 선택하고, 어떤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어떤 방식으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양평군이 과천경마장 이전 유치에 나선 행보는 단순한 시설 유치 차원을 넘어 지역의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하나의 정책 실험으로 볼 필요가 있다.
경마장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에게는 사행산업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관광과 레저, 스포츠가 결합된 산업시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의 경마장이 단순히 경주와 베팅 중심의 공간이었다면, 오늘날의 경마시설은 문화와 관광, 체험과 휴식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평군은 지난 26일 한국마사회를 방문해 과천경마장 이전 사업을 총괄하는 관계자들을 만나 용문산 사격장 부지를 이전 후보지로 제안했다. 전진선 군수는 수도권 접근성과 자연환경, 대규모 부지 확보 가능성 등을 강조하며 양평이 경마장 이전에 가장 적합한 입지라는 점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양평군이 경마장을 단순한 이전 시설이 아닌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군은 현재 군부대 사격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부지를 생태와 관광, 문화와 레저가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설 하나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간 구조 자체를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평은 수도권 동부권을 대표하는 친환경 도시다. 용문산과 두물머리, 세미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관광산업을 성장시켜 왔지만, 한편으로는 수도권 규제와 환경 규제로 인해 산업 기반 확대에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에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관광과 문화, 레저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대효과는 적지 않다. 경마장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건설 과정에서의 투자 효과뿐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관광산업과 서비스 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방세수 확대 등 다양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도시 조성이 가능해진다면 양평의 관광산업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의미는 지역 현안 해결 가능성이다. 양평군이 후보지로 제안한 용문산 사격장 부지는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해 온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경마장 유치와 함께 해당 부지가 새로운 관광·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면 이는 단순한 개발사업을 넘어 오랜 주민 숙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사업이 그렇듯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경마장 유치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환경 훼손 우려, 교통 문제, 지역 이미지 변화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주민 공감대 형성과 충분한 의견 수렴, 환경성과 교통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기존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성장의 한계 역시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시설의 명칭이 아니라 그것이 지역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양평군의 과천경마장 유치 도전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실제 이전 여부와 사업 실현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마사회의 검토 과정과 주민 의견 수렴, 경쟁 지자체와의 비교 평가 등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양평군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역 발전은 때로는 낯선 선택에서 시작된다. 과거의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지역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시설 유치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양평군의 이번 행보가 과천경마장 유치라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지방소멸과 인구 감소, 재정 압박이라는 현실 속에서 지역 스스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노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평군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 한마디 "지방의 미래는 보존과 개발의 이분법이 아니라, 지역의 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균형감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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