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과 중국, 중요하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아세안과 중국, 중요하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 김상욱 대기자
  • 승인 2021.06.16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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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늘 그래왔듯이 달콤한 사탕 속에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독소를 집어넣는다. 중국은 “남중국해 상공에서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분쟁을 복잡하게 하거나 증폭시키고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자제하며,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합의했다.(사진 : 유튜브 캡처)
중국은 늘 그래왔듯이 달콤한 사탕 속에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독소를 집어넣는다. 중국은 “남중국해 상공에서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분쟁을 복잡하게 하거나 증폭시키고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자제하며,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합의했다.(사진 : 유튜브 캡처)

중국은 지난 67일과 8일 이틀간 충칭에서 열린 중국-아세안(ASEAN)과의 대화 30주년을 맞이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들을 초정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중국은 백신 공급과 공동 생산을 통해 아세안에게 지원을 해왔다. 중국은 중남미는 물론 태평양 상의 작은 섬나라,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향해 독자적인 이른바 백신외교(Vaccine diplomacy)’를 펼치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은 이번 충칭회의에서 마련한 공동 성명은 양측은 보다 긴밀한 협력을 구축함으로써 아세안-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킬 것(advance Asean-China Strategic Partnership to new heights by forging closer cooperation)”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의 문구를 얼핏 보면 보다 더 가까워지는 등 긴밀한 양자관계로 한 차원 높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명서 문구의 하위 텍스트는 물론 보다 큰 지정학적인 맥락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아세안과 중국 양자 간의 교류는 1991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 24차 아세안 각료회의에 중국이 초청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아세안은 6개 국가로 구성됐었다.

19678(방콕선언)에 시작된 이래 아세안은 주요 강대국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 옛 소련은 동남아시아와 관련, 그들만의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초기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이었던 아세안은 미국이 이끄는 서방에 의해 봉쇄전략의 일부로 육성됐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은 지역 지정학의 급진적 재배치로 이어졌으며, 1991년부터는 중국이 아세안의 중요한 대화 상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아세안은 현재 10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강대국들과 직면했을 때 미묘한 정치적,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인 지정학적 초점이 아시아(pivot to Asia)로 옮겨졌고, 인도-태평양은 전략적 형체(strategic contour)를 얻었다. 이는 특히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 강대국과 중국에 대한 아세안의 부상(浮上)을 더욱 두르러지게 했다.

오는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바이든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트럼프가 떠나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원활이 이뤄져 미중관계가 순풍을 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3월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협의체 이른바 쿼드(QUAD)'정상회의와 미 상원이 통과시킨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기술 대안투자(investment in technological alternatives)법안은 새로운 경쟁 구도의 일환이 됐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對中) 견제세력으로 힘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미견제(對美牽制)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점진적으로 해상의 주력 세력으로 힘을 키워나가면서 영유권 주장을 줄기차게 하며 이 지역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와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인도의 팽창을 차단하면서 지역 맹주를 노리고 있는 게 시진핑이다.

남중국해는 베트남, 필리핀, 가장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등 일부 아세안 회원국과 불화 지역으로 되면서, 중국의 위협과 위압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다. 이를 인식한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아세안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02년에 제기된 행동강령(a code of conduct)에 대해 협상을 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으며, 이 문제가 충칭 성명에서 다루어진 것은 하위 문건의 일부로 다뤄졌다.

대부분의 아세안 회원국들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호전적 행동에 매우 불만족스럽지만, 이 문제에 대해 아세안은 중국과 공동의 입장에 설 수 없으며, 그렇다고 분명하게 반대도 찬성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에 놓여 있다. 전통적인 인식처럼 안보는 미국 등 서빙세계와, 경제는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살고 싶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의 입장도 아세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에 처해 있다.

지난 2002년에 제기됐던 행동강령이 19년이 지난 2021년 충칭성명에서 거론이 됐고, 그렇다고 최우선 의제로 다뤄지지도 못했다. 이 행동강령이 중국과 관련 매우 교훈적임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쉽사리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방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남중국해의 시사군도(파라셀군도),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 중사군도(맥클레스필드 뱅크)의 대부분에 대한 주권을 줄기차게 고집하고 있다.

이에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주변국은 이에 크게 반발을 하고 있다.

지난 68일 충칭 성명은 양측이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한 실질적인 해양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2002년 남중국해 당사자 행동 선언 전체를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우리의 지속적인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언급만 하고 있다.

중국은 늘 그래왔듯이 달콤한 사탕 속에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독소를 집어넣는다. 중국은 남중국해 상공에서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분쟁을 복잡하게 하거나 증폭시키고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자제하며,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합의했다. 물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Sea)을 포함해 국제법을 준수한다는 립서비스는 언제나 있어 왔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위반해왔다.

중국 전문가의 한 사람인 동남아연구소의 이안 스토리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애초부터 자국의 주권확립 활동을 제한할 만한 합의서에는 서명하는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늘 구속력 있는 합의문에는 서명하지 않는다. 중국은 다자주의를 말하면서 공동체 명의의 서명보다는 개별 국가들과의 서로 다른 합의문을 만들어 중국 마음대로 이끌어 나가고 싶어 한다. 언행불이치의 극치를 중국은 가끔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베이징 당국은 남중국해 분쟁을 네덜란드의 헤이그로 가져간 필리핀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조항에 따른 국제심판을 거부했다.

아세안은 인도-태평양의 더 큰 건설에 중추적이며,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모든 힘 있는 나라들이 집단과 강환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중국의 뒷마당이고, 중국은 이 지역이 중국의 우월한 영향력을 확실하게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G2라 불리는 중국이지만 우선 지역적 맹주(a regional power)로서의 입지를 다져놓고 싶어 한다.

충칭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아세안 장관들을 맞이하면서 매우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며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s)”를 언급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손님들에게 양측 간 무역이 6,840억 달러로 증가했음을 상기시켜주면서, 이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시행되면 그 액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적 결속을 통한 중국의 숨은 의도심기에 나선 것이다.

왕이 부장의 이 같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미래지향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세안은 중국의 포용적 압박 정책(the tightness of the Chinese embrace)’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충칭 성명서에서 보듯 어떻게 새로운 관계로 발전될지는 조 바이든-블라디미르 푸틴 간의 16일 회담 결과에 따라 상당히 구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러시아 3각 관계가 대유행(pandemic) 이후 아세안이 독자적인 자치와 정치, 외교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권을 흔들어 댈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중국-아세안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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