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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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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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편지(1) 리틀 굴드, 내 조카에게

내겐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군상이 있단다. 제 식대로 산다는, 좋게 말하면 개성을 추구한다는 부류 말이야.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가 단순한 화법으로 읽히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지.

솔직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표현이 너무 지나치지 않니? 너를 봐도 그렇다. 언젠가 네 지상목표는 베토벤이 아닌, 괴짜(?) 같은 굴드라고 말한 적이 있지. 그의 사진이 온 벽을 도배하고 있더구나. 하긴 넌 굴드의 십분의 일은 충분히 따라 가는 영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부터 외국을 제 집처럼 드나들 때부터 알아봤지.

넌 연주회 때마다 무슨무슨 징크스를 들먹이곤 했다. 내가 보기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지. 리허설 때엔 쉬는 틈틈이 잠을 자둬야 한다며 자루 같은 베개를 껴안고 다녔다. 또 연습실 안엔 피아노와 악보 외에는 아무 것도 놓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지. 물 컵이라든가 볼펜이라도 보일라치면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솔직히 난 네 행동이 탐탁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너의 그런 까탈을 예술가의 독특한 개성쯤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말야. 내심 나는 네 우월감을 충족시키려는 술수로 예술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진한 의심을 가지기도 했지.

물론 지금도 널 완전히 믿진 못한다. 새로이 꼬리를 무는 의문들 때문이란다. '너의 개성이 천재성의 요건으로 언제까지나 유효할까?', '그런 기괴한 몸짓을 해야만 예술이 탄생한다면, 그 예술은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내기 어렵지 않을까' 등등. 무엇보다 진정한 천재는 당대에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평생 너의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다.

그렇지만 나도 아직은 자신이 없다. 예술가의 그런 개성에 왈가왈부하는 건 예술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를 일이고, 너의 일련의 성과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꼬투리를 잡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그러나 굴드는 그의 독특한 건반터치와 작품 완성도만큼이나 매섭게 다가온 '세상의 상식을 뒤엎는 미친 놈'이라는 손가락질을 견뎌야 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굴드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의 깊이도 한 번쯤 가늠해 보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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