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잔뜩 낀 영문법에 못지않게 한국 사람들이 짝사랑하는 것이 아무리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 먹는 영어 단어입니다. 특별한 암기비법을 찾기 위해서 배우는 자나 가르치는 자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휘력과 관련된 책이 범람하게 되고, 책 제목 또한 얼마나 유혹적인 지 대학생이라면 한두 권은 다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파생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3,500개의 단어를 수록하고 있으면서 영어 단어 22,000개라는 터무니없는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선풍적(旋風的)인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단어가 22,000개면 대학 노트에 영어단어와 해당하는 한국어를 한 줄에 하나씩 그것도 앞뒤로 써도 약 여덟 권입니다. 전화번호와 번호를 지정받은 사람이 전혀 관계없듯이 영어단어와 해당하는 한국어는 단 1퍼센트도 관계없습니다.
전화번호 20,000개는 고사하고 3,500개 조차라도 암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한 설사 그런다고 정상이 아닌 것처럼 단어를 하루에 수십 개씩 또는 수백 개씩 암기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짓입니다.
그 맹목적인 짝사랑은 단어책 한 두 권 사는 것도 부족해서 결국 온 국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조기영어교육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인들은 한 번 배운 단어를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하하다가도 학원에서 단어를 하루에 수십 개씩 유창한 발음과 더불어 외우는 어린 자녀들을 언어 영재로 착각하여 조기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싼 돈 들여서 자녀들 영재테스트를 받은 후에 괜히 고기 구워 먹고 몸보신할 돈 만 날렸다고 한편으로 아쉬워하지만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영재로 만들겠다는 집착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영재성이 없어도 영어단어를 잘 기억하는 이유는 지능의 여러 구성 요소인 논리력, 창의력, 수리력, 기억력 중에서 다른 인지 능력 보다 기억력이 먼저 발달되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자기 발을 빨 정도로 유연하다가 커 가면서 뼈가 굳어져서 어른과 똑같이 발톱도 제대로 깎기 힘들게 되는 것처럼 그들의 기억력도 다른 인지 능력의 발달과 더불어 차츰 쇠퇴하면서 성인이 되면 단어를 잘 암기하지 못하게 됩니다. 어린 자녀가 자기 발을 빨 정도로 유연한 것이 그렇게도 부러운가요? 영어 단어의 실체를 바르게 파악하여야만 짝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비유를 들면 영어 단어는 돈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첫째,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려는 조급한 마음으로는 돈을 벌수 없습니다. 쉬운 방법으로 빨리 번 돈이 쉽게 없어지는 것처럼 쉽게 암기한 단어들은 금방 잊혀 집니다.
둘째, 돈을 많이 가지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가지고 보니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듯이 영어단어도 많이 알면 영어문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영어문장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셋째, 돈이 없으면 다른 것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듯이 단어를 많이 몰라도 영어문장을 이해하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모든 영어 단어의 뜻을 알 수 없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단어를 한꺼번에 외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단어에 익숙해지려고 해 보세요. 단어는 마치 탁자 위에 쌓인 해묵은 먼지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머리에 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뜻을 모르는 단어를 마주칠 때 습관적으로 사전을 찾지 말고 문맥을 이용하여 추측(educated guess)을 해 보도록 하세요. 짝사랑하면서 겪는 아픔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다음 이야기에서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설명하겠습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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