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 넘친 스타일로 '가족' 복원한 <로맨스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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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 넘친 스타일로 '가족' 복원한 <로맨스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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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바탕으로 한 신상옥 감독 초기 실험 영화

이번 제 5회 광주국제영화제에 '아시아 거장 특별전' 섹션을 통해 관객들은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그레이><이 생명 다하도록><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신 감독은 자신의 초기 작품을 통해 영화적 세계를 실험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로맨스 그레이>의 경우 그가 이미 40여 년전에 관용과 페미니즘의 이미지를 영상화 한 것 외에도 독특한 블랙 코미디라는 점이 신인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영화는 젊은 바 걸을 첩으로 숨겨둔 대학 교수와 사업가, 이 두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남편의 외도와 반성을 소재로 해 코믹하게 그리며 '가족'의 의미를 복원하고 있다.

^^^▲ 만자와 밀애중인 대학교수 - 영화 <로맨스 그레이> 속 한 장면
ⓒ giff.org^^^
아마도 당시로는 혁명적이었을 본처들의 모임 '꿀벌회'의 두 사모님을 통해 페미니즘적 화법을 바탕으로 요즘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흔히 마주치게 되는 지식인들의 위선을 풍자하기 위해 주연배우 김승호, 김희갑 등 배우들의 해학 넘친 연기를 통한 감독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두 배우 외에도 신 감독의 부인인 최은희를 비롯 신영균, 한은진, 황정순, 조미령에 이르는 당시를 풍미했던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최근 국내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여배우들이 망가진 캐릭터로 변신해 성공을 거두듯, 겉은 당차고 속물 같지만 마음은 유약한 바 걸 만자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영화는 성실한 가정을 가진 대학교수(김승호 분)는 만자(최은희 분)를, 회사 경영자인 정사장(김희갑 분)은 그와 똑같이 젊은 바 걸(조미령 분)을 두고 아슬아슬한 두집 살림을 하는데서 시작된다.

하지만 신상옥 감독은 이전 60년대 신파조의 영화를 뛰어넘어 해학과 페미니즘이란 요소를 부각해 요즘 세대가 봐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나간다. 감독은 40여 년전에 '로맨스 그레이' 소재를 통해 외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나 국내 영화 <고독이 몸부릴 칠 때>를 능가하는 뛰어난 이야기 전개와 연출력으로 영화제에 처음 온 관객들을 압도해 버린다.

^^^▲ 본처들이 들이닥친 바 걸의 방 - 영화 <로맨스 그레이> 속 한 장면
ⓒ giff.org^^^
진실은 밝혀지는 법, 결국 외도하던 두 남자는 발각이 되고 본처 들이 작당하여 소실 집을 쳐들어 가 그들과 싸움이 벌어지고 교수의 부인은 꿀벌회에서 남편들의 외도 퇴치법에 대해 강조하던대로 흰 무명저고리 차림으로 한강에서 교수와 함께 자살 소동을 벌인다. 하지만 보트를 타고 흘러간 곳은 바닥 높이가 가슴 부위까지 밖에 안되는 곳이었다니 여기에도 신 감독의 해학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교수 부인이 갈등 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교수의 아들로 출연한 신영균이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공갈 협박과 슬기롭게 풀어가는 모습들은 오늘날 외도로 바람잘 날 없는 가정에게 추천하고픈 해법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거 흠모했던 동창생이 바 걸이란 사실을 알게되면서 영화는 극적으로 고조된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쥔 바 걸역을 맡은 조미령과 최은희가 외도로 인해 별거 및 가출 중인 두 가족을 위해 서울을 떠나고 등장인물 간 갈등에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위기 일발었던 가족의 해체는 원형을 되찾게 되고, 중의적인 영화의 제목처럼 잠시 잘못된 길을 걸었던 '로맨스 그레이'가 노 부부의 진정한 '로맨스 그레이'를 되찾게 해주면서 해피엔딩을 이룬다.

영화 <로맨스 그레이>는 고령화 사회를 앞 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의미를 전한다. 노 부부의 로맨스는 그들만의 것이지만, 감독은 한국적 정서로 더 이상의 가족의 해체를 바라지 않기에 남편의 반성이 따른다는 것. 일부에서 우리나라도 일본식 가족 제도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듯 핵가족화 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 그리 무겁지 않고 경쾌한 유머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복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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