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헌법재판소는 2일(현지시각) 제헌의회의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을 시위대의 방해로 연기하는 동시에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고 이집트 국영TV가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집트 대법원과 각급 지방법원은 대통령의 권한 대폭 강화한 무르시 대통령의 새로운 헌법 선언문에 반대하며 지난 달 말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써 이집트 사법부는 지난 1919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에 전국 판사들도 합류했었다.
당초 이날 판사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슬람주의자들이 장악한 제헌 의회의 합법성을 판단해 해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던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이슬람주의자들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 수 천 명이 헌법재판소 청사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전격적으로 재판 연기와 파업 선언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성명을 내고, 재판 재개 시점을 언급하지 않은 채 “행정상의 이유로 재판을 연기한다”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헌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 재판관들이 어떠한 심리적, 물질적 압력 없이 업무를 집행할 수 있을 때까지 업무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이집트에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 세력과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구축된 사법부 조직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헌재의 파업 결정에 이어 전통적으로 판사들이 선거 감독 업무를 맡아온 전국 판사들의 대표조직인 판사회는 성명을 통해 오는 15일로 예정된 헌법초안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를 감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집트 판사 협회는 의장 성명에서 “이집트의 사법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고, 무르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정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정당과 단체들은 4일 대통령궁 앞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4일 시위를 "마지막 경고”라고 규정한 뒤 혁명을 좌초시키는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동시에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헌법 초안 조문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무르시 대통령은 지난 11월 22일 사법기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령과 선언문이 최종 효력을 갖는다는 내용 등이 담긴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하고, 뒤 이어 제헌의회의 승인을 거친 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오는 15일 실시하기로 한 바 있다.
무르시 대통령의 이 같은 선언에 대해 야권과 자유주의 세력은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등 이집트 전역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현대판 파라오 헌법’ 선언을 비판하는 시위를 연일 개최하고 있다. ‘독재 재림’이라는 비판이다.
반면, 이에 맞서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 회원과 살라피스트들은 전날 카이로에서 무르시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새 헌법 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치열한 충돌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집트 일간지인 ‘알마스리 알요움’은 “화산 폭발 직전” 상태로 헤드라인 기사 제목을 뽑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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