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때로는 ‘관객모독’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우선은 배우의 연기력이다. 뻔한 내용일지라도 감성을 파고드는 배우의 연기는 내면적 느낌을 잘 끄집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영화의 큰 틀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감독과 작가의 나름의 노력이다. 뻔한 내용을 최대한 뻔한지 않게 보이려고 하는 그들의 이념이 곳곳에 어떻게 삽입되느냐에 따라 영화는 보는 이에게 충분한 기쁨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 <내 남자의 로맨스>를 보게 되었다. 우선은 김상경이라는 걸출한 연기파 배우의 작품선택에 희망을 걸었다. 검증된 것은 없지만 왠지 김상경의 작품선택은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매니아적 발상이 물론 필자의 실수라면 실수이겠지만 <생활의 발견>, <살인의 추억>을 통해 본 배우 김상경의 모습은 분명 ‘가벼운’ 느낌이 아닌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한 김상경적 이미지는 <내 남자의 로맨스>에서 십분 발휘된다. ‘무리 없이’ 역할을 소화해 낸다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7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 건망증이 심한 남자, 일도 열심히 하는 남자, 가치관도 뚜렷한 남자, 운명적 사랑에 잠시 흔들리기도 하는 남자, 그리고 그것을 아주 너그럽게 이겨내는 남자 등의 특징을 ‘감성’이 담긴 ‘평범한’으로 김상경은 무리 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 자치 조금의 오버가 영화 전체의 흐름을 망칠 수도 있는 그러한 영화구조 속에서 김상경은 검증된 ‘자제력’으로 이를 잘 통제해 주고 있다.
물론 김정은과 오승현을 비롯한 여러 감초조연들의 연기도 별 무리가 없었다. 물론 오승현의 경우, 감정이 지나친 ‘깊이’만을 다루고 있어서 ‘유쾌발랄’한 다른 사람들과 매치가 간혹 안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윤다영’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한 것 자체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제일로 유쾌한 것은 이 뻔한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가 나름의 노력을 곳곳에서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은 지독히도 뻔한 삼각관계에서 책임소재를 ‘악인’에게만 몰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이 아닌 돈에 넘어가는 그러한 시스템에서 울고 짜고하는 태생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이 영화는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하는데 이는 바로 관계에 얽힌 태두리안에서 모두가 바로 영화 속 표현처럼 ‘해충’으로 표현되면서 그려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현주(김정은)와 소훈(김상경), 현주와 다영(오승현), 소훈과 다영, 현주와 수유리 4총사(이유진 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눈치를 보고, 때로는 충고를 하고 그러다가 싸우고 울고 지치고 때로는 격려하고 한다.
일방적인 ‘선한 역할’이 구분되지 않고 모두가 욕도 먹고 선구자 역할도 하면서 그렇게 영화는 주제를 오리무중속에서 혼란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애인을 두고 다른 여자들과 키스를 한 소훈이 오히려 현주에게 뼈 있는 말을 하고 질투가 극에 올라 조금 지나치다 싶은 현주에게 한 소리 하려다 오히려 친구들이 일장 설교를 듣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질투와 이해를 동시에 바라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려워 어색하지만 인간적인 작별의 인사를 하고 그 상황 속에서도 건망증은 결코 잃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행이도 ‘유쾌히’ 끝날 수가 있었다. ‘또 저런~’ 이라는 비난도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감성적 연기와 잘 짜여진 주제의 전달방법을 통해 그 한계를 충분히 극복한 <내 남자의 로맨스>에게 범람하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자꾸만 범하고 있는 ‘관객모독’에 대한 면죄부를 흔쾌히 내린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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