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구에 속았다 새 영웅 이승도 믿어봐?
전진구에 속았다 새 영웅 이승도 믿어봐?
  • 조우석 평론가
  • 승인 2019.10.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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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이 다 아시듯 문재인 정부 들어 군은 완전 변했다. 국방부 장관 정경두부터 북한의 눈치를 보는 사람인데다가 걸핏하면 북한을 두둔하는 엉터리 군 통수권자 문재인도 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 군대는 국토 수호라는 임무는 언감생심이고,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약체가 됐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런 와중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등장한 군인다운 발언에 우리는 지금 다시 열광하고 있다. 

며칠 전 이승도 신임 해병대사령관의 발언이 화제인데, 그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북한이 2017년 5월 서해안 함박도에 접안했을 당시 초토화 계획을 세웠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리고 이 사령관은 한 의원이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적은 누구인가'라고 묻자 즉각 "북한"이라고 답했다. 너무도 상식적인 이 발언에 우리가 안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이후 우리 군대가 당나라 군대가 다 됐다는 걱정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마음이 다 개운한 것은 아니다. 이승도 사령관의 전임자 전진구 전 사령관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가 전진구 사령관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고, 그게 짝사랑일 수도 있었다면 이승도 사령관은 믿어도 되는 걸까?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는 게 지금이다.

전진구 사령관은 올해 4월에 만2년 임기를 마치고 전역을 했는데, 지금 냉정하게 밝히지만, 그 분이 우릴 속인 게 아니라 국민들이 그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품었고, 거기에서 오해가 발생했던 것이다. 

지난해 말 내내 세간의 화제가 현역 해병대 장성 한 명이 문재인 정부의 9월 남북군사합의에 항명을 했고, 그래서 국방부가 검토 중인 북방한계선(NLL)하고 한강 하구 비행금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는 얘기였다.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이란 얘기가 들려왔는데,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전진구야말로 참군인이자, 영웅이라는 폭발적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장병들에게 했던 훈화 내용도 짜릿했다. “북한이 도발시에는 적의 심장에 비수를 꽂으라” 그것이었다. 그래서 해병전우회 등 3대 해병대 전우회 조직이 움직여 전진구 사령관을 지지하고 종북세력 척결을 맹세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성명서 내용엔 “전진구 사령관의 이와 같은 결정은 항명이 아니다. 상관의 불법 부당한 지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는 국가공무원법상 정당한 행위”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게 사실과 달랐다는 점이다.

전 사령관이 NLL 비행 금지 추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 비공개적으로 표명했다는 건 전혀 팩트가 아니며, 다만 해병대가 내부입장을 그렇게 정리했다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게 그렇게 소문이 요란하게 난 것이다. 그래서 속이 상했다. 

세상에 그렇게 설왕설래가 있다면 전진구 사령관이 썩 나서서 “맞다. 그거 해병대 입장이 맞다. 우리는 NLL 비행금지 추진에 반대한다. 우리 군은 조국을 지키는데 한치의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 한마디만 하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덜했을 것이고, 그는 지금 예비역 장성을 넘어 진정 영웅으로 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게 한 번 죽어서 영원히 살 수도 있는 길이라고 지난해 말 방송에서 내가 발언한 바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제 이승도 사령관은 믿어도 되는 걸까?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한 사람의 이승도 사령관 한 명을 중심으로 하고 3만 명이 채 안 되는 병력인 해병대라도 제 목소리를 낸다면 정말 그 한 방으로 지금 오욕의 대한민국 군대 역사를 정리할 수도 있다. 월급쟁이 군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렵다는 거 안다. 특수성을 가진 군대 조직에서 그런 걸 요구하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을 지목해서 “당신 죽으라”라고 명령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걸 워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이 이대로 몰락하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에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을 이승도 사령관은 들어주시길 바란다.

올해 초 국방부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2019년 업무보고에서 남북군사합의서를 적극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나도 안다. 그러나 국방부에 앉아있는 무수한 똥별들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그건 아니다”, “내가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군은 조국을 지키는데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공표를 했다는 소식이 왜 들려오지 않느냐? 

그냥 편한 소리 하는 게 아니다. "나라 망하는데 공무원들 입 다물면… 이는 忠臣의 자세 아니다" 얼마 전 반일은 안된다, 원전 페기는 안되나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면됐던 한민호 문체부 국장은 그렇게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그게 화제가 되지 않았느냐? 이 나라 장성들은 한민호 국장만한 배짱과 애국심도 없느냐?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승도 사령관이 유심히 들어줬으면 하는, 군말을 하지 않겠다. 다만 오늘 한민호 국장이 했던 그 말을 되새기면서 오늘 방송을 마친다. 

다음은 인터뷰 인용문인데, 그 말에서 고위공무원을 군 장성으로 바꿔놓고 읽으시길 권유한다. “나라가 위중한 상황에서 직언하는 게 고위 공무원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탈원전 정책에 대해 담당 산업부 공무원이 한 명이라도,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대해 외교부나 국방부에서 한 명의 공무원이라도 반대 발언을 했으면 내가 안 나섰을 것이다”

※ 이 글은 21일 오후에 방송된 "전진구에 속았다 새 영웅 이승도 믿어봐?"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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