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일어선 인헌高 사태 왜 4·19 냄새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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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이 일어선 인헌高 사태 왜 4·19 냄새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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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독자 여러분, 지난 주 그 장면을 떠올리면 저는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동을 오늘 되새겨보고 싶다. 

이미 며칠이 지났지만 그 기자회견문이 갖는 의미, 울림 같은 것이 충분히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감동했던 것은 저만이 아니다. 기자회견을 코앞에서 지켜봤던 한 분도 저와 똑 같은 심정이었다고 내게 고백했다. 전학연 그러니까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의 이경자 대표가 그 분인데, 30분 기지회견 내내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동시에 응원하는 고함을 마구마구 내질렀다고 한다.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전교조 30년, 망가진 걸로 알았던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싱싱하게 살아있고, “학생들은 교사의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라고 감히 선언하는 현장을 지켜본 감격은 정말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정말 인헌고 학생들의 단체행동은 전교조 교육 30년만에 터져나온 교육혁명, 교실혁명이고, 교육적 기적이 맞다. 그러나 오늘 한 걸음 더 나가자. 그날 김화랑 군이 읽었던 기자회견문의 문제의식과 당당함은 가히 우리시대 선언문으로 손색없다. 어느 정도냐? 제 판단엔 반세기도 넘은 그 옛날 서울대생들이 작성했던 그 유명한 4.19선언문에 못지않다. 문장으로서의 완성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시대의 숨결, 그리고 울림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시대변화의 징후를 전한다는 뜻에서 그렇다.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서울대 4.19선언문은 독재에 항거하는 지성인 선언으로 지금도 유명하다. 특히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란 대목이 우리 가슴을 울린다. 

물론 문장으로만 봐선 설익었고 어설펐지만, 한 시대를 열어젖히는 격문, 대자보란 본래 그렇게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 점에서 인헌고 기자회견문도 그와 동급이다. 무엇보다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분석의 냉철함, 그걸 담아내는 용기는 거듭 놀랍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특정 정치세력화된 교사들이 장악을 했다. 여태껏 학생들은 그동안 묵인되어왔던 수많은 사상 주입교육에 노출되어 왔다. 학교는 정신적, 정치적 독재가 만연하고 있다. 학교는 정치세력화된 교사 이익집단이 학생들을 사육하는 시스템이다. 학생은 마루타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의무교육 기간 동안 (정치교사) 그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계로 개조당하며 자라나는 것이다”

어떻신가? 다시 읽어보니 더 대단하지 않느냐? 한 문장 뺄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다. 정말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의 전율을 느끼는데, 쉽게 말해 기자회견문은 전교조의 실체에 대한 지금까지 그 어떤 언론이나 정당의 성명서를 웃도는 빼어난 분석이자 핵폭탄이다. 

실은 바로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서 오늘 방송을 자청했다. 그리고 그 날 기자회견의 효과, 여파는 즉각적이다. 오늘 공언하지만, 나는 지난주 이후 전교조는 사실상 붕괴, 사실상 와해됐다고 본다. 왜? 인헌고 학생들의 반격을 받고 전교조는 교육적으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지금까지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의 표현대로 사상독재 전위부대로 활동해왔는데 그들이 전과 같이 교실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장난칠 수 있을까? 매우 어려워졌다. 이것만해도 전교조는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이다.

물론 전교조은 아직 건재하다. 전체 교사 85만 명 중 10%인 그들 8만 내지 9만 명은 여전히 철옹성이고, 앞으로 저항을 해올 것이다. 당장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주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자신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소리다. 그리고 인헌고 교장이라는 자는 그 학교 전교조 교사들의 교육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발뺌했다. 그리고 파렴치하게도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었는데, 그건 학생들을 둘로 갈라놓고 싸우게 하는 짓이다. 자, 그래서 물어봐야 한다. 인헌고 학생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게 우리 과제다.

우선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폭력행위를 저질러온 교장과 교사들에 대한 파면이나 해임을 요구하는 게 옳다. 정당과 시민단체가 최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 목표는 당연히 전교조 해체로 잡아야 한다. 이걸 목표로 하는 비대위 구성도 하자는 제안을 오늘 방송에서 한다. 

동시에 조희연이야말로 이번 사건의 몸통이니까 법적 책임을 추궁하면서 끌어내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법에 있는 주민소환제라는 걸 잘 활용해서 합법적으로 내쫗아내면 된다. 문재인 끌어내리는 김에 조희연까지 끌어내리는 게 맞다.

그리고 오늘 방송 말미에 이 말까지 덧붙이겠다. 인헌高 기자회견문은 교육혁명, 교실 혁명이고, 학생들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자유우파의 기치 아래 문재인 정부를 붕괴시키는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쉬운 얘기다. 

정말 4.19에서 우리가 봤듯이 고등학생들까지 일어나면 그 정권은 사실상 끝났다는 뜻이 아니냐? 마산고 김주열 군의 시체가 분노를 촉발해 4.19 불길을 키웠듯이 인헌고 사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에 불길을 키우고 있으니 결과가 주목된다.

오버하는 게 아니다. 인헌高 기자회견문은 어쩌면 종교개혁을 촉발시켰던 마르틴 루터의 95개 조항이 되기를 저는 소망한다. 1517년 당시 애송이 신학자 루터가 기존 가톨릭 교회 문제점을 담은 문건을 비텐베르크의 한 교회 정문에 써 붙인 게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의 출발점이 아니었느냐? 

역사는 그렇게 움직인다. 거대한 둑,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데 작은 구멍 하나면 족한 법이다. 인헌高 기자회견문이 꼭 그렇다. 그 기자회견문을 가지고 세상을 바꿔놓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우리 어른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말과 함께 오늘 방송을 마친다.

※ 이 글은 28일 저녁에 방송된 "고교생들이 일어선 인헌高 사태 왜 4·19 냄새가 날까?"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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