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타임스의 文 비판 왜 헛발질로 그쳤나?
미 뉴욕타임스의 文 비판 왜 헛발질로 그쳤나?
  • 조우석 평론가
  • 승인 2019.09.1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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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138회

며칠 전 미국에서 가장 권위가 높다는 뉴욕타임스가 문재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 그걸 살펴보면서 여러분 생각이 어떤지를 여쭤보겠다.

기사 제목은 이렇다. “집안에서 궁지에 몰린 한국 지도자, 오랜 적개심을 선동하면서 일본에 달려들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문재인은 5년 임기중 중간 반환점을 막 지나면서 전례 없이 궁지에 몰렸다.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자신의 정책은 정체상태이고 경제는 침체하고 반정부 시위는 서울에서 강해진다. 이런 곤경 속에서는 일본과 강하게 부딪치고 나가면 득을 본다는 원리에 충실해서 지금 문재인이 반일 선동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 처음엔 문재인 지지율이 반짝 오르는 듯하다가 최근에는 조국이 사태로 추락하고 있다는 얘기까지도 덧붙였다. 결국 반일 선동과 지소미아 파기란 국내 정치 위기탈출용인데, 정치가 잘 안 풀리고 조국 스캔들도 터지자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등장시켰다는 논리다. 어떠신가? 미국에서 가장 권위가 높다는 신문이고 백악관과 오피니언 리더 층에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유심히 챙겨본 것인데, 결과는 그렇게 신통치 않다.

한마디로 헛다리를 짚었다고 본다. 기사를 아무리 살펴봐도 문재인 반일 선동의 핵심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꽤 긴 기사인데, 어느 한 곳에는 문재인 식의 뒤틀린 역사관 즉 싸구려 민족주의 충동에 대한 지적이 있어야 하고, 그게 북한 김정은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옳다. 그래서 그 기사는 100점 만점에 50점밖에 줄 수 없다. 100점을 다 맞으려면 좌파 민족주의자 문재인이 일본과 각을 세워서 북한 김정은과 이른바 민족공조를 하는 게 그의 최대 정치적 목표라는 점을 제대로 언급했어야 옳았다. 뭐가 잘 안 풀리니까 들고 나온 카드가 반일이 아니고, 반일 그걸 하기 위해 지금껏 은인자중해오다가 본색을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

뉴욕타임스와 그 기자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꽤 실망스러운 게 분명하고 한국정치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데 실패한 기사라는 생각엔 변함없다. 내가 만일 쓴다면 “문재인이 자신의 빨갱이 본색을 드디어 반일로 꽃 피었다”라고 쓰겠다. 사실 한국정치판의 구조는 한마디로 뭐냐? 지난 30년 한국정치는 좌경화 일색이었고, 그걸 지배하는 으뜸가는 원리는 좌파운동권이 입만 열면 외치던 구호인 민중과 민족 아니었느냐?

민중이란 북한식 인민을 뜻하고, 계급독재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족이란 좌파 민족주의를 말하기 때문에 여기에 빠지면, 빨갱이 아닌 빨갱이로 전락한다는 요소를 그걸 쓴 기자는 잘 몰랐다고 봐야 한다. 그가 더 몰랐던 것은 문재인이야말로 거기에 오염된 대표적인 자라는 점이다. 그런 식의 분석은 이 기사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실은 그 기사가 난 것은 지난 8월 30일인데, 결과적으로 한 발 늦은 기사가 되고 말았다. 한 발 늦었느냐? 한마디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실질적 기능을 맡아온 게 지소미아인데, 그걸 파기하면서 문재인이 반일을 넘어 반미로 치닫고 있다는 측면까지 포괄적으로 썼어야 했다. 즉 반일 선동이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을 둘러싼 위기 국면 탈출도 하자는 속셈이지만, 본질은 반일 정서를 핑계로 완전히 한미동맹까지 깨려는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정말 한미동맹은 오래 전부터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다.

연합훈련을 하지도 않고, 전략자산 배치 중단으로 약해질대로 약해진 게 한미동맹의 현주소가 아니냐? 지금 한미동맹은 지소미아, 전작권, 주한미군이라는 세 가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이 상황에서 지소미아라는 한 기둥이 없어지기 일보 직전이고, 전작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2년 뒤엔 그걸 찾아온다고 하는데, 과연 북한의 남침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상황에서 덜렁 남은 하나는 주한미군 병력뿐인데, 이 역시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그리고 차제에 얘기하지만, 문재인의 미국을 보는 시선 자체가 삐뚤어졌다.

문재인은 자신의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이같은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던 바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가쓰라-태프트 밀약 때부터 함께 국제적 영향력을 논의해온 관계다. 오랜 세월 동안 우호적이었고 태평양지역 방어와 세계전략을 함께 논의했다. 일본을 바라보는 차원과 전혀 다르게 미국은 한국을 도움을 주는 차원으로 생각한다. 이제 한국은 미국과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위치를 격상시켜야 한다"

이 발언 매우 조심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본래 한 편이고, 우린 피해자였기 때문에 미국 일본과 한 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사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언제쩍 얘기냐? 1년 하고도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우리 힘이 없어서 식민지배로 굴러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서 미국과 일본이 몰래 약속을 해서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하고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걸 서로 눈감아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너무도 다르다. 그렇다면 엄연히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문재인은 엉뚱한 짓을 벌이고 있다. 말로만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말하고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를 떠벌이면서 실제론 뒤에선 그걸 깨는 짓을 외교랍시고 하는 것이다

다시 뉴욕타임스 얘기로 돌아오는데, 그 정도 매체의 기자라면 정확한 기사, 문재인의 실체를 꿰는 기사로 미국 조야에 두루 양질의 정보를 전해줬어야 하는데, 그게 여로 모로 아쉽다.

그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구인지 한번 살펴봤다. 뜻밖에 한국인이다. 최상훈이라는 토종 한국인인데, 그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사실 외국 언론의 서울특파원들이 예전과 달리 한국인이 훨씬 많다. 엄청 노력해서 뉴욕타임스까지 올라갔을 것이란 점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왜 하필 ‘노근리 사건’ 보도로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경력이 좀 걸린다.

그는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와 AP 통신사에서 각각 3년, 11년씩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2005년 이후는 뉴욕타임스의 유일한 한국 특파원 자리까지 올랐다는데, 여전히 찜찜하다. 그리고 그가 전형적인 386세대라서 과연 한국 현대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있을까도 조금 걱정스럽다. 어쨌든간에 2019년 가을 한국의 진실을 천하의 뉴욕타임스가 잘 보도해주길 바라며 오늘 방송을 마친다.

※ 이 글은 5일 방송된 "미 뉴욕타임스의 文 비판 왜 헛발질로 그쳤나?"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 제138회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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