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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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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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집정부제 개헌은 잠꼬대 같은 소리일 뿐

▲ ⓒ뉴스타운
정치권에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언제부터인가 야당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 반면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공격에는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특히 작년 12월에 불거졌던 새민련 문희상 대표의 대한항공 처남 취업청탁 사건은 좋은 비판의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는 공개적으로 비판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대표였다면 문희상 처남 청탁사건은 대형 정치이슈화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라는 작자가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서는 힘을 빼는 발언을 예사로 하면서도 야당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필경 무언가 정치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 이유는 혹시 우리는 모른척하고 있을 테니 야당이 총대를 메고 개헌여론을 앞장서 조성하라는 암묵적 거래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 새민련 우윤근 원내대표는 어제 있었던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바로 지금이 '개헌 골든타임'이다"며 개헌을 주장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말하면서 "내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개헌론자인 우윤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유승민이 당선된 것과 관련,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전향적인 지도자가 여당의 원내대표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은근히 개헌을 부추키는 발언도 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나올 때마다 시범 케이스로 들먹이는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오스트리아가 여야 갈등과 좌우 갈등을 극복하고 여야가 연정해 직선제 총리와 의회가 견제기능을 갖추며 국민소득 5만불을 넘는 경제대국이자 민주국가가 된 것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며 "한국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선진국가로 가기 위해 개헌문을 반드시 터야 한다"고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주장한 인물이다. 

한번 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지난달 15일에 있었던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회동이 끝난 후 양측은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감안해 추후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룬바 있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개헌 논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완구 전 원내대표 역시 개헌논의를 미루자는 입장을 밝히며 이룬 합의였던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승민의 발언이다. 유승민은 취임인사차 새민련 우윤근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승민은 전임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총무가 합의한 사항에는 개헌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치권이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고 있는 개헌론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모 언론사의 논지도 있었다. 

평소 개헌론에 찬성의견을 보여주었던 이주영 의원과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홍문종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러닝메이트였던 것이 부조화를 이룬 반면, 유승민 의원과 정책위의장으로 런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의원은 개헌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줌에 따라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새누리당 소속 50여명이 유승민에게 몰표를 던져주었다고 이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현실적 측면을 봐도 개헌론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뚜렷하게 앞서가는 차기 대권주자도 보이지 않는데다 서로가 차기 정권 획득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망됨에 따라 권력 나눠먹기를 전제로 한 모종의 야합성 개헌론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치권이 금과옥조처럼 들먹이는 오스트리아의 인구는 820만 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나라다. 면적도 남한의 80% 수준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총선에서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이 27.1%, 중도우파인 인민당이 23.8%, 극우 자유민주당이 21%, 녹색당이 11%, 팀 슈트로나호가 5.8%, 뉴 오스트리아 당이 4.8%를 획득하여 원내 진입에 성공했고, 오스트리아 동맹은 3.6%를 얻어 원내 진입 최소요건인 4%에 미달하여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처럼 원내에 진출한 정당이 6개 정당이나 되었을 정도로 인구는 적지만 다당제가 발달된 나라다. 이 나라의 인접국은 유럽연합에 속한 나라들이며 긴장을 유발시킬 적대국가도 없다. 이 나라의 국민은 문화수준도 높고 우리처럼 지역감정도 없으며 종북세력이라는 단어조차도 없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호시탐탐 적화통일을 노리며 100만 대군을 양성하고 있는 최악의 북한 독재정권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매우 위험한 지역임은 전 세계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권력 나눠먹기 개헌론에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다. 

오스트리아처럼 하나의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정권을 획득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당제가 고착되어 있다면 모르되 양당제가 고착된 우리나라에서 이원집정부제를 들먹이는 것은 국회에서 권력을 나눠가지고자 하는 속이 시커먼 정치인 그들만의 야합일 뿐, 대다수 국민은 저들의 개헌론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헌에 무슨 골든타임이 존재한다고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느니 내년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소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잠꼬대 같은 소리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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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2015-02-06 03:29:11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군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경제·외교 분야에는 최고의 엘리트를 기용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 행로를 같이한 정치인들을 중용했지만 그 시절 청와대에도 개혁을 추진하던 학자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 그룹과는 각별했고 소통이 잘되었던 대통령이었지만 자신의 개성이 너무 강해 갈수록 독선으로 흐르더니 2007년 대선에서 여당은 참패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하다가 2011년에 한나라당이 몰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날과 같은 ‘불통과 측근 정치의 화신(化身)’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참모가 이토록 존재감 없는 인물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한 이도 없었다. 무엇보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사건은 박근혜정부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라고 불리는 측근 비서 그룹이 분수에 지나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통령 주변에 이런 수준의 사람들뿐이면 대통령의 수준도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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