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준 밥상도 걷어찬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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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려준 밥상도 걷어찬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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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의 회군은 건전야당 출현을 기대한 국민에겐 실망

▲ ⓒ뉴스타운
지난 7.30 재,보선에서 호남지역의 민심은 크게 요동쳤다. 새민련 권은희가 출마한 투표율은 ‘여기가 호남지역이 맞나’ 라고 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최저투표율을 보여주었다. 새민련의 친노 서갑원을 밀어내고 새누리당 이정현을 선택한 순천과 곡성지역의 민심도 역시 광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새민련을 대하는 호남민심이 예전과는 달리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는 의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호남지역의 새민련 지지율은 과거 민주당 시절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칩거에 들어간 박영선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절호의 기회로 보이기도 했다.

며칠간 탈당이라는 초강경 배수진을 치고 칩거에 들어갔던 박영선이 결국 새민련 내로 돌아온 것을 보니 역시 박영선은 과거 김대중이나 김영삼 같은 큰 인물이 되기엔 당초부터 그릇이 아니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적어도 당의 대표라면 김대중이나 김영삼 급 같은 승부사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승부사 시늉정도는 내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아니었다. 돌아오는 모양새도 여간 우습지가 않았다.

새민련 국회의원들이 의총이라는 의결기구를 제쳐놓고 설문조사로 당 대표를 불러들이는 모양새도 기상천외한 방법이었지만 탈당까지 배수진을 쳤던 박영선이 당으로 회귀 모습을 보면 한편의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이번 내홍으로 새민련 내의 속살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새민련 내에는 최대 13개의 계파가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문재인도 언제든지 친노강경파들로 부터도 따돌림이 가능한 처지라는 것도 밝혀졌다. 당내 중진이라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몸보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도 밝혀졌고, 목소리 큰 싸움꾼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면 당은 언제든지 대혼란 상태로 빠져들 수 있음도 밝혀졌다. 다선의원과 초선의 경계도 무너졌고 정치선배나 후배간의 위계질서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수라판이었다. 

그러나 새민련 당내에는 '민집모' 멤버와 같은 친노강경파와 대척점에 선 온건합리파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고, '민집모' 멤버 중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멤버가 최소한 8명이라는 점도 알려졌다. 이들은 언젠가 기회가 오면 집단 행동에 나설 태세가 된 잠재세력으로 보인다. 급기야 조경태 의원은 당을 해체하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 다시 뭉치자고 하는 소리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만약 박영선이 자신의 처음 발언대로 탈당을 결행했다면 언젠가 이들은 박영선과 합류가 가능한 세력으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선거가 한참 멀었으니 막상 탈당을 해도 박영선의 브랜드만을 가지고는 당장 파괴력은 보여줄 수가 없겠지만, 오히려 선거가 한참 남았다는 것이 차기 총선을 위해 세력을 다지고 새로운 진영을 구축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유리했을 것이다.

박영선은 칩거를 하는 동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기에 앞서 적어도 은 새민련의 지역기반이 되는 호남지역의 민심이나 정서부터 살펴봐야 했다. 7.30 재,보선 결과가 말해주듯, 호남지역 민심이 예사롭지 않게 변하고 있는 것은 새민련을 지지하기는 하되 친노강경파들의 횡포와 패악만은 극도로 거부하는 여론이 형성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집모'에 서명한 멤버 중에는 호남에 지역기반을 둔 의원이 8명이나 된다. 이것은 용기가 있고 소신이 뚜렷한 의원이 8명이라는 것이지 막상 헤쳐모여가 시작되면 그동안 친노강경파의 분파주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던 잠재적 동조자들도 상당수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했다.

또 당 외로 밀려난 강운태 전 시장이나 이용섭 전 의원, 강봉균 전 장관 같은 합리적인 중도파들의 동참도 이끌어 내어 호남지역의 지지기반은 새민련에서 박영선이 주도하는 신당 쪽으로 넘어올 개연성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영선은 이런 분석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영선이 탈당을 결행했다면 이것은 반대로 친노강경파들의 고립을 의미하여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여기에다 박영선이 친노강경파들의 당내 분란상황과 문재인 간에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 까지 소상하게 밝혔다면 박영선의 주가는 단박에 야당을 대표하는 인물로 크게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역학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한평생 동안 대운(大運)이 찾아오는 시기는 일생에 세 번 정도 있다고 한다.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이 찾아오는 이 대운을 잘 잡으면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대운이 찾아왔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살게 된다고 한다. 또한 대운은 항상 위기 속에서 찾아온다고 하니 어쩌면 박영선이 친 탈당 배수진은 하늘이 내려준 천기(天氣)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영선에게는 결단력도 없었고, 정세를 내다보는 판단력도 없었다. 차라리 탈당이라는 말을 하지 않느니만 못한 모양새만 되고 말았다. 박영선의 회군은 정치판에서 친노강경세력을 고립무원 상태로 몰아넣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도 크게 제고(提高)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이런 국회는 해산되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이때가 정계개편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지만 박영선의 선택은 친노탈레반들을 배격하고 건전한 야당의 출현을 기대했던 다수의 국민에게는 큰 실망감만 안겨주는 모티브가 되었다. 이번 기회에 구 민주당 시절의 박순천 여사와 같은 인물이 탄생하나 싶었지만 역시 박영선은 박순천 여사에 비교하기에는 격도 달랐고 급도 달랐다. 한편의 해프닝은 단 4일만에 허무하게 막을 내렸고 친노탈레반들의 수명이 또 연장되는 생명력만 부여한 꼴이 되고 말았으니 뒷맛이 어찌 개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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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wlqah 2014-09-18 15:41:02
민집모가 온건합리파라니...혹시 민집모회원 보좌관이 글 썼나? 상황파악 지대로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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