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선언 25년, ‘역사인식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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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선언 25년, ‘역사인식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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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간 :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같은 ‘한일판’ 창설 필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을 수행하지 못한 정치의 책임은 막중하다. 일반 시민 중심의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큰 파탄은 면했지만, “미래 지향”이라는 형이상학적 이상향만을 주창하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양국 관계 구축은 바랄 수 없다는 것을 능히 배울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해왔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한국의 드라마 ‘겨울연가’에 빠져든 일본인 팬들부터 K-팝이나 한국 화장품에 매료되는 일본 젊은이들에 이르기까지 이제 한류(韓流)는 세대와 분야를 뛰어넘어 일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진단일 것이다.

동시에 일본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과 일부 일본 영화들이 한국에서 대히트를 하는 등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 자체는 이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거의 일상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은 대단히 활발한 상황이다.

이 같이 두터운 한일 양국의 문화 시민 교류의 토대가 된 것을 두말할 것이 없이 김대중-오부치 한일 공동선언이다. 도쿄를 방문한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998년 10월 8일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대신과 함께 한일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과거사 인식을 포함한 11개 항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에서 일본은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특별담화”를 기초로,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했다.

당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이를 평가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한 서로의 노력을 당부했으며, 문화침략에 대한 한국내의 극심한 경계 속에서도 오랫동안 문을 닫아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정상 간의 엄중하고도 어깨 무거운 결단으로도 한일관계의 완전한 개선에 이르지 못했음은 현실이다.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특히 공동선언이 극복하려했던 ‘역사 문제’에서는 갈등이 반복돼 왔다. 그만큼 역사문제는 미래세대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 주권과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노예(Sex Slavery, 이른바 위안부) 문제에서는 한일 정부 간 합의는 피해자 중심의 합의가 아니라며 합의를 한 정부의 후임정부가 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또 일본에 의한 한국인 노동자 강제 징용 문제에서는 한국 대법원의 최종적 사법 판단을 계기로 ‘일본이 사실상 보복조치를 취하는 등’ 갈등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을 수행하지 못한 정치의 책임은 막중하다. 일반 시민 중심의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큰 파탄은 면했지만, “미래 지향”이라는 형이상학적 이상향만을 주창하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양국 관계 구축은 바랄 수 없다는 것을 능히 배울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해왔다.

2023년 봄 들어 한국 측이 일본에 의한 한국인 강제 노동자 징용 문제에 대해 하나의 해법이라는 것을 제시하면서 관계는 개선 기조에 있다. 그렇다고 1998년 10월 8일 공동선언이 목표로 한 “진정한 상호이해”는 도중에 다시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아사히신문 9일자 사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아사히 사설은 “역사인식의 공유를 목표로 하면서 상호 이해를 추진하려면, 문화면에 그치지 않는 ‘중층적 교류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에 대학 학점을 서로 인정하는 ”에라스무스(ERASMUS=European Region Action Scheme for the Mobility of University Students)“로 불리는 한-일판 창설은 검토할 만하다고 권고했다. 충분한 가치가 있는 여사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어 바람직한 제언으로 보인다.

1998년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퇴색되지 않았다. 다만 한일을 둘러싼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사설은 “경제나 생활수준에서 거의 나란히 선 한일은 '수직적인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본다면서 “북한의 위협, 대립을 심화시키는 미-중, 저출산 고령화 등 마주할 과제는 갈수록 겹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배우고, 서로를 높이는 그런 신시대의 관계 구축을 지금이야말로 목표로 할 때라는 아사히 사설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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