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속 어부지리(漁父之利)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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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속 어부지리(漁父之利)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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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도 동남아·남아시아로부터의 수입 증가
- 아시아 신흥국, 중국과 선진국 간 무역 중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 등 세계 무역시스템은 끊임없이 타격을 받아왔다.

최근의 이러한 위협들은 세계가 다시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으로,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2023년에는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이니 세계 경제가 침체된 지 불과 2년 만에 해운업계 기업 간부들은 국제무역의 앞날이 어두운 국면으로 접어들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경기순환의 물결을 넘어서 보다 깊은 부분에서도 세계 무역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영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지적하고 나섰다.

기업은 생산체제를 재검토하고, 각국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처음 중국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을 때만 해도 엄두도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첨단기술의 대(對)중국 수출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미국 내 제조업 투자에 대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만들어 대대적인 ‘메이든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를 더욱 더 강조하고 있다. 이에 기존의 세계무역체제의 재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고, 그 새로운 지리적 판도의 개요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세계 물품 무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2020년의 침체에서 회복을 훌륭하게 이루긴 했다. 그 물품 무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모든 무역 루트에서 거래가 활발해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 조치를 내놓을 당시 그동안 중국과의 거래 일부가 아프리카나 중남이 국가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계무역 구도 변화로부터 가장 혜택을 받은 곳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와 지역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갈등하는 동안 실질 이득을 챙긴 곳이 아시아이다. 어부지리(漁父之利)이다.

세계 전체의 무역 데이터가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최근 상황을 파악하려면 선진 경제대국의 수입 데이터를 보는 것이 좋다며 이코노미스트는 그것을 바탕으로 진단에 나섰다.

지난 11월 3일 발표된 9월 미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2년 19월 미국의 수입은 2018년 같은 시기에 비해 33%가량 늘었다. 하지만 상대국에 따라 상황은 다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4년 전에 비해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전쟁을 걸면서 미국 수입에서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유럽연합(EU) 수입도 주춤해 2018년에 비해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을 중심으로 우방과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은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의 수입 증가율은 각각 39%와 34%였다.

지난 4년간 미국 수출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동남아, 남(南)아시아다. 방글라데시와 태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은 2018년에 비해 80% 이상 늘었다. 베트남에 이르러서는 170%를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로부터의 수출도 60% 이상 확대됐다.

그 결과 미국 수입 전체에서 중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1%에서 2022년 17%로 4%포인트 낮아졌다. 중국은 예전에는 아시아 대미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점유율이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 중국에서도 동남아·남아시아로부터의 수입 증가

중국 이외의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동남아·남아시아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 1~9월 중국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같은 시기에 비해 2%포인트 낮아졌다. EU의 점유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동남아시아 지역 10개국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으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2%포인트 상승했다.

유럽연합(EU)의 무역 데이터는 미중 통계보다 시차가 크지만 EU에서도 수입에서 차지하는 동남아·남아시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EU의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에 상승했지만 동남아·남아시아로부터의 수입 역시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EU의 수입원 점유율 데이터를 봐도 동남아·남아시아로부터의 수입 증가에 비견할 만한 성장이 나타난 지역은 그 밖에 없다.

제품이나 부품의 새로운 조달처를 개척하려면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근 데이터에서 드러난 무역 패턴 변화의 상당수는 올해 지정학적 긴장 고조 이전에 기업들이 취한 선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상황이 평온했더라도 어느 정도 무역 구도 변화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중국에 있어서의 인건비의 급등은 섬유나 의류라고 하는 이득의 폭이 얇은 제조업이 방글라데시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영향은 역시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바운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대중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품목에 한해 중국 수입이 미국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관세 도입 때 36%에서 올해 39%로 상승했다.

반면 관세율 7.5%인 품목에 대해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율은 24%에서 18%로 떨어졌고, 또 25%라는 매우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다수의 IT관련 장치 등의 점유율은 16%에서 10%로 떨어졌다. 가구에서 반도체까지 미국의 중국 제품 의존도는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 아시아 신흥국, 중국과 선진국 간 무역 중개

이 변화를 상세하게 분석하면 복잡한 요인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나 베트남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의 상당수는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확증을 얻기 위해 필요한 공급망의 상세한 데이터가 밝혀지는 것은 몇 년 뒤의 일이겠지만, 중국의 지금까지의 수출 통계가 이를 시사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을 보면 전체 중국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포인트 떨어졌지만 이와 같은 만큼 아세안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증가했다.

이처럼 데이터를 분석하면, 아시아 신흥 경제국들이 중국과 세계 부유국 간 무역을 중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공급망이 세계경제 구도를 다시 쓸 수 있다는 전망은 아직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무역 구도의 변화는 인도에서 필리핀까지 호(弧)를 그리듯 늘어선 나라들에게 바로 혜택을 준다. 앞으로 요즘의 지정학적인 여러 문제의 영향이 겹쳐짐에 따라, 아시아의 공급망의 가치는 중국 이외의 나라와 지역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어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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