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토록 영화제 시네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전체적인 줄거리는 우리나라 근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미니시리즈나 시대극과 다르지 않다. '모리화'란 하얀 꽃 잎을 가져 국내에서도 은은한 향으로 꽃차로 즐겨 쓰는 쟈스민을 가르키는 말이다.
영화 <첨밀밀> 등 감미로운 중화권의 멜로 영화에서 익숙하게 듣던 배경음악이 짙게 깔리며 1937년 중국 상하이의 한 사진관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소녀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다시 이 영화는 마치 국내 영화 <아나키스트>에 등장하는 흑백사진 속 등장인물처럼 2~30년대 멋 드러진 근대식 양복과 고품격의 야외 드레스를 입은 중국인들이 앨토 색소폰이 깔린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따라 멋진 파티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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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사장의 방문으로 영화배우의 꿈을 이룬 할머니 '모'(장쯔이 분) ⓒ giff.org^^^ | ||
모 - 1장. 할머니
편모 슬하에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18세 소녀 '모'(장쯔이 분)는 영화 배우가 꿈이다. 어느 날 영화 제작자 맹사장의 눈에 띈 모가 영화배우의 꿈을 이루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녀의 성공을 축하라도 하듯 열린 사교 파티장인 것이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편모 가정의 3대에 걸친 여인사를 통해 중국의 근현대사 속 인민들의 생활상을 재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맹사장과 스캔들로 임신 하게 된 그녀는 임신하게 되고 이어 낙태를 권유 받는다. 그녀가 낙태를 거부하던 어느 날, 발발한 전쟁 가운데 그녀는 자신을 이용하고 버리고 도망간 그의 과거를 알게 되지만, 사생아 '리리'를 낳게 된다. 이제 3대을 잇는 한 집안의 질긴 운명이 장난이 시작되는 것인가.
리 - 2장. 어머니
다시 18년이란 시간이 흘러 모택동의 중국 공산당 집권 시절, 모의 딸 '리리'(이하 리)도 결혼할 나이가 되어 제철공장의 노동당원 조우지에에 푹 빠져 사랑을 하게 된다. 연애시절 '리'의 모습은 장쯔이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한 장이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 외딴 시골에 부임한 선생님과 키우던 애틋한 정서와 닮아 있다.
조우지에에 던지는 수줍은 미소는 다시 한번 그녀의 데뷔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리리' 역으로 변신한 장쯔이가 어머니 '모' 역할 때의 '모.리.화'라는 곡을 다시 불러 두번씩이나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여인의 한(恨)'이란 한국적 정서에 익숙한 국내 관객을 위한 또 다른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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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제공장 노동당원 조우지에와 결혼한 어머니 '리' (장쯔이 분) ⓒ giff.org^^^ | ||
하지만, 끼 많은 배우 출신의 '모'(조안 첸 분)가 자신의 옛 남자를 닮았다고 '샤오까오'라 부르며 던지는 야릇한 시선, 삼촌이라 불리는 헤어드레서가 동거녀 '모'의 딸 '리'를 바라보는 유혹의 눈길 등은 결국 '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게 된다.
남편을 넘 보는 어머니 시선과 딸 '화'의 잡자리를 챙겨주는 남편에 대한 지나친 정신착란은 과거 자신이 여렸을 때 기억과 살아온 발자취로 인한 컴플렉스가 편집증으로 변해 이를 이기 못한 남편을 자살로 내몰게도 하는데.. (이후 '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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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친구 샤오투와 단란한 연애를 즐기는 '화'(장쯔이 분) ⓒ giff.org^^^ | ||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격정적이고 극적인 에피소드는 '화'의 인생일 것이다. 13년이 지나 자본주의가 유입되기 시작하는 1980년대 중국 사회, 할머니 '모'와 함께 사는 '화'는 보이시하면서도 진취적이다. 앞선 할머니나 엄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강인한 생활력의 그녀에게도 가난한 고학생 남자 친구 샤오투가 생겨 스크린 속의 '리'가 대략 6~7살로 보였으니까 '화'의 이야기도 결혼 적령기 때의 에피소드이다.
부모 몰래 '결혼증서'를 발급받은 두 사람 역시 '리'의 연애시절과 유사하게 달콤했던 가운데 입신을 하게 되자 할머니 '모'는 낙태를 권유한다.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는 샤오투의 말에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화'의 모습에서 오래 전 인기리에 방영되어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젊은이의 양지>(출연 이종원, 하희라)나 <태양은 가득히>(출연 박상민, 김지수)가 떠올랐다.
'화' 역시 대를 잇는 불행을 피할 수는 없었을까.
이 영화에서 성격이 강한 3대의 여인들은 쉽게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이며 모계 중심사회 답게 남자를 먼저 좋아하고 '화'처럼 실컷 뒷바라지 하면서 아이를 가진 채 기다리지만, 덜컥 편지 한 장만 던져진 채 위선 가득한 지식인 남자에게 결국 버림받아 꿋꿋이 혼자 살아가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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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모.리.화>에서 1인 3역으로 각각 열연한 주연배우 장쯔이와 조안 첸 ⓒ giff.org^^^ | ||
화려한 시절, 잡지 표지에 난 자신의 사진을 불태운 할머니 '모'의 죽음과 함께 홀로 남겨진 '화'는 만삭이 되어 갑작스레 전화를 걸고 택시를 부르고 병원에 달려간다.
알고보니, 미혼모 처지의 '화'가 출산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연습. 이 때부터 관객들의 눈시울이 적셔진다. 위로부터 물려지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여자의 몸부림, 하지만, 운명은 언제나 예고되지 않은 채 다가오는 법. 양수가 터진 채 퍼붓 듯 내리는 빗속 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화'는 거리 수화전을 붙들고 절규한다.
온 몸을 적시는 빗물과 눈물 사이로 직접 출산 후 아이의 탯줄을 자르려는 '화' 역의 장쯔이는 그녀의 외모 안에 머물렀던 과거 출연작을 훌쩍 넘어 연기력의 완숙미로 인해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마도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세 여인에게 주어진 질곡의 삶을 통해 여성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결혼 등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잔잔히 조명하고 있는 이 영화 <모.리.화>가 딸을 가슴에 안고 미소짓는 '화'의 온화한 미소 뒤로 과거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이린시절 '화'의 단란한 모습에 진한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자녀와 함께 관람 왔다는 광주시에 거주하는 40대 주부는 "줄거리는 예상할 수 있어 평범해 보이지만, 두 시간 동안 푹 빠져 한 여자의 일생을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아시아권 영화라 우리 정서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관람평을 전하며 "친절한 금자씨('상업 영화'류를 이름)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이런 좋은 영화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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