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평등'과 '경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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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평등'과 '경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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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비평준화가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이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란 저서에서,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 가운데 하나로 '교육에 따른 계급구조화, 시장불평등의 교육 영역의 지배'를 들었다.

최 교수가 지적한 대로 교육문제는 부동산문제와 함께 올들어 가장 오래도록 논란이 지속되는 사회문제다. 최근에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실시를 두고 서울대와 당·정·청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다. 정부측에서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서울대측에서는 변별력있는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외눈박이' 우파 언론들의 보도 태도

서울대의 입장을 지지하는 우파 언론들은 유럽이나 미국 등 대학교육 선진국의 사례를 곧잘 인용한다.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에서는 학교 교육이 거의 무상으로 제공된다. 교육기회의 평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우파 언론들도 기사의 서두에서 외국사례를 설명할 때는 이들 나라가 교육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고, 그러한 여건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쟁의 결과에 대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정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사의 끝부분에서 국내문제로 환원시킬 때는 교육 기회의 문제는 거두절미하고, '선진국은 경쟁의 결과를 인정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느냐'며 일방적으로 비난한다. 당연히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기회의 평등, 공교육 정상화

좌파진영이 주장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는 사교육의 비대화, 그리고 그로 인한 교육기회의 불평등이다. 교육기회의 평등을 위해선 사교육을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공교육이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 교육당국이 내놓은 정책이 '고교내신 강화'다. 3년간의 학교 수업이 대학입학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을 높임으로써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현행 고교평준화 체제 하에서도 고교간 학력차가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특목고가 아니더라도 서울의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고교간의 학력격차가 뚜렷이 벌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입장에선 고교내신 성적을 일률적으로 동일한 평가요소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고교간 학력격차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교간 학력격차를 완전히 없애거나, 아니면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는 수밖에 없다. 일부대학이 실시했던 고교등급제에 대해선 정부와 시민단체가 연좌제 운운하면서 '3不정책'의 하나로 금지시켰고, 학교간 학력격차를 완전히 없앤다는 발상은 사실상 현실화하기엔 불가능한 일이다.

불완전한 고교평준화 체제 아래서 고교등급제도 불가능하게 되자, 대학에선 변별력있는 평가를 위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강화'를 대안으로 내놨다. 등급화된 로또수능과 로또내신으로는 우수학생 선별이 불가능한 대학측으로서는 논술고사 강화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논술강화를 본고사의 부활로 단정짓고 사교육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며, 역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집단이든 1%나 5%면 아주 우수한 인재라며, 그 가운데서 선발해 얼마든지 훌륭한 학생을 키울 수 있다"고 거들었다.

대학측의 입장은 차치하고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노 대통령의 말은 '1%의 학생이나 5%의 학생이나 실력이 아닌 운에 대학진학을 맡기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본말이 전도된 현 정부의 교육정책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은 모든 것이 '사교육 억제'로만 쏠려 있다. '무엇이 우리 교육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하냐'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교육을 원천봉쇄해 교육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냐'에 골몰해 있는 것이다.

교육 문제에 있어 '평등'만을 내세우는 정부, 그리고 서열화된 '경쟁'을 강조하면서 정작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대학과 우파 언론, 양쪽 모두 잘못이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면 교육기회의 평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학생간의 실력 경쟁을 통한 대학선택권·학생선발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고교비평준화가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

그리고 그 유력한 대안은 '고교평준화 정책의 폐기'에 있다고 본다.

현행 고교평준화 체제 하에서는 사교육이 줄어들래야 줄어들 수가 없다. 한 교실에 50명의 학생 가운데 25등 하는 학생의 수준에 맞춰진 공교육으로는 고난이도의 학습을 원하는 상위권 학생과, 기초·보충학습을 원하는 하위권 학생들을 원천적으로 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제7차 교육과정의 요체는 '수준별 교육'이다. 평준화 내에서 우열반을 1-2시간 운영할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자체의 비평준화가 수준별 교육이라는 교육 취지에 더 잘 부합한다.

평준화 30년 동안 서울대 신입생의 부유층 자녀 출신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졌음을 나타내는 통계자료가 고교평준화 정책이 '교육기회의 평등 보장'에는 실패한 정책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대다수 명문고등학교가 서울 강남에 집중돼 있지만, 고교 비평준화를 실시하면 강북에도, 그리고 지방에도 얼마든지 명문고가 생길 수 있다.

고교비평준화를 통해 서울 강북과 지방 등 고액 사교육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학교에서 수준별 심화 교육을 시켜줌으로써 사교육 수요를 줄일 수 있다. 그리하면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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