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폐막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관련 정상회의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재를 틈타, 경제협력 강화 등을 내세우며 참가국들의 포섭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리로 출석한 해리스 부통령은 7일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중국이 해양 진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전형적인 발언을 되풀이 하면서 중국과 필리핀 등과의 영유권 분쟁 해결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미 행정부 관리는 이 지역이 미국 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미 부통령은 6일 회담을 주재한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는 “기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불참에 실망하느냐는 질문이 날아드는 등의 모습”에 관심이 쏠렸다. 해리스 부통령의 존재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불참에 더 큰 관심이 쏟아지는 등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파악해보려는 질문들이 쏟아졌다는 인도네시아 현지 신문인 자카르타포스트(Jakarta Post)의 보도이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불참 이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는 외교상 굴욕”이라고 비판적 기사를 내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4년 연속 EAS불참으로 ‘EAS경시’라는 강한 비판을 받았던 것을 고려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와는 다른 노선으로 전환을 시도하긴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EAS 불참의 배경에는 ‘아세안’보다는 대중(對中)전략상 양자관계를 우선시하는 입장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을 한 후 10일에는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제프리 호넝Jeffrey Hornung) 선임 정치연구원은 “바이든의 불참은 미국의 아세안 시책을 선보일 절호의 기회를 놓쳤고, 지역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중국이 이용하기 위한 최적의 재료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리창 총리는 6일 아세안 정상과의 회동에서 “아세안과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서로 돕고 협조와 관용을 견지, 함께 발전하는 길을 걸어왔다”며 아세안과의 유대관계를 강조했다. 미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상황이다. 리창 총리는 아세안과 농산품 무역규모 확대방침도 밝히는 등 아세안의 주요 관심사를 이끌었다.
올해 3월 총리에 취임한 후 처음으로 참석한 리창 총리는 호주, 캄보디아 정상들과 개별 면담을 했다. 중국 기업 주도로 인도네시아에 처음 건설된 고속철도도 시승했다. 다만 아세안 내에는 해양 진출을 추진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감도 만만치 않아, 예상대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7일 방문지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각국의 수뇌와 회담했다. 쌍방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하게 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해양 안전 보장에서의 협력 추진에 일치했다.
모디 총리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우선시 하는 인도의 외교정책인 “액트 이스트(Act East)" 정책을 내세웠고, 회의에서는 이 정책의 기둥이 아세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우리는 해양 협력을 포함한 선진적인 인도태평양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남중국해에서 최근 어선을 집결시키고 있는 중국을 견제했다.
한편, 인도는 9~1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모디 총리의 자카르타 방문에는 신흥국과 도상국들의 ‘글로벌 사우스’의 구심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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