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필요 없다” 소름 쫙 돋는 조선일보 최악의 사설
“주한미군 필요 없다” 소름 쫙 돋는 조선일보 최악의 사설
  • 조우석 주필(평론가)
  • 승인 2019.11.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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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적지 않은 분들이 그런 경험을 하셨겠지만, 오늘 아침에 배달된 조선일보 지면을 보고 저는 소름이 쫙 돋았다. 

이게 과연 조선일보가 맞나? 제호만 가리고 보면 한겨레신문 사설이라고 봐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주한미군 필요없다”는 내용의 실로 쇼킹한 사설이 문제인데,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막 가는 논조를 펼쳐서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보면 조선일보 논조가 왜 위험한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감청고소원이란 말이 있지 않느냐? 북한 김정은이야말로 주한미군 철수를 손꼽아 기다리겠고, 그 못지않게 반역자 문재인이가 이런 국내외 여론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걸 염두에 두자면, 충격이 너무 커서 지금도 얼얼할 정도다.

우선 내용을 검토해보겠다. 제목은 “美 지휘관까지 '주한 미군 필요한가' 韓 핵무장하면 필요 없다”로 되어 있다. 제목부터 “주한미군 필요 없다”는 메시지가 분명한데, 정말 필요 이상으로 경망스럽고 강경한 논조다. 물론 내용을 살펴보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실망과 우려가 깔려 있고, 미국이 정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로선 핵무장을 포함한 결단을 내린 뒤 그 다음에 주한미군이 나가는 것도 양해해줄 용의가 있다는 논리로 마구 치닫는다. 

아주 좋게 본다면 한국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해 이런 사설을 쓴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어쨌거나 주한미군 나가라는 목소리를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낸 것이다. 내용도 거칠기 짝이 없다.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하는 미군 합참의장이 "보통의 미국인들은 주한·주일 미군을 보면서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한가. 얼마나 드는가. 한국, 일본은 아주 부자 나라인데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사꾼 논리로 동맹에 돈을 뜯으려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도 아닌 미군 최고 수뇌부 인사가 비용 문제를 들어 주한 미군 주둔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게 첫 단락인데, 트럼프가 장사꾼 논리로 동맹에 돈을 뜯으려 한다는 표현이 얼마나 고약한가? 삼류 신문의 선동도 이렇지는 않다. 꼭 1980년대 대학가 대자보의 스타일인데, 자칭 1등신문, 메이저 언론 조선일보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트럼프가 동맹에 돈을 뜯으려 한다는 표현은 바로 뒤에 또 등장한다. 지난달 취임한 합참의장이 방위비 분담금을 5배로 올려달라고 한 것은 “돈을 더 뜯기 위해 흥정하는 데 군인까지 나선 것”인데, 그건 “터무니없는 요구”라서 “응할 수 없다”고 극언까지 했다. 더 충격은 마지막 문장 즉 결론인데, 정말 최악이다.

“미국이 주한 미군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 그 경우 한국민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 주한 미군은 필요 없다”

독자 여러분 어떠십니까? 

조금 전 저는 “제호만 가리고 보면 한겨레신문 사설이라고 봐도 되겠다”고 했지만, 그건 한겨레에 대한 결례다. 제호만 가리고 보면 북한 로동신문사설이라고 봐도 되겠다. 우리의 반미 감정을 돋구려고 영락없이 장난친 논조로 딱 좋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한반도 지정학상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존재는 필요하다.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거덜난 나라다. 사회 어느 부문 중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없다. 

청와대 권력이 반역세력이고, 의회도 거대한 운동권 집단이다. 군대와 경찰 그리고 공무원 100만 명까지 대부분 체제수호에 관심 없다. 대학가 지식인 집단도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대한민국 떠받치는 거의 유일한 힘은 주한미군에서 나온다. 이런 점을 두루 염두에 둔다면 조선일보 사설은 정말 미친 것 맞다. 나라가 망할 조건을 두루 다 갖췄는데, 드디어 조선일보까지 망동짓을 벌이는 게 현상황이라는 걸 기억해두실 바란다.

방위비 분담금을 5배로 올려달라는 미국 요구는 분명 과하다. 그렇다고 미군 나가도 좋다는 소리는 미친 것이다. 설사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도 실은 가성비로 따져서 나쁜 게 아니다. 5천만 국민 생명을 지켜주는 비용이 그것이라면 분담 못할 것도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그나저나 이 나라 큰일이다. 북한 김일성이 지난 1972년 주창한 '갓끈 전술'이기 때문이다. 갓끈전술이 뭐냐? 남한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만 잘라내도 갓이 머리에서 날아가듯 남한이 무너지니 한·미·일 관계를 와해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지소미아 피기로 일본이라는 갓끈이 없어질 판국에 이제 조선일보가 앞장 서서 미국이라는 갓끈을 잘라내자고 아우성을 치는 세상이 됐다. 두렵고 참담하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은 너무 걱정 마시길 바란다. 이 나라가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본래가 기회주의적이기 때문에 이 나라가 정상화되면 또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합당한 응징은 해야 옳다. “주한미군 필요 없다”는 조선일보 사설은 창간 이래 최악이 분명하다고 누군가는 지적을 해야 옳다.

※ 이 글은 13일 오후에 방송된 "'주한미군 필요 없다' 소름 쫙 돋는 조선일보 최악의 사설"이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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