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동안 수사과정에서 나온 이런 저런 말들과 한선교 의원의 트윗글로 미루어 보건데 문서 유출 사건의 진원지가 어딘지 대개 짐작이 가는 한편, 김기춘 비서실장이 왜 조응천 비서관이 작성한 문건을 반려시켜 버렸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고 있지만, 그 때문에 대통령이 얼마나 고뇌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어제 오늘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내용, 박지만 회장의 "정윤회가 계속 거짓말을 하면 나설 수밖에 없다"는 발언, 그리고 검찰수사에서 박지만과의 대질심문을 강력하게 요구한 정윤회의 언행 그리고 청와대에서 검찰에 7인회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점을 미루어 볼 때 문건 유출은 누군지 점차 귀결 지어 가고 있다.
물론 박지만 회장이 소문의 진원지인지, 문건 작성에 직간접으로 관계가 되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나 조응천이나 박관천 경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건이 어디서부터 발단이 되었는지는 금시에 추측이 가능해지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노련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사건을 확대시키지 않고 조응천과 박 경정을 조용히 청와대 밖으로 내보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체도 없는 허황된 일로 박 대통령 일가가 구설수에 오르는 게 국가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은 기어이 터졌다. 박 경정의 말대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박 모 씨가 시중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박 경정이 그대로 타이핑을 해서 동향보고서 형식을 만들었든가 아니면 7인회가 청와대 비서관들을 몰아내고 대신 문고리 권력을 잡기 위해 작심하고 문건을 작성한 것인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유출된 문건이 세계일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상 이제는 진원지를 밝혀내고 관계자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거기에 박지만 회장과 아는 사람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이상 박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칫 잘못하면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제대로 사회생활을 이어가기조차 어렵게 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덮어둘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청와대 7인회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다’라는 기사를 보고 불초가 추측한 전말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외로운 사람이다. 부모를 다 흉탄에 잃고 남은 혈육이라고는 여동생 하나와 남동생 하나뿐이다. 지금은 원만한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지만 둘 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는 있는데다 대통령의 혈육이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이 항상 집중되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청와대를 자주 드나들다가는 언제 구설수에 말릴지 모르는 형편이고 따라서 대통령도 형제들을 맘대로 만나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가족도 없는 대통령이 형제자매마저 안 만난다면 그 외로움은 필설로 형용하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취임식 얼마 후 숙소에 돌아가면 나를 반기는 것은 진돗개 두 마리 밖에 없다고 말했던 대통령이지만 동생들이 청와대에 자주 들어오면 소문이 나고 소문이 나면 청탁이 들어오게 마련이라 언제 구설수에 말려들지 모른다. 내가 동생들도 조카들도 안 만나는 것은 내 동생들이 감옥에 가게 될까봐 두려워서라고 고백한 적도 있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친 동생 박지만이 직접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친하게 지내던 측근을 다 잃고 유폐된 거나 다름없는 마찬가지의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고민 끝에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그런저런 까닭을 알고 보니 ‘내 고민은 내가 죽어야 끝이 날 것’ 이라는 대통령의 비장한 발언의 진의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국가와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설사 두고두고 동생의 원망을 듣게 되더라도, 또 그 때문에 훗날 저승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질책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내릴 수밖에 없는 피눈물 나는 결정이었으리라!
그 때문에 세상이 놀랄 폭로를 하겠다고 흰소리나 늘어놓는 문희상, 문건 내용 중에 밝혀진 건 겨우 10% 밖에 안 된다고 허풍을 떨고 있는 박지원, 그리고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정치평론가들이 단호한 결정을 내린 박 대통령을 향해 과연 얼음공주라니 청와대의 자중지난이니 하며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불초는 눈물을 씹어 삼키면서도 초지일관 국가개혁의 길을 가는 박 대통령과 아픔을 같이 하며 성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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