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검은 민주주의(Black Democracy)
한국의 검은 민주주의(Black Democracy)
  • 하봉규 논설위원
  • 승인 2014.09.02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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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희망의 민주주의가 절실하다

▲ ⓒ뉴스타운
최근 해외언론은 한국의 민주주의 실패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세대 가장 성공적인 국가가 민주화 이후 국가경쟁력 하락과 사회적 위기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민주화 초기부터 한국병이라는 국가지도력의 실종은 광범위하게 논의되어 왔다. 민주화 10년후 IMF와 이후로도 연속적인 경제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한 세대전 가장 성공적인 국가가 이렇게 된 데에는 보다 본질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논할 때 전제할 점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로,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는 민주는 선이며. 독재는 악으로 양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에서 이러한 단순화는 오히려 예외적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시대, 지도자는 독재적 경향이 오히려 두드러지기도 하였다. 고대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 진시황(秦始皇)의 독재는 악명높아 만리장성과 분서갱유는 한편으로 독재의 부산물이었다. 로마의 제정을 기초한 카이사르(J. Caesar)는 동시에 독재자의 전형이었다.

독재(권위주의)의 이러한 양면성은 현대 민주국가에서도 지속된다. 오늘날 자유세계의 모범국가인 미국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링컨이다. 하지만 링컨은 남북전쟁의 와중에서 독재자적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국회를 제한하고 대법원장을 위협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또한 20세기 최고지도자로 추앙받는 루스벨트도 삼권분립을 강조하는 대법원과의 일전으로 독재자란 불명예를 안기도 하였다. 결국 민주주의도 시대상에 종속됨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전제할 사항은 한국의 과거 권위주의 장점과 업적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독재체제(전제정)에 순응해왔으며, 반세기전 조국근대화를 위한 군사혁명을 경험하였다. 전제정은 일찍이 계몽주의철학자 몽테스퀴외가 가장 혐오하는 체제로 인간사회가 경험한 최악의 체제였고 자유, 발전(성장), 분권이 없는 진정한 암흑체제였다. 실제로 근대시대를 주도한 서구사회에 비해 만성적인 기아와 지성이 결여된 사회였다. 건국 당시 한국의 경우는 식민지와 내전(6.25)을 겪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민족중흥의 비전을 제시한 군사정부는 세계사의 미증유의 성공을 거두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높은 군사적 부담과 빈약학 자원과 과도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불과 한세대 만에 산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전후 수많은 군사정부가 탄생하였으나,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동시에 달성한 예외적인 것이었다. 민주화에 몰두한 인도와 비교되며, 동시에 만성적 경제위기를 야기한 남미 국가들과도 대비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민주화는 단절과 폄하에 휩쓸렸다. 세계경제사상 가장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과 권위주의 정부의 성과에 대한 균형잡힌 인식이 결여된 것이다.

세 번째로, 체제전환에 따른 비용과 로드맵에 대한 인식이다. 오랫동안 구축되어온 체제가 전환되는 과정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며, 보다 장기적인 계획 나아가 새로운 가치 구축이 필요하다. 독재와 민주는 전혀 다른 체제이다. 전자는 집중적이고 효과적인데 반하여, 후자는 분산적이며 효율적이다. 이러한 체제전환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동참을 요구한다. 이론적으로 극적인 전환은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6.29 선언으로 드라마틱한 전환이 이루어졌으나, 이러한 변화에 따른 후속 조치에는 미흡했다. 예컨대, 정권교체=민주화나 민주화=자유화란 등식 등이 좋은 예이다. 한국의 체제전환은 권위주의세력의 패배이자 소프트랜딩이었기에 전쟁후 처리와는 다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는 질서(규범)와 자유(시장), 교양과 재산과 같은 전혀 다른 요소의 결합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부와 권력이 중심한 가치관이 아니라 명예, 품위, 지성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사회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 대치와 탈냉전에 동시적으로 제한 받는 한국은 민주화에 앞서 국가안보에 충실해야 했으며, 또한 전면전쟁으로 운위되는 변화된 국제정치경제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1989/91년 진행된 동구권 붕괴는 전후 질서체제의 뼈대를 붕괴시켰다. 하지만 유일한 분단국으로 극악무도한 북한을 통제해야하는 운명이었기에 내부적 혼란은 자체가 재앙적이기 때문이다. 실지로 정권교체후 한국은 북핵위협과 한미군사동맹체제의 위기를 겪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 세계경제전쟁을 맞이하여 한국은 전면적 체제 재구축이 요구되었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신흥공업국의 일원이자 선진국 진입을 노리는 한국은 새로운 과제, 즉 기업가 정신의 재발견, 환경 변화 및 도전에 대한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 장기적인 방향과 공약 개발, 더욱 체계적인 교육, 인적자원의 개발 및 활용도 증진, 보다 생산적인 정부-기업 관계 발전을 제시하였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한 내부조건의 포괄적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의 근본적 위기는 위기 자체에 대한 사회적 무대(감)응이라는 말이있다. 실제로 국가적 위기상황를 보여주는 수많은 증후에도 불구하고 지도층, 언론, 학계는 미온적이거나 상황적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정권들은 부정부패, 외교실패, 자원배분의 왜곡, 정국불안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지도자들은 비전, 카리스마, 국정운영능력에서 제외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지도력이 실종되고, 경제적으로는 침체되고, 사회적으로는 집단우울증이 확산되고 있다.

지도력이 상실된 검은 민주주의를 종식하고 애국심, 소명의식, 목표가 있는 희망의 민주주의가 절실하다. 조국에 미래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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