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쇼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서해 NLL를 침범하고 동해에서는 미사일을 마구 발사하고 있다. 아마 이 미사일 발사쇼는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 하면 3월 4일 오후 4시 17분에 방사포를 발사한지 불과 6-7분 후(4시24분)에 일본 나리타에서 중국 선양으로 향하는 중국 민항기가 방사포탄의 비행궤적을 통과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정부가 대단히 격노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그 쪽으로 더 발사 한다면 이는 중국정부의 진노를 초래할 것이 틀림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북한이 그런 불장난을 더 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대체 북한정권은 어째서 미국의 우려를 자아낼 정도의 도발을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무엇인가 얻어내려 한다", "협상의 고지를 높이려 한다",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서다" 등의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 이유는 많이 다르다. 김정은이 불안해서 벌이는 화력쇼다. 스스로는 마음을 달래고 미국 등에는 만만히 보지 말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필자는 소위로부터 대위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전쟁에 44개월 참전했다. 포대장(대위)을 할 때 105미리 포 달랑 2문을 공수해 가지고 첩첩 산중의 고지로 갔다. 작전을 나간 보병 대대장(중령)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서 였다. 보병 대대장의 태도, 낮에는 덩치 큰 포가 있기 때문에 밤에 기습의 목표가 되지 않겠느냐 불안해했고, 밤이 되자 매우 불안해했다. 사방이 다 캄캄한데 어디에서 베트콩이 기어 올라올지 매우 불안해했다.
필자는 대대장의 동의를 얻어 사방에 대고 이른바 영거리 사격을 했다. 포탄이 포구를 떠나자 마자 수초 후에 공중 폭발하는 것이다. 째지는 소리와 섬광이 사방의 계곡을 압도했다. 불안해하던 대대장 얼굴이 밝아졌다. 병사들 모두 불안감에서 해방됐다. 포대 기지에서도 필자는 포소리가 나야 잠을 잘 잤다. 그리고 가끔은 포대를 내려다보는 위압적인 검은 산을 향해 온갖 화기들을 다 동원해 사격을 했다. 전쟁은 예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검은 공간이 예술의 공간으로 장식됐다.
바로 김정은의 심정이 필자의 이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김정은은 캄캄한 밤을 맞이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김정은과 그 일당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는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미국은 이 두 나라를 제외시킨 후 다른 나라들과 함께 특별재판소를 세우려 한다. 인구 30만 명을 학살한 유고의 밀로셰비치와 똑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에게 악몽이 될 것이다.
지난 1월 20일, COI의 커비 위원장이 김정은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 김정은 일당의 죄상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유엔이 그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한 최후통고장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절차가 유엔에서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이 얼마나 불안한 일이겠는가?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 미국무부 러셀 차관보가 한국의 지나친 역행보에 쐐기를 박았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한국이 조심스럽게 대북 인도주의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핵과 탄도미사일 계획이 국제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 한 이 역시 진전이 어려울 것이다. COI의 최종보고서에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가 담겨 있다. 미국이 국제 사회와 함께 이 문제를 규명하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미국무부 차관보의 이 발언은 며칠 전의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 미 의회 의원들이 한국정부가 취하고 있는 개성공단의 국제화사업, 철도사업 등을 포함해 북한에 인프라를 건설해주자는 움직임에 대해 불쾌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 신뢰? 지금 말하기엔 번지수가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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