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최고존엄 쟁탈" 전국시대
북한은 지금 "최고존엄 쟁탈" 전국시대
  • 백승목 대기자
  • 승인 2014.02.08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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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김일성과 김정일, 살아 있는 김정은 외에 또 다른 존엄이 실재

▲ 북한 김정은
작년 추석이후 합의 했던 ‘남북이산가족상봉(2013.9.25~30)’을 행사 개최 나흘 앞두고 번복 취소한 전력이 있는 북한이 중대 제안(2014.1.16)이라며 “남측이 편리한 대로 조건 없이 이산가족상봉행사를 갖자”고 제안한데 따라 5일 합의한 이상가족상봉행사를 단 하루만인 6일 ‘최고존엄’을 비방 중상했다고 생트집을 잡으며 행사 개최를 재고 하겠다고 나섰다.

북한이 말 하는 최고존엄이라면, 미라로 보관중인 김일성 김정일 시신과 당 제1비서, 군 총사령관, 국방위제1위원장 등 3개의 감투 무게에 짓눌린 김정은을 가리킨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김정은이 명목상 최고존엄 인지 실질적 최고존엄 인지는 아직까지도 분명치 않지만, 김정일 사망 후 서둘러서 개정한 당규약과 헌법 그리고 유일사상 10대 원칙과 지난해 장성택 처형 후 닷새 만인 12월 17일에 열린 김정일 2주기 추모식에서 최룡해가 “인민군대는 김정은 밖에 모른다.”며 충성을 맹세하는 등 김정은의 권위 세우기에 열을 올린 것은 사실이다.

이런 사실로 미뤄볼 때 김정은이 모든 결정권을 장악한 최고존엄이 됐다면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 합의 뿐만 아니라 물고기 잡는 일, 마식령 스키장 삽질하는 법, 인민군 권총사격, 포사격에 이르기까지 대내외적 모든 사항이 김정은에게 보고 되고 김정은의 직접지도는 물론, 오로지 김정은의 지시와 명령, 비준(批准)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게 필연이자 정상이다.

그러나 남북이산가족상봉을 합의 한 단 하루 만에 행사중단 운운하는 대남성명을 발표케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종잡지 못할 행태인 것이다.

예컨대 김정은이 권투선수라면 왼손 잽에 오른손 스트레이트 콤비불로를 날릴 수는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링에 오른 권투선수가 아니라 남북 간 빅 매치의 전체 국면을 기획명령 관리감독해야 할 프로모터와 감독이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코치로 그쳐야 하는 링 밖에 1인자 이다.

그런 위치에 있어야 할 김정은이 그로브를 끼고 링 위에 올라 펀치를 휘두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김정은은 “최고존엄이 아님”을 드러낸 연출 상 트릭이다.

북 국방위 정책국이 합의 번복 사유로 내세운 것은 김정은 구둣발 육아원 방문 비판과 111선거구 대의원등록 보도 및 B52 전략핵폭격기 출격 훈련이다.

한미합동훈련은 이미 예고 된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며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111선거구 출마는 북한의 집안 굿이지만 젖먹이와 코흘리개 아이들이 있는 육아원 안방에 구둣발로 들어섰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한 말단 양이치 만도 못한 짓이다.

이를 가지고 상봉행사 취소 운운 한다는 것은 장성택 처형이 김정은의 독단(獨斷)에 의한 게 아니라 당 조직지도부 김경옥과 군총정치국장 최룡해,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 등의 압박(壓迫)에 의한 결정이었듯이 ‘이산가족상봉 무조건 재개’라는 중대 제안도 누군가의 강력한 건의에 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국방위 성명이 나온 것은 중대 제안이 시행과정에서 구둣발 방문 비판 보도라는 해프닝이 벌어짐으로 인해 이를 주도한 자에게 ‘불충(不忠)’이라는 비난과 책임문제까지 거론되어 불똥이 튈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국방위 성명이 가능성은 낮지만 ①김정은의 의도 된 이중플레이거나 ②대남기관 간에 역할 분담을 통한 투캅스 놀이거나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큰 ③막후실세 빅브라더가 써준 각본대로 연기를 하는 ‘최고존엄’ 대역은 될지언정 김정은이 모든 문제를 독단(獨斷)할 수 있는 ‘최고존엄’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개성공단 문제, 장성택 처형, 이산가족상봉 합의 번복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김정은이 거역할 수 없는 막후실세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더하면서 북에는 최고존엄 1,2,3 복수의 존엄들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만약 복수의 존엄이 실재(實在) 한다면, 김정은은 무대에 올려 진 김일성 대역배우 가게무사(かげむしゃ)에 불과 하며, 빨치산계 대표주자 최룡해는 김정은을 직접통제하는 역할을, 당조직지도부 김경옥, 국가안정보위부 김원홍, 인민군보위사령부 조경철은 밀착감시 및 견제 역을, 노회한 테러리스트 오극렬은 김정은을 원격조종하는 빅브라더 역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최고존엄이냐 김정은 말고 제2의 존엄과 숨어 있는 존엄이 따로 있느냐 여부도 중요 하지만, 명색이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아무런 기준이나 원칙 없이 그 때, 그 때 기분 내키는 대로 합의와 약속을 엎었다 제켰다 한다면, 이는 최고존엄다운 권위와 면모라기보다는 필부만도 못한 졸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유일체제와는 거리가 먼 혼선과 해프닝이 반복되고 있어, 김정은체제의 불안정과 북한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장성택 처형을 전후로 두 달여 평양에 체류 했다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평양지국장 김지영(48)이 지난 1월 29일 도쿄에서 가졌던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12월 12일 장성택 처형은 북한체제가 안정됐기 때문에 암(癌)을 도려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역설 했다는 대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조선신보의 성격과 역할은 북 노동신문 자매지로서 노동신문을 대신해서 한.미.일 등 서방세계에 북한의 주장과 의도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며, 인터뷰에 응한 김지영 자신도 평양의 입장에 반하는 발언을 한다면, 조총련이나 평양당국이 이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 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내부체제가 안정 됐기 때문에 전격적인 장성택 처형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북한 정권의 최대 약점인 비인도, 반인권, 야만적 실상을 전 세계에 가감없이 드러내면서까지 초법적 폭력으로 잔혹하게 처형했다는 사실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광석화 같이 단행 된 야만적인 장성택 처형 이야말로 북한체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서 체제가 공고 했다면, 악명 높은 테러조직 탈레반이나 알카에다의 인질 참수(斬首)보다 더 잔혹한 기관총 집중사격으로 형체도 없이 산산 조각난 시신을 화염방사기로 소각해 버리는 악마적 야만성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산가족상봉 합의 1일 만에 번복 성명이 나온 것은 대남정책노선의 주역은 김정은이 아니며, 제2의 주도세력이 김정은 명의를 차용(借用)하거나 도용(盜用) 했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북한이 이처럼 노선이나 정책이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조석변개식 양 극단적 행태를 반복하고 지속성과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체제의 수명이 다 했음을 뜻 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장성택 처형은 정권의 안정이 아니라 북한 내 권력투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을 뜻하며, 이처럼 잔혹한 투쟁의 끝이 어디이며, 그 주역이 누구인지가 확실치 않음은 물론 최후의 승자가 누구일지를 점 칠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김정은 역시 ‘최고존엄 쟁탈전’에서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 또한 부정할 수 없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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