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재편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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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재편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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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트럼프의 ‘동맹국 때리기’ 틈새 공략
유럽 ​​각국에서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시점에, 베이징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그 질서가 바로 지금 시대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글로벌 타임스 사설은 “이는 이들 국가들이 중국을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흐름(the trend of the times)을 따르기로 선택한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 이미지=인공지능(AI) 활용, 챗지피티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이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관세 및 외교 정책 등으로 때리기에 들어가 있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 지도자들이 잇따라 베이징을 방문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은 ‘새로운 세계 질서(new world order)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장악 위협과 캐나다 총리를 미국의 캐나다주의 주지사라며 조롱하거나, 남미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 미국으로 압송, 재판을 받게 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평소의 적대국이라 할 나라들보다는 미국의 절친인 동맹국을 우선해 고율의 관세 매기기 등의 조치로 끈끈한 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게는 상당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CNN이 3일 보도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자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거나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초청한 서방 정상들의 잇따른 방문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베이징 방문 행렬에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전통적 동맹국들의 지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달에는 영국의 키어 스타머와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인 핀란드의 페테리 오르포(Petteri Orpo) 총리가 방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 방문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곧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의 관점에서 볼 때, 그 목록은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를 논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으며, 서방 지도자들이 마침내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의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CNN은 진단했다.

방문한 정상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국제 안정이나 자국의 국가 안보에 핵심적이라고 칭찬해 왔는데, 이는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최근 G7 정상들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과 같은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더 폭넓은 논의에서 서방 지도자들은 미국이 주도해 온 1945년 이후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견해와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베이징 런민대학교 국제관계 전문가인 진찬룽(金灿荣, Jin Canrong)은 최근 분석에서 “유럽연합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아왔으며, 압박을 받을 때 외부의 지원을 구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열려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 정책 전문가들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역, 인권, 안보 등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 사항들을 완전히 해소하거나 워싱턴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면서 베이징으로의 대대적인 외교적 전환을 단행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중국에 더욱 우호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베이징은 현재 진행 중인 이러한 지각변동이 가져올 수 있는 막대한 잠재적 이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는 특히 첨단 기술 분야를 장악하고 세계 무역, 영향력, 군사력을 확장하려는 목표 달성에 있어 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 '집단적 대립'(collective confrontation)의 종말 ?

최근 중국 수도에서 열린 외교 퍼레이드는 주요 서방 경제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마크 카니는 2017년 이후 캐나다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 캐나다 농산물에 대한 장벽 완화를 조건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 부과해 왔던 중국산 전기 자동차(EV)에 대한 엄격한 관세를 완화했다.

또 베이징과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최저 가격 판매 약속으로 대체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세계 전기차 생산 1위인 중국산 저가 자동차가 유럽 자동차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는 유럽의 오랜 우려를 완화하는 조치이다.

8년 만에 영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스타머 총리는 영국 정부가 런던 금융가 인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초대형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mega embassy) 건설 계획을 승인한 지 며칠 만에 중국 시장의 사업 기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런던대학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중국 연구소’ 소장인 스티브 창(Steve Tsang)에 따르면, 유럽 지도자들이 최근 중국을 상대로 펼치는 외교에는 ‘현실주의’(Realism)가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깊다. 특히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한 것에 대한 불신이 크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그들의 관점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스티브 창은 덧붙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정부들은 통신망과 중요 기반 시설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역할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으며,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첨단 반도체 기술 판매를 제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따랐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막대한 무역 흑자에 대해 점점 더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자국 산업이 존립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방문 당시 무역 흑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EU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관세 위협과 나토에 대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EU와 회원국들이 이러한 우려를 경시하거나 중국에 대한 정책을 얼마나 수정할 의향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적 라이벌’로 규정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영국과 중국의 관계 강화를 촉구했던 스타머를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은 그러한 관계 강화가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으나, 트럼프의 일방적 행동에 질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EU는 이러한 압박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핵심 산업 분야에서 ‘고위험’ 공급업체의 부품 및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새로운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 통신 대기업 화웨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기도 했다. 무역 흑자 해소와 중국산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 감소 또한 EU의 주요 의제이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낙관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런민대학교의 왕원(Wang Wen) 교수는 최근 논평에서 “미국 주도의 일부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집단적 대립과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시도하고 옹호해 왔다”며, 이는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분리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현실은 “'디커플링 이론'과 '신냉전'이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행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거듭 증명해 왔다.”고 말했다.

* 새로운 세계 질서

일부 중국 분석가들은 미국이 20여 개 유엔 기구에서 탈퇴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유사한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유럽은 국제적인 견제 세력으로서 중국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중문대학교의 예웨이몐(Ye Weimian) 연구원은 분석 보고서에서 “다자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유럽은) 관세, 기술 접근 ​​제한, 심지어 교착 상태에 빠진 중국-EU 투자 협정 등 무역 및 경제 문제에 대해 중국과 타협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미국과 동맹국 간의 갈등을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에 반박해 왔다. 오히려 관계 개선을 자국 시장의 매력과 세계관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GT)는 지난달 사설에서 “이는 중국의 발전이 세계에 이익을 가져다주고, 국제 사회에 지속적으로 안정과 확실성을 불어넣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중국 분석가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마찰을 완화한 것 또한 이러한 인식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미·중 양측은 지난해 가을 무역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 이는 베이징이 희토류(REM)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어,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세계에 알린 이후였다.

베이징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이념적 도전자에서 경제적,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이 구상하는 더 넓은 세계 질서의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그 비전은 더 이상 미국식 가치와 동맹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국가들이 이념적 또는 ‘안보적 블록’으로 서로 묶이지 않고, 대신 공유된 경제적, 전략적 이익(shared economic and strategic interests)에 기반하여 판단하는 세계 질서이다.

유럽 ​​각국에서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시점에, 베이징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그 질서가 바로 지금 시대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글로벌 타임스 사설은 “이는 이들 국가들이 중국을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흐름(the trend of the times)을 따르기로 선택한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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