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과거로부터 교훈 얻지 못해
- 윤석열 정부, 이태원 대참사 사전 방지 가능했지만 전혀 준비하지 않아
15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죽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정확히 무엇이 잘못되었고, 누가 비난을 방아야 하는지 설명하느라 애쓰고 있다”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이 같이 말했다.
NYT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5만 5천 명의 관중을 동원한 쇼를 한국에서 열었을 때, 경찰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1,300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정치적 시위가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한국의 경찰은 군중이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중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마침내 전염병(코로나19) 제한에서 해방된 수만 명의 떠들썩한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의 한 밤의 오락이나 유흥을 즐기기 좋은 지역으로 모여들었던 10월 29일 밤은 그렇게 유명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137명의 경찰관만 배치했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의 경찰은 사람들의 동선을 지휘 통제하지 않고, 성희롱, 절도, 마약 범죄 등에 투입됐다.
경찰의 그러한 결정으로 30일 아침까지 인적 손실은 분명했다. 서울 중심부의 인기 있는 유흥가인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서 15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사망했다. (10월 31일 오후 11시 현재 사망자는 모두 155명)
정부 관리들은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부분 입을 굳게 다물고, 허를 찔렀다고만 말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평화시에 한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 중 하나를 군중을 감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박지현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것은 분명히 인재”라며 “정부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군중이 올 것으로 예상되었을 때에도 군중을 통제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물론 팝 공연과 함께 오는 군중 문제는 거리의 축제와는 같지 않다. 정부 관계자들은 BTS 콘서트와 달리 이태원에서의 모임이 자발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통과 군중 통제가 필요한 대규모 행사를 주최할 때, 경찰과 안전대책을 논의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된 후원자나 주최자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러나 경찰 스스로도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몰라도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인근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는 10월 27일 보도 자료를 통해 ”시민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그들은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군중 통제는 주안점이 아닌 '병행적 업무'였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평범한 주말에도 동네에는 인파가 몰린다”면서 “(압사사고가 난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 군중을 통제하기 위해 왜 경찰이 이태원에 있지 않은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어떻게 이런 규모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동안, 비록 여권 내에서 분열의 조짐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정부 기관도 이태원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날 밤, 수많은 희생자들을 전적으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몇 달 동안 증가하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다른 시위 집회에 대처하기 위해 10월 29일 서울 전역에 경찰 병력이 과도하게 확대 배치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관을 미리 파견했더라도 이태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에서의 핼러윈 주말 동안 매일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울 지하철의 교통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역은 29일 13만 명의 승객이 이용했는데, 2019년 핼러윈 주말 하루 9만6000명,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 핼러윈 주말 하루 6만~8만 명이 이용했다. 대유행(Pandemic)의 2021년도에는 85명의 공무원만 배치됐다.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종종 그 지역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근처로 이동한다. 지하철 1번 출구는 한꺼번에 많은 승객들을 배출한다. 많은 사람들이 10피트(약 3.0m) 너비에 130피트(약 39.6m) 길이의 경사진 가까운 골목길로 곧장 향한다. 왜냐하면 그곳은 이 지역의 힙바(hip bars,), 식당, 나이트클럽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29일 토요일 오후 10시쯤에는 대부분 20~30대인 수백 명이 간신히 숨도 못 쉬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그 좁고 기울어진 골목길에 붙잡히게 됐다. 한쪽에는 이미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술집과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해밀턴 호텔의 높은 벽이었다.
사람들의 물결이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반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밀치락달치락하는 반면 술집과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숨 막히는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을 잠재웠다.
군중 통제 전문가들은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이 이 골목길을 위험한 병목 현상으로 파악하고 예방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경찰도, 서울시도, 중앙 정부도 군중 통제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태원의 핼러윈에는 공식적인 스폰서가 없기 때문에 교통을 안내하기 위해 참석한 주최자도 없었다.
윤용균 한국 세명대학교 방재 전문가는 “개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위험들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함께 모이면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토요일 밤 이태원의 그 골목길 주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불과 몇 주 전 정부가 후원하는 음식 축제가 이태원에서 열렸을 때와는 다른 장면이었다. 거리는 차량 통행이 차단됐고, 보행자를 안내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그러나 핼러윈을 위해 지난 주말에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태원의 지형이 군중 문제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지역은 도시계획이 없던 시절 조성된 곳으로, 오늘날 구릉지대(hilly neighborhood)는 술집과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좁은 골목길로 교차하고 있다.
이태원 지하철역 1번 출구로 이어지는 경사진 골목길은 종종 붐비고, 토요일에는 의상 판매상들이 가게를 차려 평소보다 더 붐볐다.
윤 교수는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것과 같은 군중은 ‘군중 통제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우리 공안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군중통제는) 계획뿐만 아니라 실행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사람들이 비탈길을 내리누르며 “밀어!”라고 외치는 동안 골목길 주변의 군중을 통제하려는 경찰관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밀어!”라는 말은 앞에 있는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지게 한다.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형사법 전문가 염건웅 교수는 “경찰이 사람들이 고의로 다른 사람들을 밀치도록 선동하여 군중 폭주를 촉발시킨 것을 발견하면, 그들은 형사 고발을 할 수도 있고, 피해자들이 재난을 막지 못한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을 찾은 서나연(14)양은 “사람들이 밀리는 것을 보고 경찰에 두 차례 신고했지만, 정부의 가장 가까운 소방서와 응급구조센터가 골목에서 660피트(약 2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도움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 다른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면서 ”의상과 머리띠를 파는 노점상들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찰관들은 아무도 군중을 관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수십 명의 경찰관이 사람들을 지휘하던 2019년 대유행 이전 핼러윈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31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이 후원자와 주최자 없이 모이는 군중을 통제할 수 있도록 국가의 안전 시스템을 개혁할 것”이라며 “유사한 재난을 막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사망한 분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군중 안전(crowd safety)을 연구하는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부교수 밀라드 하기니(Milad Haghani,)는 “관리들과 조직원들이 밀집된 사람들의 모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우리가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고, 서울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사건들을 막기 위해 과거의 경험들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것은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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