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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식. 가수. 사망. | ||
김현식. 가수. 사망.
나는 김현식이란 가수를 그가 살아있을 때 한번도 보지 못했다. 모습만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그랬다. 그가 아직 살아 있었을 때에는!
우연히 신문에서 한 가수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후에 그 기사가 그에 관한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길을 걷다가, 혹은 버스에서 들려오는 라디오방송에서 그의 노래를 우연히 들은 적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존재는 나의 의식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컨대 나는 그의 존재. 그의 음악이라는 것 자체를 철저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얼마 후 그를 알게 되었다. 대중음악에 관심이 없다는 나의 손을 끌고 억지로 레코드가게에 들어가서, 그의 테이프를 내손에 안겨준 오랜만에 만난 친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그의 음악과 깊은 만남에 빠져 들어갔다.
그의 음악은 나에게 전율로 다가왔다. 그의 음악은 지쳐가던 나의 삶에 새로운 생기를 채워주는 마력으로 작용하였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나는 내 곤한 몸의 세포들이 하나하나 새로워지고 나의 혈관들이 새로운 힘으로 충만하여지는 것을 날마다 느낄 수 있었다.
끈적끈적한 그의 음악에서 묻어 나오는 우수의 힘을 빌어서 내 깊은 우울의 밑바닥 끝에 도달하면 이상하게도 다시금 현실의 세상 속으로 튀어나오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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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식. 가수. 사망. | ||
나는 그의 음악을 통하여 다시금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렇게 그의 음악은 한동안 나의 삶을 이끌어 주었다. 그랬다. 나는 그의 음악의 힘을 빌어서 이 세상을 좀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다. 그의 음악은 나에게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었다.
나는 가끔씩 그를 생각한다. 나는 그에 대해 모른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전설처럼 소문을 타고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 그에 관한 영화를 본적도, 몇몇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토막 난 이야기’들이 ‘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그는 앨범표지의 그저 무뚝뚝한 앨범의 표지사진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한 사람. 김현식이라는 하나의 존재와 나는 같은 시간대에 서울이라는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옷깃과 그의 옷깃이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사람이 떠나고 난 공간에 한사람은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그가 살아있을 때 의식하지 못했던 그의 노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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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식. 가수. 사망. | ||
그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의 노래를 듣다가 슬며시 하나의 생각이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나에게 그는 이 거대한 익명의 도시에 수없이 늘어져 있는 그저 한사람의 익명의 존재일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의 이름을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내가 듣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노래일 뿐이다. 그는 그저 음악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언젠가 나는 더 이상 그의 노래를 듣지 않게 되었다. 그의 음악이 시들어서인지, 삶에 대한 나의 뜨거움이 식어가서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의 노래와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기억들은 내 마음에 따스함의 느낌으로 남아있다. 그의 음악은 권태에 젖기 시작하던 나의 삶에 커다란 위안을 과 격려를 주고 다시 뜨거운 숨길로 이 세상을 뛰어갈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익명의 존재가 있다. 나. 존재. 익명.
그러나 또 다른 익명의 친구가 남기고 간 선물로 인해 나의 삶은 얼마만큼의 황량함을 덜 수 있었다. 그래, 삶은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체온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삶의 모퉁이마다 힘이 부칠 때, 그가 또 다른 익명에게 남긴 노랫말들을 흥얼거려 본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 김현식. 시대와 삶을 노래하며 살아간 가인(歌人). 나도 그의 노래처럼 열정적이고 끈적끈적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는 노래를 했다. 나는 삶을 노래하고 싶다. 나의 삶을 뜨겁게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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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식. 가수. 사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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