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과 시마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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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과 시마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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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가대표팀 출신으로 한국 여자 프로배구에서 강력한 이동 속공으로 고득점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의 공격형 미들 블로커 시마무라 하루요/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영상 캡처

김연경이 떠난 한국 여자배구 코트에 낯설지 않은 일본 선수들이 들어섰다. 이 교체는 어떤 의미일까?

일본 국가대표 출신 미들 블로커 시마무라. 그는 김연경을 대체할 만한 공격수도 아니거니와 캡틴의 리더 격도 아니다. 그러나 그를 필두로 코트에 진입한 오사나이(아웃사이드-히터)와 우치세토(아웃사이드-히터), 요시하라(감독)·마나베(감독) 등을 합쳐 보면 한국과 일본 여자배구의 판도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김연경 이전의 한국 여자배구는 그저 프로 스포츠의 한 종목이었다. 그가 등장했을 때 코트가 뒤집혔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대지진급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최하위 팀이 우승컵을 거머쥐고, 연봉이 하늘을 찔렀으며, 런던올림픽과 리우올림픽, 세계 대회에서 한국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김연경 일개인만으로 이루어진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배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라고 단정할 것이다. 김연경이 아웃사이드에서 때려대면 김희진, 박정아, 이재영 세 선수는 상대 블로커들이 허둥지둥하는 동안 아포짓 라인에서 연습 경기처럼 편하게 때릴 수 있다.

이 양측 라인이 동시에 불을 뿜으면 브라질이든 터키든 우리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게 시스템 스포츠인 배구의 재미이고, 묘미다. 아마도 여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일본 대표팀이었을 걸로 확신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시스템 배구를 구사하는 완성도 높은 팀이기 때문이다.

일본 고등학교 여자배구팀은 3,900여 개. 한국의 100배 수준이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련된 선수들은 다소 엉성해 보이는 한국팀에 매번 패하면서 높이와 힘, 기교까지 완벽한 김연경을 공포와 경외의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100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 그의 공백은 크다. 한국 배구는 캡틴 없는 배 신세가 됐다. 그리고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연봉을 주는 매력적인 이 코트는 일본 선수들 차지가 됐다. 아마도 외국인 쿼터가 넓어지면 더 많은 일본 선수들이 건너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그게 누구의 차지가 되느냐는 중요치 않다. 지금 한국 여자배구계는 유튜브에 빠져 헤매고 있다. 그들의 입담과 일거수일투족이 SNS 방송 소재로서는 좋아 보인다. 심지어 U16 아시아선수권 우승 주역 손서연 선수를 두고 ‘리틀 김연경’이라며 방송과 SNS에서 난리를 치고 있다.

메이크업과 방송 대사 외우기에 몰두하는 손서연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제 16세인 그의 키가 얼마나 더 자랄지, 고등학교와 프로팀을 거치면서 어떤 기술과 맨탈을 가진 선수로 성장할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선수와 가족들 역시 그를 연예인으로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 모든 예능 유행 역시 김연경이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배구 마니아로서 볼 때 지금 한국에서 김연경 정도로 배구를 잘 하고도 남을 만큼 재능을 가진 선수는 없다. 세계 최강의 서브를 가지고도 평범한 서브를 넣는 게 김연경이다. 왜 그의 길을 따라가는가?

일본 무대에서부터 연습벌레로 불렸던 시마무라의 길을 따라가도록 나는 권하고 싶다. 어떤 팬들이나 대중도 코트에서 부진한 스타를 향해 환호를 보내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코트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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