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3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고 주장한 북한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 발언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극단적으로 해치는 말”이라며 “정부는 북한 당국에 공개 취소 또는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북한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14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6·15 남북공동행사에 (안 국장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5·31 선거운동 기간 동안 북한이 한나라당을 계속 비난한 데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양창석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안 국장 발언은 남북이 상호 체제를 존중하기로 한 상황에서 우리 내부 문제에 대한 북측의 개입성 발언으로 적절치 않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안 국장에 대한 입국 거부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은 전날 6·15 행사에 참가할 당국 대표단 명단을 보낸 데 이어 이날 안 국장을 민간 대표단장으로 한 민간 대표단 128명의 명단을 우리측에 통보했다.
안경호의 침묵=광주에 온 안경호(76) 조평통 서기국장은 침묵했다. 자신의 10일 "한나라당 집권 시 북남관계 파탄" 발언이 남한에서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한 사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그가 한나라당의 "안경호 입국 거부" 주장 등을 모를 리 없다. 민간 대표단장으로 온 그의 얼굴은 당국 대표단장으로 온 김영대 민화협 회장의 표정과 대조를 이뤘다.
14일 오후 광주 5.18 국립묘지 참배 때 기자들이 발언 배경 등을 캐물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한나라당이 무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건 한나라당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한 뒤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방명록에는 "5월의 열사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란 짤막한 글을 남겼다.
침묵의 배경에는 정부와 6.15 행사위원회 측이 안경호 국장 측에 강한 유감 메시지를 전달한 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안경호의 발언에 대해 전날 "심히 유감이며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대변인 입장을 내도록 지시했다.
또 민간 측은 "안 국장의 발언에 대한 남한 여론이 좋지 않으니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말을 북측에 건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