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랑외교(戦狼外交). 다시 말해 늑대전사외교(wolf-warrior diplomacy)로 불리는 힘에 의한 공격적인 중국 외교의 급선봉이었던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이 최근 외교 무대에서 사라졌다.
2022년 가을 미-중 정상회담으로 대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이 외교 자세를 전환시킨 것이 아니냐는 다소 이르긴 하지만 기대감이 커졌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겠다는 중국의 자세는 보다 더 선명한 자세를 유지해왔던 시진핑 주석의 외교정략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그 판단에는 이른 시기로 보인다.
2020년 외교부 대변인에 취임한 자오리젠은 지난해 5월 제로 코로나 정책 전환을 요구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제언을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일축하는 등 대외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일삼아 왔다. 그는 전랑외교의 최 일선에 서 있었다.
올 1월 중국 외교부는 자오리젠을 국경해양사무국으로 이동 인사발령을 했다. 과거의 외교부 대변인으로 재직한 인물들과 비교해 보면 화려한 자리로 승진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이다. 친강(秦剛) 외교부장(장관)이 1월초부터 미국에 협력관계 추진을 촉구하기도 해, 국제사회가 전랑외교 전환이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피폐해진 경제 부활을 위해,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싶은 속 깊은 사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우방인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듯한 언행도 여러 징후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친강 외교부장도 중국식 현대화 추진을 골자로 서방세계가 구축한 기존의 세계질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누누이 강조해 온 인물이다. 시진핑의 힙을 바탕으로 한 늑대전사외교 방향과 일치한다. 국제사회와 대화를 통한 협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덩샤오핑이 이끌었던 시절의 중국은 구제사회와 무용지물을 피하고, 협조하는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로 불리는 유연하면서도 저자세 외교정책을 취했다. 당시 중국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설정이 필수적인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서방세계에 대항하는 ‘전랑외교’를 내세우는 한편 타산적으로 ‘협조외교’를 연출하는 자세는 장기적인 시각과 그 각오(覺悟)위에 섰던 덩샤오핑 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최근 미국 상공에 날아온 이른바 정찰 풍선(spy balloon)을 미국이 격추시키자 중국은 강력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하며,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힘을 기반으로 한 ‘늑대전사외교’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걸핏하면 보복을 시시하며 강대강으로 나서는 중국 외교는 무엇보다도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한 후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합리적인 외교가 우선 아닌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라는 외교 전략이 아직은 중국에게 맞는 옷으로 보이지만, 시진핑은 그 옷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민첩하게 움직이기 힘든 ‘전랑외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당랑지부(螳螂之斧)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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