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유연성, 장쩌민 vs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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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유연성, 장쩌민 vs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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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성(flexibility)과 행정 가동성(mobility)이 필요한 시대
- 장쩌민 시대 : 상당 수준의 언로(言路)가 트이고 국제관계를 중시
-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성사시키는 등 유연성 돋보여

경제와 군사 측면에서 크게 부각된 중국의 강권화가 더욱 강조되면서 그 폐해가 두드러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강대국으로서의 기반을 닦은 정치지도자의 유연성(flexibility)과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그리고 빠르게 반영할 줄 아는 행정적 기동성(mobility)가 요구되고 있는 시대이다.

10면 이상 중국의 얼굴이었던 장쩌민(江沢民, 강택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96세의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그가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지명된 것은 1989년 베이징 톄안먼(天安門, 천안문)사태로 인한 혼란 직후이다. 동서냉전이 끝나고 사회주의 진영이 무너지고 있던 시기이다. 중국 국내 통치와 대외관계를 살려내기 위해 당시에 장쩌민이 선택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일당지배만 지켜지면 시대변화에 순응하고, 안정을 우선시한다는 현실 노선이었을 것이다.

장쩌민은 외국 기업의 투자 수용을 본격화하고, 국영기업의 개혁과 정리에 주력했다. 덩샤오핑(鄧小平, 등소평)이 추진한 개혁과 개방의 재(再)가속을 붙이는 일과 동시에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장쩌민이 평가받을 만 한 것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국제공조’를 매우 중시했다는 점이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회의 가입하기도 했고, 미국과도 비교적 안정된 관계를 구축 운용했다. 그 도달점이 바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마오쩌둥(毛澤東, 모택동) 이래의 사회주의는 이름뿐이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임했던 2002년 전당대회에서는 당 규약을 개정, 민간기업인이 공산당원이 되는 길을 텄다. 노동자농민의 혁명정당이라는 상황에서 당시의 이 같은 개혁의 길은 마치 ‘곡예’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그 같은 행적은 더욱 현저해진 이념의 공동화나 격차 확대의 왜곡을 민족주의(국가주의, Nationalism)로 덮으려 했던 대응은 화근(禍根)을 남겼다. 애국교육 강화는 결과적으로 반일감정의 분출로 나타났고, 과거사 문제를 이성적 대화를 통한 해결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감정대립으로 발전시킨 책임의 일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12월 지금과 비교해 봐도 당시 중국의 자유도는 높은 편이었다. 대학 등에서의 논의에서는 공산당 비판도 심심치 않았고, 정부 내에서도 개혁 방침을 둘러싼 논쟁도 드물지만 제법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중국 통치의 본연의 모습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 ‘장쩌민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장쩌민 이후의 후진타오(胡錦濤, 호금도) 정권으로 이어졌다. 후진타오 정권을 거쳐 2012년부터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시진핑(習近平, 습근평)은 아타깝게도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권력을 스스로에게 집중시켜 이론(異論)을 허용하지 않게 된 시진핑 시대가 됐다. 시민사회와 민간기업에까지 통제의 손길을 뻗으면서 외교 군사 면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의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개념의 중국의 대외정책이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는 힘을 바탕으로 하는 전랑외교(战狼外交, 늑대전사 외교, Wolf-Warrior Diplomacy)로 선회했다. 그 결과 교류하는 국가들과의 긴장을 초래하고, 마찰을 일으키며, 중국에 대한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시 봉쇄(Lockdown)를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제로코로나 정책(Zero-COVID policy)에 대한 항의 시위가 중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듯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채 경직된 정책은 결과물로 시민들을 괴롭히고 사회를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 협력성과 기동성을 빠르고 원활하게 해 줄 수 있는 유연성이 없어 보이는 시진핑은 장쩌민 시절 유연성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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