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주도면밀한 미국 새 공장,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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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주도면밀한 미국 새 공장,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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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MC : 적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든 리스크에 대비하기 시작
- 미국에 신규 공장 건설 : 장기적인 보험을 들어 둔다는 것
- 지정학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비즈니스로도 유리하다는 판단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제조(파운드리, foundry)로 시가총액 약 4300억 달러(약 530조 6,200억 원)를 자랑하는 대만의 적체전로제조(台湾積体電路製造,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정학적 불씨를 안고 있는 국가와 지역을 아우르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는 이 회사에는 호감마저 간다.”

영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이코노미스트’는 21일자 기사에 이 같이 기사를 시작했다. ‘호감이 간다’는 것이다.

TSMC가 자랑하고 있는 유례가 없는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은 미국과 중국 양측이 침을 흘리며 탐을 내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반도체 공급량은 미국향이 중국향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이 경제적 압력이나 군사력에 의해 그 독립성을 완전히 빼앗는 다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 분명하다.

TSMC 공장의 상당수는 대만의 서쪽 해안 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해협을 거쳐 침략을 할 경우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TSMC가 당황해할 일은 없다.

TSMC 창업자인 91세의 모리스 창(張忠謀)은 2022년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반도체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을 사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후계자이자 이 회사 회장인 마크 류(劉徳音)는 “누구에게나 평화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 지정학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비즈니스로도 유리하다는 판단

그렇게 태평하게 생각하는 것이 달콤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반도체를 둘러싼 초강대국 간의 갈등은 냉전 시대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실리콘 장막(silicon curtain)’으로도 불리며, 최근 몇 달간 엄청나게 치열해졌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처음부터 키우려고 오랜 세월 노력했지만 성과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미국은 2022년 중국의 야망을 꺾으려고,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설계부터 반도체 소프트웨어, 반도체 제조장치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같은 해 통과·시행된 반도체 보조금법에 따라 이미 약 2000억 달러(약 246조 7,000억 원)의 반도체 관련 투자도 미국으로 끌어들였다. TSMC의 경쟁사이자 고객인 미국 반도체 대기업 인텔은 이 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다.

TSMC는 미국의 러브콜에 응해 미국 진영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 회사가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건설 중인 거대 반도체 제조공장 앞에 서서 이 회사가 총 400억 달러(약 49조 3,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다만 이 회사를 살펴보면, 지정학적으로 골치 아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훈을 준다. TSMC는 일각의 시각과 달리 미중 신(新)냉전으로 대만과 결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 대만 공장은 지금도 세계에서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의 75%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TSMC는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 이익률을 악화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TSMC는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 지정학상 유연한 대응을 취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비즈니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지극히 고도의 외교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공장 신설은 대만으로부터의 제조 거점 이전이 목적은 아니다

TSMC가 사업 거점을 대만에서 해외로 옮겨 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피닉스 공장 건설은 그 증거로 여겨진다. 사막 속에 수 마일에 이르는 이 공장 부지는 마치 신전을 연상케 하는 규모다.

거기서 2024년부터 스마트폰이나 서버의 두뇌가 되는 회로선폭 4나노(나노는 10억분의 1)미터의 반도체의 생산을 시작한다. 인텔보다 먼저 실현된다면 미국산 반도체로는 사상 최고도 반도체가 된다.

TSMC에 따르면, 400억 달러 투자의 대부분은 2026년부터 보다 더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2공장 건설에 쓰인다. 피닉스 공장의 최대 고객은 미국 애플이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또 미국 이외에도 소니 그룹을 위해 일본에서 첫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생산거점을 고객사 인근으로 옮기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대만에 사는 사람들로부터는 TSMC가 대만을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미국 조사회사 뉴·스트리트·리서치(New Street Research)의 애널리스트, 피에르·펠라그(pierre ferragu)씨는 그것은 "전혀 잘못"이라고 반론한다. TSMC는 애리조나와 비슷한 시기에 대만에서도 새로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이들의 생산능력은 애리조나에서 건설 중인 2개 신공장의 4배에 이르며, 나아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 말하자면 장기적인 보험을 들어 둔다는 것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갑작스러운 전략 전환을 했다기보다 장기적인 보험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미국에 생산 거점을 위치시킴으로써 인재와 각종 공급업체를 확보하는 어려운 과제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중국이 대만 폭격이라는 믿기 어려운 행동을 할 경우에 대비한 거점 확대에 대한 준비가 된다. 단지, 당분간은 연구 개발의 대부분과 생산 능력의 적어도 80%는 대만에 머물게 될 것 같다.

그럼 이익은 어떤가.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미국에서는 미 정부로부터 거액의 보조금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의 생산 코스트는 지극히 높고, 그 때문에 미 사업은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TSMC는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감내할 것이라는 우려조차 나오고 있다.

둘째는 보조금이 경쟁자 인텔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인텔이 반도체 1위 자리를 TSMC에 내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인텔은 이후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미국은 이 회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반도체 내셔널리즘(chip nationalism)'을 호소해 왔다.

TSMC가 1월 12일에 발표한 2022년 10~12월기 결산에서는, 이러한 염려의 일부는 불식되었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비용이 대만의 5배까지라면 자신들이 쓰는 반도체가 미국산이기를 원하는 고객사들은 그만큼 높은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TSMC의 이익은 지켜질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TSMC가 반도체 수급 사이클에 좌우되지 않는 이유

세계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줄어드는 사이클에 접어들었음에도 TSMC는 인텔 등 경쟁에 비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컨설턴트 말콤 펜(Malcolm Penn)씨의 말처럼 이 회사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다른 회사의 추종을 불허하고 최첨단을 유지하고 있어 이 회사의 최첨단 상품은 항상 공급 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TSMC는 바이든 행정부에 잘 포섭되고 있다. 애리조나 공장은 미국의 반도체 안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적어도 바이든이 중시하는 제조업의 양질의 일자리(노동조합은 만들지 않는 등)를 어느 정도 제공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TSMC는 자사의 장래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보험이 되는 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최첨단의 반도체는 한층 복잡해지고, 생산 코스트는 상승해 갈 것이며, 세계 경제의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그 이용은 증가해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TSMC는 머지않아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대만에서는 대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미국을 필두로 세계의 우수한 두뇌를 모으는 것이 사활적인 문제가 된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 문제인데, TSMC의 해외 투자가 이 문제를 악화시킬까. 말콤 펜씨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반도체 수요는 연평균 8%로 확대되고 있다. 시황에 맞춰 투자를 조정할 수 있다면, 장래를 위해 계획을 짜는 것은 이치에 맞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한 규제를 어디까지 강화하느냐다. TSMC는 중국 내에서 사용되는 주류 반도체는 난징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과 중국이 냉정함을 유지해, 대립을 결정적으로 깊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이 옳다고 판명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틀렸다고 해도 이 회사는 적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든 리스크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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