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미국의 중동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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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진 미국의 중동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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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동외교 : 영향력 저하와 중동의 분열 초래
- 유럽의 러시아, 아시아태평양의 중국, 중동의 이란 포위망 구축
- 쿼드(QUAD)의 인도, 친미국가 사우디의 최근 외교적 행보의 의미는 ?
- 국익보다 우선하는 외교는 없다
한 마디로 사우디는 미국 대통령을 우위에서 만나 회담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형성됐다. 원유 증산 요구에 사우디 등 각국 정상들이 얼마나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8월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회원국 러시아를 포함한 OPEC+(오펙 플러스)회의에서 원유증산 문제를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미국에 좋은 결과를 선물해 줄 것 같지는 않다. / 사진 : 뉴스사이트, 비디오 캡처
한 마디로 사우디는 미국 대통령을 우위에서 만나 회담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형성됐다. 원유 증산 요구에 사우디 등 각국 정상들이 얼마나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8월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회원국 러시아를 포함한 OPEC+(오펙 플러스)회의에서 원유증산 문제를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미국에 좋은 결과를 선물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오른쪽이 사우디 실권자 모함메드 빈 살만(MBS)왕세자 / 사진 : 뉴스사이트, 비디오 캡처

힘은 갈수록 세어지기도 하지만 갈수록 빠지기도 한다. 개인관계이든 국제관계든 돈독한 때가 있는가하면 서운해 하면서 멀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외교가 힘이 짜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국제사회는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와 힘이 삐진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며 중동지역에 계속 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국제사회에 뚜렷하게 각인시켜준 것은 미국의 영향력 저하와 중동지역의 분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과 함께 다른 아랍국가들 정상들과도 회담을 했다. 대통령 취임 16개월 정도 지나서 중동 방문은 처음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땅 밟기가 이처럼 오래 걸린 이유가 있기는 하다.

우선 바이든 정권의 미국이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롤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를 중심으로 러시아 고립,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오커스(AUKUS), 쿼드(QUAD, 인도태평양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을 구축해가며 중국포위망 촘촘하게 짜기, 중동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을 엮어 이란 고립시키기 등 전선이 3개 축으로 확장돼 있다.

그러나 우선순위에서 미국은 아시아 중시로 방향을 틀다보니 중동국가들과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의 급상승, 에너지 공급망의 붕괴 등으로 미국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대통령의 앞길을 막아서자, 그동안 사우디를 국제적 고립시키겠다고 호언했던 바이든의 미국이 사우디에 허리를 굽히고 들어간 셈이 됐다.

바이든 정부 들어 중국에 대한 대항에 안보의 축을 세우면서 중동에 전개됐던 병력도 줄여왔다. 당연히 사우디 등 전통적인 친미 아랍 국가들이 불안을 느끼면서 러시아나 중국에 접근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났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가격 급등,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의 급상승,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로서는 이것저것 가릴 것이 없을 정도로 긴급한 상황 속에 처하게 되자, 임시방편으로 산유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섰지만, 이번 사우디는 그동안 미국에 홀대 받은 것 이상으로 미국을 강한 비판적 자세로 임했다.

현 사우디 지도부를 비판하면서 진보적 성향을 띤 저명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 사우디의 실권자 모함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를 인정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이른바 왕따를 시켜버리겠다고 공언을 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MBS의 정면 반박이 이뤄지면서 바이든의 중동 방문 성과는 찾기가 힘들게 됐다.

한 마디로 사우디는 미국 대통령을 우위에서 만나 회담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형성됐다. 원유 증산 요구에 사우디 등 각국 정상들이 얼마나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8월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회원국 러시아를 포함한 OPEC+(오펙 플러스)회의에서 원유증산 문제를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미국에 좋은 결과를 선물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평소 자신이 내세웠던 보편타당한 민주주의 가치와 인권 중시에 대한 당초의 입장을 아무런 설득 없이 바꿨다는 것이다. 미국 내 여론도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변화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국제적 왕따까지 시켜버리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이 MBS왕세자와 주먹 악수라도 해가며 급한 불을 끄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 자체가 비판 대상이다.

세계 경제가 흔들거리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협조가 매우 절실하다고 할지라도, 인권이나 민주주의 원칙을 내팽개치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특히 사우디를 둘러싸고 미국의 외교는 이중 잣대로 비난받아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급한 방문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포괄적인 중동평화 구상조차 밝히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국 국가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시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겨우 경제적 지원약속을 하는데 그쳤다.

그러니 당연히 팔레스타인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56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난민은 세대를 초월 열악한 삶을 보내고 있다. 국제법에 어긋나는 점령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기댄 미국 정부의 자세에 고립감, 절망감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속에서 반미 감정은 어쩔 수 없는 분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전보장을 강조하면서, 아랍권과의 협력을 촉구했다. 지역 국가들이 갈등을 풀어내는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시아파 이란을 공동의 위협으로 포위망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아라비아 반도에서 석유시설과 선박이 공격을 당했고, 이란에서는 핵시설 파괴 공작과 관련자 암살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저강도 분쟁에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지역에 계속 관여를 하겠다고 다짐을 한 미국이라면, 분열과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아니라 분쟁을 차단하고 평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구상을 다시 짜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유럽에서의 러시아,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중국, 중동에서의 이란에 대한 포위망 축 작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근본 대외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는 한국 정부는 쿼드의 인도, 중동의 친미 동맹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의 외교적 행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익 보다 우선하는 외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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