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그들 모두 일본 극우 성향의 지지자들의 지지를 먹고 살아온 정치인들이다. 지난 4일 제 100대 총리에 취임을 한 기시다 후미오 새 총리가 8일 오후 첫 소신 표명 연설을 했다. 한마디로 과거와 차별성이 전혀 없는 아베, 스가를 그대로 닮은 기시다에 불과했다.
그의 외교와 안보에 대한 연설은 ‘나만 최고, 상대를 무시’하는 전례를 그대로 답습한 연설에 불과했다. 아주 짤막한 말로 한국에 대해 압박만을 한 연설이었다. 강제 징용 노동자 문제, 옛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이른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절한 관계를 위해서는 한국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스가의 요구 그대로 옮겨왔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매우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공산주의 북한 김정은(조선노동당 총비서)과는 조건 없이 만날 결의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공산당이라 중국 견제에 미국과 함께 앞장서서 나서고 있는 일본이 중국의 속국처럼 보이는 북한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자세를 보이면서 민주주의의 동반자 한국에 대해서는 냉엄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기시다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얘기 했다. 그러나 뼈아픈 반성과 구체적인 구상은 보이지 않았다. 정치와 돈으로 점철된 아베와 손절해야 할 신임 총리는 그에 대한 문제해결 방안을 거론하지 않았다. 돈과 정치가 혼재된 일본 정치인과 단절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 새로운 자본주의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신뢰와 공감을 이야기 했다. 허공을 향한 외침에 불과해 보인다.
오는 10월 31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좋은 말을 내세워 정치를 잘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들의 표를 얻어 보겠다는 의도일 게다. 하지만 그에게서 신뢰와 공감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웃과 함께 하겠다는 아름다운 일본 만들기(아베 전 총리)를 계승하겠다는 기시다의 약속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웃을 윽박지르는 발언으로는 그렇다.
아사히신문 9일자 사설에서는 기시다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시다는 격차와 분열을 초래한 신자유주의적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단지 비전의 구체화는 앞으로 만드는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회의”라는 것을 만들어 거기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분배의 강화대책으로 임금인상, 기업에 대한 세제우대를 말했으나 이는 아베 정권의 것으로 실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실패한 것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공약인 ‘금융소득과세의 재검토‘는 이번 연설에서 빠졌다. 세제를 통한 재분배의 강화에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였다. 격차해소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되었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외교 안보에서는 경제 안보를 추진하기 위한 법안 만들기나 2013년도 각의 결정된 외교, 방위 정채 기본법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의 최초의 재검토, 방위대강과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의 개정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빠진 것은 외교력을 통한 종합적인 외교와 안보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방위력 강화만을 강조해 이웃국가들의 반발을 사거나 군비경쟁을 초래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기시다는 소신 표명 연설에서 ‘관용의 정치’를 말했다. “우리나라(일본)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져있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자시 일으킬 만한 제안도 비전도 없었다. 신뢰를 주기에 역부족이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일본이 건실한 민주주주의 국가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것 또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신뢰부족의 일본 총리가 외교와 안보에서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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