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11)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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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11)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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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교수의 ‘빛의 환타지아’]

유럽(2/2)

약 3만 년 전부터 체코의 돌니베스토니스(Dolni Vestonice) 부근에 살던 사람들은 절벽에 약 1.7m 깊이의 토굴을 파고 그 앞에 나무기둥을 세운 후 짐승의 가죽을 덮어 벽을 만들었으며 갈대나 싸리나무 또는 짐승의 털가죽을 씌워 지붕을 만든 움막집에서 100여명이 함께 살았다. 이들은 점토에 상아나 뼛가루를 섞어 여자의 상 등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들어 대량으로 불에 구워냈으며 바구니와 그물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들은 이 지역에 산사태가 나자 파블로프(Pavlov)로 이동하였는데 이곳에서는 토굴움막집뿐만 아니라 털가죽으로 덮은 원형 또는 타원형 움막을 짓기도 하였다.

▲ 돌니베스토니스 거주지 복원도 ⓒK_ Sklenar, 'Hunters of the Stone Age'
▲ 돌니베스토니스의 석제 도구 ⓒJ Jelinek, 'The Evolution of Man'
▲ 돌니베스토니스의 토기가마 복원도 ⓒK_ Sklenar 'Hunters of the Stone Age'
▲ 돌니베스토니스의 도자기비너스 ⓒJ Jelinek, 'The Evolution of Man'

약 2만 8천 년 전 모스코바 북동쪽 블라드미르 근처의 순기르(Sungir)에 살던 사람들은 순록, 매머드, 말, 북극여우 등을 사냥하였으며 동물의 뼈나 뿔 그리고 조개껍질이나 상아 등을 이용하여 수많은 도구와 장신구들을 만들었다. 당시 매장되었던 50세 전후로 보이는 한 남자의 시신에는 털모자, 가죽과 모피로 만들어진 윗저고리, 긴 바지와 무릎까지 올라오는 털신이 입혀져 있었는데 의복에는 3,000개의 상아구슬이 달려있었고 모자는 구멍을 뚫은 북극여우의 이빨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팔에는 20개의 상아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또 이로부터 약 3m 떨어진 곳에는 열세 살 정도의 소년과 열 살 정도의 소녀가 머리를 마주한 채로 매장되어 있었는데 소년의 옷 역시 5,000개의 구슬로 장식되어 있었고 허리끈에는 250개가 넘는 구멍 뚫린 북극여우 이빨들이 매달려 있었으며 격자무늬로 장식된 상아팔찌와 귀고리도 있었다. 몸 아래에는 상아로 만든 매머드의 조각이 있었고 그 옆에 길이가 2.4m 정도의 창이 있었는데 끝이 매우 뾰족하였으며 무게는 20kg이 넘었다. 소녀도 5,200점이 넘는 상아구슬과 구슬조각으로 덮여 있었고 상아 창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길이가 1.6m였으며 구멍이 뚫리고 장식된 뿔 두 개와 둥근 격자무늬 상아원반도 4개 있었다. 돌과 뿔로 만든 도구만으로 상아로 구슬을 만들고 구슬이나 이빨에 구멍을 뚫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감안한다면 이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매우 존경받는 집단의 일원이었을 것이며 당시에는 이와 같이 특별한 사람들만이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당시 이미 꽤 높은 문화적 수준에 도달했고 상당한 사회적 계층구조가 성립되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순기르의 생활상 복원도 ⓒLibor Balak
▲ 순기르의 성인유골 매장 및 복원도 ⓒLibor Balak
▲ 순기르의 두 어린이 유골 매장 및 복원도 ⓒLibor Balak

네안데르탈인들이 멸망하고 현생인류가 지구상의 유일한 인류가 된 뒤인 약 3만 년 전에서 2만 년 전까지의 유럽문화를 그라베트(Gravett)문화라고 하며 이 시기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중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크로마뇽인들이 사는 전 지역에 걸쳐 작은 비너스상이 유행하였는데 풍만한 육체에 커다란 젖가슴과 불쑥 튀어나온 골반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개 성기는 분명하게 도드라졌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이들 중에는 임신한 여인의 상도 있었으며 이들은 뼈, 뿔, 매머드상아, 돌, 점토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Willendorf) 부근에서 발견되어‘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는 별명이 붙은 것들 중에는 석회암으로 된 길이 약 10cm 짜리가 있는데 이목구비는 분명치 않지만 머리가 울퉁불퉁하게 생겼고 발은 없으며 전체가 붉은 황토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매머드의 상아로 만들어진 또 하나는 이보다 훨씬 날씬하고 더 컸는데 이들은 모두 임신과 출산이 무사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주술적인 의미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또 상아나 기타 다른 자료로 몇 cm 크기의 작고 사실적인 동물상들도 만들었는데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의 하이덴하임(Heidenheim)에서 발견된 들소, 털코뿔소, 매머드, 호랑이 등의 상에는 고리의 흔적이 있어 사냥을 위한 주술용으로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자료로 장식용 체인도 만들었고 상아로 만든 팔찌와 창에도 추상적인 장식을 새겨 넣음으로서 전보다 매우 다양해진 예술적 표현을 보이고 있다.

▲ 그라베트 석제도구 ⓒaquincum_hu
▲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뉴스타운
▲ 매머드이빨 여자머리상 ⓒJ Jelinek, 'The Evolution of Man'
▲ 매머드이빨 팔없는 미녀 ⓒJ Jelinek, 'The Evolution of Man'

약 2만 년 전에 솔뤼트레(Solutre) 부근에 살았던 사람들은 수지(樹脂, resin)로 불을 밝힐 줄 알았는데 그들은 이를 이용하여 동굴 깊숙이 들어가 동굴 벽들을 부조로 장식했고 돌로 작은 예술작품들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또 석기제작기술이 매우 뛰어났는데 긁개, 새기개(조각도/彫刻刀, burin), 뚜르개(borer/piercer/perforator) 등 다양한 도구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월계수 잎(laurel-leaf)이나 버들잎(willow-leaf)과 같이 생긴 돌날과 한쪽에 단이 진 찌르개(shouldered point)가 돋보인다. 이들 문화는 프랑스의 서남부와 그 인접지역에서 약 3,000년간 지속되었는데 이를 솔뤼트레문화라고 한다.

▲ 새기개 ⓒprimtech_net
▲ 뚜르개 ⓒprimtech_net
▲ 월계수잎 돌날 ⓒprimtech_net
▲ 버들잎 돌날 ⓒprimtech_net
▲ 한쪽에 단이 진 찌르개 ⓒprimtech_net

후기 구석기시대의 끝에 해당하는 약 2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까지 인류는 빙하기 기후에 완벽하게 적응하게 되었다. 빙하지역 끝자락의 툰드라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순록이나 말과 같은 대형야생동물들을 무리를 지어 대량으로 사냥하였다. 그들은 석제도구들 외에 여러 가지 종류의 새로운 골각기(骨角器, bone tool)를 사용하였으며 유럽의 남부나 남서부 바닷가에 살던 사람들은 작살로 물고기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까지 운반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주로 동굴이나 길게 튀어나온 바위 밑에서 살면서 여러 가지 색깔의 안료(顔料, pigment)로 동굴 안에 사냥장면이나 물고기 등을 생생하게 그려 놓았다.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Altamira) 부근의 동굴 천장에는 빨강, 보라, 검정색으로 칠해진 19마리의 들소가 살아 꿈틀대며 움직이듯이 그려져 있고 그 외에 멧돼지 3마리와 말 2마리, 이리 1마리도 그려져 있다. 이 그림들은 마치 입체적 효과를 노린 듯이 바위의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이 동물의 머리와 배 부분이 되도록 했으며 갈라진 틈까지도 그림의 일부분으로 활용하였다. 이들은 또 대나무나 뿔 등을 이용하여 사람이나 기타 휴대 가능한 작은 조각품들을 만들기도 하였다. 프랑스의 마들렌(Madeleine)을 중심으로 한 이 문화를 마들렌문화라고 하는데 이와 유사한 문화는 유럽과 아시아에 널리 분포되어 있었다.

▲ 각종 골각기 ⓒprimtech_net
▲ 알타미라 동굴 벽화 ⓒ뉴스타운
▲ 알타미라 동굴 천정화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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