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44일 앞두고 새누리당이 ‘공천 살생부 설’ 논란으로 친박·비박 간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때문에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지난 2008년 터진 이른바 ‘친박연대 학살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살생부 논란의 단초는 김무성 대표이며, 이를 공론화 한 사람은 정두언 의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말이 서로 엇갈린 상태여서 진의를 둘러싸고 친박·비박 간 정면충돌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재 김 대표는 “살생부를 언급한 적 없다”는 입장인 반면, 정 의원은 “김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고 밝히고 있어 입장이 엇갈리는 상태다.
김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정가에 떠도는 유언을 종합해보면 ‘이러이러한 말들이 들린다’고 이야기했을 따름”이라고 살생부 논란을 해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누구로부터도 또 어떤 형태로든 공천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다”며 “제 입으로 문건 살생부 이야기를 한 바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실제 당 안팎에선 친박계가 비박계 의원들을 물갈이하기 위해 친박계 고령과 다선 의원부터 공천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논개작전’을 펼 것이란 소문이 돌았었다.
그러나 비박계를 위주로 친박계 중진의원 등 40여명이 물갈이 대상자로 적혀 있다는 살생부는 지난 27일 존재를 알린 정 의원이 정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정 의원은 공천면접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도)김 대표의 측근으로부터 물갈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김 대표는 친박계 핵심 인사로부터 명단을 건네받았고, 친박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또 “내가 공관위 면접에 가서 ‘당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고 언론에 밝히니까, 다시 (김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서 ‘자기가 정두언 한테 찌라시 얘기를 한 거니 이에 좀 맞춰달라’고 다시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결국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29일 김 대표가 촉발시킨 살생부 논란에 대해 긴급 진상조사에 착수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대질심문까지 예정돼 있어 당 대표가 대질심문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촌극이 연출됐다.
최고위는 또 대질심문에서도 진실 공방이 계속될 경우 정식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질심문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살생부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종전 입장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문이 친박계와 비박계간의 정면충돌로 치닫자 친박계가 김 대표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정면공격을 하고 나섰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천 살생부 40인 명단’과 관련해 설전을 주고받았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그 중심에 이유가 어떻든 간에, 그런 말을 했든 안했든 간에 당대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일찍이 정치사에 없었던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두 사람은 지난 18일에도 공천 방침과 관련해 공개 석상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툰 전례가 있어 상황(공천여부)에 따라서는 찬박계와 비박계간의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날 친박계 핵심인 김재원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번 살생부 명단은)마치 대통령이 명단을 만들어서 대표에게 전달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태호 최고위원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일단 들어보고 서로 진실공방이 될 때 결과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군가 거짓말 한 게 드러나면 책임져야 한다. 이런 공작정치 형태가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가 물갈이할 현역 40여명 명단을 김무성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살생부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이한구 당 공천관리위원장도 가세했다. 이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전체회의에 앞서 “김 대표의 발언은 정두언 의원의 얘기와는 전혀 반대되는 얘기”라며 “정두언 의원이 나한테 굉장히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사실을 정 의원에 말고도 여러군데 확인을 한 것이 있다”면서 ‘살생부 자체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김 대표를 비판했다.
일단 김 대표의 말을 불신한 이 위원장은 당 공식기구에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실여부를 떠나 만약 거론된 인물들이 실제로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다면 당내외에서는 정권의 주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됐다는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어 당은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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