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몰락' 어디가 끝인가?
'친박 몰락' 어디가 끝인가?
  • 손상대 대기자
  • 승인 2014.07.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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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출범 이후 '친박 홀대' 근본적 원인 제공

 
예고된 권력이동인가 아니면 친박(친박근혜계) 대세론은 끝난 것인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세론 보다 한발 더 나아가 친박의 몰락으로까지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초반을 빼면 친박은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스로 몰락의 길을 들어 선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불어 닥친 인사실패가 이를 예고했다면,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나타난 정부와 친박 중심의 집권 여당에 대한 여론 악화는 결과였다.

여기에 매번 인사 때 마다 충성했다고 자부하는 친박세력을 터부시 한 채 비박 위주의 인사들을 기용하다보니 하부 세력까지 등을 돌리는 사태로 진전됐다. 이러함에도 박 대통령은 물론 친박 핵심 인사들 조차도 강 건너 불구경 했다. 아니 알고도 모른 채했던 것이다.

이러한 요소요소 크고 작은 불만들의 표출은 급기야 바이러스처럼 번져 결국 새누리당의 7·14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났다. '비주류 압승, 친박근혜계 주류 몰락'으로 귀결된 것이다.

한 친박계 원외 인사는 "죽으라고 고생한 사람들은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고 매번 인사 때마다 친이계 또는 다른 인사들을 기용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큰 실망을 했다"며 "이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 극히 일부 친박 인사와 비선라인에서 만든 문제의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친박인사는 "여당에서는 '최', 청와대서는 '이', 밖에서는 '정', 이라는 세 사람이 지난 1년 반 기간 동안 독식을 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며 "인사실패가 국정을 어지럽힐 정도 였다면 적어도 그 인사를 주도한 자가 누구인지 드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번 7·14 전당대회 결과는 김무성 역시 이른바 문고리 권력의 피해자라는데 친박세력의 하부조직이 공감한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현재 나타난 문제를 처단하지 못하면 앞으로 친박은 계속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문고리 권력'의 폐단은 일치감치 나타났었다. 친박인사들을 차단하고 그 자리에 친이 또는 비박계 인사들을 기용할 때부터 누수현상이 감지됐다. 많게는 10여년 이상 적게는 4년여를 죽으라고 일한 대가가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자 이때부터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이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누가 기용되고 안 되고를 떠나 마음을 전하는 통로까지 차단되는 현상을 고착화 시켰다. 심지어는 비서관에까지 친박인사들을 배제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 수치를 급상승 시켰다.

새누리당 평당원 핵심간부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정치적 생리가 그렇듯 보은인사는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관심은 가져줘야 하는 것이 정치적 의리가 아니냐"며 "오히려 배척 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때 누구를 위해 일했는지 후회막심 할 때가 한두 번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를 입증하듯 친박의 몰락은 단순히 친박인사들 몇의 몰락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경고성 메시지까지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 불만의 분수령은 '세월호 대참사' 였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실세들이 보여준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국가 리더 실력은 형편없는 수준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급기야 여론은 새누리당의 친박 실세들까지 줄줄이 위기로 내몰았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친박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친이계인 권영진 전 의원이 친박 후보들을 꺾는 이변이 연출됐었다.

여기에 친박 핵심이라는 부산시장 후보로 나섰던 서병수 후보도 권철현 전 의원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등 고전하다가 막판에 뒷심을 발휘해 부산시장 새누리당 후보로 뽑히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안전행정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당당하게 인천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유정복 후보마저 비박계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의 경선에서 박빙의 지지율 싸움을 벌인 것까지 하면 몰락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반영된 당심에 '반 친박' 정서가 녹아 있다는 점에서 친박계의 위기감이 단순 위기감을 넘어 몰락을 예고 했었다.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정몽준 전 의원이 친박계 후보로 꼽힌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압도적인 표차로 이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다.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됐던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 홍준표 경남지사 등도 모두 비박 인사들이었다. 이밖에도 친박계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황우여 전 당대표까지 비박계의 정의화 의원에서 국회의장 선거에서 상당한 표차이로 패배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나아가 7.30재보선에 나서는 인사들도 상당수가 비박계다. 거물급 정치인으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이나,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박계며, 친박은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순천 곡성지역에 출마하는 이정현 전 홍보수석 정도다.

이렇듯 오랜 시간을 두고 '친박의 몰락'을 예고하는 누수현상이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었지만 친박 수장들은 옛날의 충성만 믿고 이번 7·14 전당대회도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 자만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의 패배, 친박계로 당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은 최고위원 타이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것을 비박계는 순수한 권력이동으로 평가하지만, 친박계는 무엇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문고리 권력만 잡고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친박 수장들은 그동안 일각에서 계속 제기됐던 '친박 홀대'를 제대로 못 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대선에서 공헌도가 높은 한 친박인사는 "박 대통령이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박 지지자들을 두루 등용하지 않으면서 나타난 친박 지지자들의 서운함의 표출"이라며 "결국 이러한 서운함을 지방선거와 이번 전당대회서 이탈로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문고리 권력은 별것 아닌 듯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리 후보자 인선에까지 관여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결국 잇따른 인사실패를 반복하며 여론을 악화시키다 못해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중도 낙마라는 결과까지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정치권엔 비선라인의 개입설이 나돌았다.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온갖 소문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만만회'(박 대통령 남동생 박지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 박 대통령 전 비서실장 정윤회, 세 사람의 끝 자를 조합한 그룹), '7인회'(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용갑 전 의원,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원로그룹), '만회상환'(이재만, 정윤회,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최경환 경재부총리 끝 자를 조합한 그룹)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만회'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의 경우 방송에까지 나와 이 문제를 공론화 했다.

그러나 정윤회씨는 "모두 소설"이라고 일축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논란이 커져도 베일에 싸인 정씨가 일체의 언론 접촉을 피한 채 입을 다물고만 있던 중,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떳떳하니까, 특별감찰관이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든 조사해봐라."며 강변했다.

인사논란의 중심에 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도 "(만만회는)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언론에 만들어낸 말이고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일에 이어 8일에도 청와대 비선 라인 의혹을 또 다시 제기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만회상환'이 비선 조직 인사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했는데, 비선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 비서관이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며 "누구를 만나는지 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최근에 정가에 이 인사문제와 관련해서 네 분의 이름이 굉장히 많이 거론되고 있다"며 "'상환'이 안대희 전 총리 후보를, '만회'가 문창극 전 총리 후보를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강동원 의원도 "문제의 핵심은 박지만, 이재만, 정윤회의 '만만회'다"며 "이 비서관이 퇴근시 서류 뭉치를 싸서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목격됐다고 한다. 그 뭉치는 인사청문회 검증자료고 이를 정윤회씨에게 가져가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점 받았다는 설이 무성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최근에는 '만회상환' 비선라인이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 깊이 개입했다는 설이 무성하다"면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참사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도 즉각 비서실장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정씨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친박인사들의 불만이 싹튼 원초적 근원지를 정씨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만만회'도, '만회상환'도 모두 그 중심에 정씨가 있다며, 지금 별의 별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암울한 기운은 친박세력 몰락에서 수평이동 해 새누리당의 7.30재보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친박세력이 어떤 변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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