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한강의 3개 보(이포, 여주, 강천보) 건설 현장을 훑어 볼 기회가 있었다. 중장비 몇 대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오고 가면서 흙을 파내고 있었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한국판 ‘리버워크’ ?
일행 중 한 사람이 최근 무슨 학회지에 어느 사람이 4대강 사업을 텍사스 산안토니오의 ‘리버워크’(River Walk)에 비교한 논문을 실은 것을 보았다고 해서 웃고 말았다. 거의 30년 전 미국 유학시절에 산안토니오의 알라모 요새(영화 ‘알라모’로 잘 알려져 있다)를 구경하고 나서 근처의 호텔과 카페가 모여 있는 리버워크를 걸어 본 적이 있다. ‘리버워크’는 시냇물이 흐르는 정도라서 건너편이 그야말로 코가 닿을 거리에 불과한데, 광활한 남한강을 ‘리버워크’에 비유한 인간은 정신병자가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홍수에 약한 여주
갈수기이기 때문에 남한강의 수량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주는 남한강 수계에서 홍수에 가장 취약한 도시이다. 1990년 대홍수 때 여주는 큰 피해를 입었고, 이를 계기로 충주댐 상류인 영월에 댐(동강댐)을 세우기로 했지만 많은 논쟁 끝에 동강댐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동강댐 건설 계획을 취소하자 여주시가 반발했던 것도 그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그 후에도 여주는 몇 번의 홍수 때 침수 위협에 시달렸다. 정부는 여주에 보를 세 곳 세우고 홍수 때 물을 가두는 저류지를 만들면 홍수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
여주 지역에 보를 세 개나 세우는 이유는 운하건설이 아니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주시의 취수장은 그대로 두기 때문에 여주시의 상수원 수질이 나빠질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여주라고 해서 경남 함안처럼 지하수위 상승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물난리를 겪어 본 여주 주민들은 댐이든 보이든 상류에 세워야지 하류에 세우면 오히려 홍수 때 수위가 올라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차라리 저런 무지막지한 공사를 할 돈으로 침수위험 지대의 주민들을 고지대로 집단 이주시키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이 원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동강댐 논쟁을 기억하며
동강댐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일 때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홍수를 예방하는 방법은 상류에 큰 규모의 댐을 세우는 것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대안으로 작은 규모의 댐을 여러 개 세우자고 했는데, 건교부 산하 연구원의 전문가들과 수자원공사는 그 같은 고만 고만한 댐을 여러 개 세워보았자 치수와 이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런 반박에 시민단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건교부는 댐 주변지역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동강댐 주변에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김대중 정부는 동강댐을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동강댐 건설계획을 취소하게 된 데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 조선일보도 몇 번에 걸쳐 현지 취재기사를 내보냈고, 한번은 동강 계곡의 칼라 사진을 한 페이지 전체에 내보내기도 했다.(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잘 찍은 자연경관 사진이었다.) 동강 지역의 역사성과 자연생태계를 과연 그대로 수몰시켜야 하겠냐는 논조의 1998년 7월 13일자 <만물상> 칼럼과, 건교부의 위락시설 발상을 혹독하게 비판한 11월 3일자 사설(‘동강에 위락단지라니’)은 내가 쓴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정말로 ‘환경을 생각하는 신문’ 이었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동강 지역을 1박 2일로 둘러 본 것이 10년도 넘었지만, 세상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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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겪어보지 못한 세기 미므로
자기들이 잘 안다는 20세기 그것도 집단 개발 발상에
함몰. 미래형 한국이 과거형 한국으로 재빨리 달리는 모습.
정말 가관이다. 가관이야. 귀신은 다 어디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