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2026 세계국가유산사업전' 개최...이세돌도 ‘인간·유산의 가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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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2026 세계국가유산사업전' 개최...이세돌도 ‘인간·유산의 가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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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 펼친 이세돌, AI 시대 인간·국가유산 가치 조명
- 10~12일 하이코서 한옥문화박람회 동시 개최…첨단기술·전통유산 융합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포스터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포스터

국보 36점을 비롯해 240점이 넘는 국가지정유산을 보유한 경주에서 인공지능(AI)과 3D·확장현실(XR) 기술을 국가유산 보존·활용 산업과 연결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AI가 문화콘텐츠 제작과 기록·복원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과 역사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도 주요 화두로 다뤄진다.

경주시는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경주 일원에서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공식 행사 주제는 ‘유산에서 산업으로, 10년의 도약(Heritage×Tech×Industry)’이다. 올해는 한옥문화박람회도 함께 열려 국가유산 보존·활용에서 전통건축 산업까지 범위를 넓힌다.

경주가 국가유산 산업 논의의 무대가 되는 배경에는 지역에 집적된 역사자원이 있다. 경주시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지정 문화유산은 모두 376점으로, 이 가운데 국가유산은 244점이다. 세부적으로 국보 36점, 보물 105점, 사적 79점 등이 포함돼 있다. 국보만 놓고 보면 2024년 1월 기준 전국 국보의 약 10%가 경주에 위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유산 관리 방식도 과거의 보수·복원 중심에서 디지털 기록과 콘텐츠 산업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024년 국가유산 원형기록과 3차원 콘텐츠 등 약 48만 건의 디지털 데이터를 일반에 무료로 개방했다. 게임과 영상, 연구·교육 등 민간 분야에서 국가유산 원천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디지털화 작업은 이후에도 확대됐다. 국가유산청이 추진한 2025년 국가유산 원형 정보자원 통합 데이터베이스 사업에는 3D 원형 정보자원 510건과 국가유산 데이터 세트 10만 건 구축·등록이 포함됐다. 대상에는 경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과 경주 사천왕사지, 양동마을 등 경주지역 국가유산도 다수 포함됐다.

국가유산 자체를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바라보는 정책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의 산업 분류에는 기존 발굴·수리·보존뿐 아니라 안전관리, 연구개발, 공연·전시, 숙박·체험, 콘텐츠 제작 등이 포함된다. 특히 국가유산 콘텐츠 제작에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미디어파사드, 응용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분야도 산업영역으로 분류돼 있다.

올해 산업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AI와 3D, XR 등 첨단기술이 국가유산의 보존과 복원, 체험·콘텐츠 제작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장에서는 발굴기술과 보수정비, 보존장비, 스마트 방재·보안 등 기존 국가유산 산업과 디지털 기술이 함께 소개된다.

대중 프로그램에서는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대국하며 AI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던 이세돌이 국가유산을 주제로 시민들과 만난다. 이세돌은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유산의 재발견’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보완하는 시대에 인간 고유의 가치와 오랜 시간 축적된 국가유산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산업적 관점에서 AI와 국가유산의 결합을 다루는 자리도 마련된다. 11일 오후 2시에는 ‘AI 전환 시대, 국가유산 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주제로 헤리티지 미래포럼이 열린다. 문화유산과 AI 융합 분야 연구자인 수웬 왕과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참여해 기술 발전이 보존·연구·관광·콘텐츠 산업에 가져올 변화를 살펴본다.

첨단기술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유산 기능인과 국가무형유산 이수자들의 작품을 별도로 전시해 수리·복원과 전승 현장에서 축적된 사람의 기술도 함께 조명한다. 디지털 전환이 확대되더라도 국가유산을 실제로 보존하고 전통기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전문인력의 역할은 여전히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전시 공간도 HICO에 한정하지 않는다. 올해는 경주 주요 국가유산과 관광지를 연계하는 ‘헤리티지 코리아 위크’를 운영하고, 일부 시설의 입장료 할인이나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헤리티지 패스를 선보인다. 보문지역 영화관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영화 11편을 상영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동시에 열리는 한옥문화박람회에서는 한옥 설계와 시공기술, 전통건축 자재와 관련 제품 등을 소개한다. 전통건축 역시 장인의 기술을 보존하는 문제와 현대 건축기술·산업화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꼽히는 분야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산업을 별도의 국가승인통계로 관리하고 있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매년 매출과 고용, 연구개발, 지원사업 참여 현황 등을 조사해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국가유산을 보호해야 할 역사적 자산인 동시에 일자리와 기술개발, 콘텐츠 생산이 이뤄지는 산업영역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번 행사의 관건도 AI·XR 등 새로운 기술을 단순한 볼거리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국가유산의 정밀 기록과 훼손 예방, 복원, 교육·관광 콘텐츠 개발 및 관련 기업의 사업화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는지에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많은 국가유산이 밀집한 경주는 기술 실증과 콘텐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이 국가유산과 첨단기술을 잇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경주 곳곳에서 국가유산의 가치와 매력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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