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20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바다로 발사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냉전 시대 입구에서 미국의 핵무장을 한 북한과 같은 적대국은 아직 핵무기가 없는 이란과는 다르게 취급된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공개적으로 밝힌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북한이 강력한 5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과학자연맹(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최근 추정치인 60개와 거의 일치한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탄두 수가 80~120개에 달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수를 말하는 것은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 트럼프의 북핵 보유 암묵적 인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실제로 핵무기를 몇 개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표면적으로는 ‘비핵화’를 표방하지만, 미국이 김정은 정권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트럼프가 북한 핵탄두 수가 57개라고 밝힌 이상, 그 수의 정확도를 떠나, 물론 공식적으로 보유국 인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는 냉전 시대의 논리를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란을 공격하는 데에는 그토록 신속했던 이유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라면, 미국은 그 나라와 공존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논리다. 즉 핵보유국끼리는 서로 인정하고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핵보유국 그룹의 리그이다.
* 72년 한·미동맹 한국의 당황
최근 트럼프의 대북 자세와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이나 파트너들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해졌다. 트럼프는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UFS)이 부적절하다면서 ‘북한에 적대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에게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해, 당초 8월 27일까지 계획됐던 훈련 일정이 21일로 크게 단축됐다. 훈련 전반부 방어훈련만 마치고 후반부의 공격 훈련은 생략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한국 관계자들은 당황했고, 이로 인해 군사 훈련의 범위와 기간이 축소되면서 서울에서는 불안과 분노가 고조되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한미 동맹의 신뢰성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한국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이란 전쟁에 대한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그것이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나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 홀대 혹은 동맹국 후려치기를 당하면서 동맹국들이나 국제사회는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
즉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연합 훈련 축소 지시는 서울에 불안과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1950~53년 한국전쟁 이후 한국이 의존해 온 ‘안보 보장의 신뢰성’에 대한 논쟁을 다시금 촉발시켰다. 한국전쟁은 평화가 아닌 휴전으로 종결되었다. 남북한 간은 아직도 기술적으로는 ‘전쟁 중’이다.
* 고민 깊어진 이재명 정부
이재명 대통령은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자립 방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화해적인 어조를 보이며, 한반도의 적대 행위를 종식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깊은 숙고를 거쳐 내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X(엑스.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서울이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히고, 이란이 봉쇄한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 회복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가능한 ’실질적인 기여 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불안해하는 의원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무엇을 썼는지 알지 못했다”면서 “사전에 통보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 한국 SNS 게시글, 좌절감과 노골적 분노 표출
한국 내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좌절감부터 노골적인 분노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람을 사용 중인 어떤 이는 “트럼프가 하는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다.”고 썼고, 또 다른 사용자는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충성심보다 실질적인 이익을 우선시한다. 유럽에도 마찬가지다. 당장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자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동맹국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스스로 전쟁을 시작한 다음, 전쟁이 장기화되면 동맹국들에게 참전을 요구한다… 그는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린 사람도 있다.
* 북한의 비핵화 : 그림의 떡?
트럼프의 첫 임기를 면밀히 지켜본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들이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의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서울은 그해 주요 연합 훈련을 중단하고 다른 여러 훈련의 규모를 축소했는데, 이후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놓고 워싱턴과 평양 간 회담이 결렬되면서 이러한 조치들은 부분적으로 번복됐다.
이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이 반복되면서 “서울은 오랫동안 워싱턴으로부터 당연하게 여겨왔던 예측 가능성을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길 수 없게 됐다.”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할 의향이 없다면, 워싱턴 역시 안보 공약의 일부를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한미 간 물밑 조율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소 보수적 입장에서는 ’한국패싱‘이라는 주장과 남북 화해를 축으로 하는 세력에게는 새로운 돌파구의 기회로 여길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진지하게 협상을 추진한다면 비핵화는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야욕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고 대화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대조적으로 앞서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을 보는 시각과 더불어 자신의 미국 내 중간선거와 노벨평화상이라는 것을 상정한 행보를 전제하면, 한국의 적절한 트럼프 설득이 맞물리면 남북한 간 대화의 물꼬는 트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상황으로 평가하는 세력도 있다.
실질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시각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내보였다. 트럼프 본인의 입장이 아무리 급하다 하더라도 암묵적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드러내 보였다. 이를 무시하고 비핵화만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 부정과 남북한 평화의 길을 도외시하는 극우 세력들의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 동맹 간의 신뢰 저하 속 ’자체 핵 개발 추진 ‘촉발
이번 사건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서강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김재춘 교수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것은 한국인들에게 미국의 안보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신뢰가 더욱 악화된다면, 한국의 자핵화(自劾化) 주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는 ”과잉반응“은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동맹의 ’하위 파트너‘(junior partner)라 묘사하면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안보 공약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은 어느 정도 자율성을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고 이들 국가를 철저하게 경제하고 억압해야 한다는 주장의 트럼프 측근들의 인식은 한국은 한미 군사동맹으로 묶고, 특히 ’일본의 휘하‘에 한국을 넣고 한국이 대중(對中) 견제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T. Brunson)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보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 같다고 평가하는 등 한미 동맹의 대중국 견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요구하고 있는 ’전시작전권(전작권)‘ 회수 시기에 대해서도 2029년쯤이나 돼야 한다며, 자신의 직분 이상의 정치적 발언을 하며, 미 국방부 여론을 부추기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항공모함 발언은 한국은 단지 대중(對中) 전쟁에서 최선에 이용하는 무기 정도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렇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만이 ’전작권‘이 남의 나라, 미국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 주권국이라는 한국의 위상에서 보아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작권 회수는 빠를수록 국가 이익에 부합되며, 자주국방을 위한 ’자제 핵 개발‘을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미국과 긴밀한 협상을 기회 있을 때 챙겨나가는 외교적 레버리지를 활용해야 한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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