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수막까지 걸리는 ‘베스트 의정상’…시민은 고개를 갸웃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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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수막까지 걸리는 ‘베스트 의정상’…시민은 고개를 갸웃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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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편한 의원이 좋은 의원일까?
​​뉴스타운/김국진기자​​
​​뉴스타운/김국진기자​​

[기자수첩/김국진기자]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행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점검하는 것이 시의원의 역할이다.

그런데 김해시에서는 매년 조금은 낯설고 아이러니한 풍경이 반복된다. 공무원들이 직접 투표해 시의원에게 ‘베스트 의정상’을 수여하는 제도가 그것이다. 겉으로 보면 의회와 행정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제도는 여러 가지 질문을 남긴다.

시의원은 행정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에게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자리다. 예산을 꼼꼼히 따져 묻고,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고, 시민을 대신해 행정을 감시하는 것이 의회의 본질이다. 공무원들에게 때로는 피곤하고 까다로운 존재로 느껴질 만큼 치열하게 질문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의정활동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그 공무원들이 투표로 ‘좋은 시의원’을 뽑아 상을 준다는 구조는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더 흥미로운 풍경은 그 이후다.
상을 받은 일부 시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곳곳에 “공무원이 뽑은 베스트 의정상 수상”이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이를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모습이다.

행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행정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평가를 받아 상을 받고, 그것을 다시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의문을 남긴다. 물론 의정활동을 잘하는 시의원이 상을 받는 것이라면 문제될 이유는 없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들의 생활 민원을 해결하며, 지역 현안을 풀어가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면 시민들이 먼저 인정해 주는 것이 시의원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본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이 상이 꼭 그런 기준으로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정치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때로는 시끄럽고 거칠게 보일 수도 있다. 행정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지적하면 당연히 불편한 관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항상 열심히 달리는 자동차 뒤에는 먼지가 많이 날린다. 그만큼 속도를 내며 달렸다는 뜻이다. 반대로 조용하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 존재감이 희미한 시의원이라면 과연 시민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와 행정의 관계는 지나치게 가까워져서도 안 된다. 특히 지방 도시에서는 시의원과 공무원 사이에 지역 선후배 관계나 학연·지연으로 얽혀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알고 보면 서로 오래 알고 지낸 관계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회와 행정 사이에는 일정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그 상이 그렇게 좋다면 굳이 공무원들이 투표해 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상을 받은 의원들이 본 기자에게 오라고 하면 어떨까.
밥상은 후하게 차려줄 테니 상 하나 만들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현수막도 마음껏 걸어도 좋다. “기자가 뽑은 베스트 의정상”이라고 말이다. 물론 농담이지만, 그만큼 지금의 구조가 시민들에게는 쉽게 납득되기 어려운 장면이라는 뜻이다.

지방의회는 행정과 친해지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행정이 긴장하도록 만드는 기관이다. 의회와 집행부 사이에는 언제나 건강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해시는 공무원이 시의원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 이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선택해야 할 기준도 분명하다.

공무원이 편해하는 의원인지, 아니면 시민을 대신해 끝까지 질문하는 의원인지.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시의원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시의원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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