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에게도 슬슬 그런 생각이 드는가 보다. 그래서 말이 나온 김에 아예 나와 함께 종합 진단을 하기로 했다. 김 형은 그런 말을 하면서도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는데, 어쩐지 그 미소가 예전처럼 밝기만한 해맑은 미소로 보이지는 않는다.
늙어가는 모습이란 천하에 둘도 없이 천진난만한 사람 같기만 하던 김 형에게도 예외가 없는가보다. 그래서 한 번 진단을 해보기로 했다.
하나씩 따져본다. 우선 위에서 아래로 찾아 내려가기로 했다. 머리는 아직 괜찮다. 아니다. 머리숱은 정상이지만, 김 형 주위의 사람들이 김 형을 보면 실실 웃는 것을 보면 확실히 머리가 좀 정상은 아닌 편이다.
정신이상은 분명히 아니지만 정상인의 범주에 드는 것도 분명히 아니다. 특이한 사람. 그건 남들보다 자신이 먼저 인정한다. 그래서 일단 머리가 시원찮다고 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눈. 심한 근시라서 아침마다 안경을 찾는데 한참씩 시간이 걸린다. 밤에 잘 때 같은 장소에 두면 될 터인데, 그것 하나 못해서 아침마다 어디에 두었는지를 찾는다. 그러나 어디 보여야 찾을 수가 있지. 그러니 눈도 정상이 아니다. 이건 정상이 아니라도 한참 아니다. 당연히 눈은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코. 이건 말할 것도 없다. 김 형의 말로는 어린시절부터 ‘의사들이 포기한 코’라고 한다. 수술도 받아보고 별별 약을 다 먹어보았지만 ‘절대로’ 낫지 않는 코다. 오죽하면 오랜만에 친척을 만나고 돌아오는데 친척이 코에 좋은 약이라며 비닐봉지에 가득하게 약을 한 봉지 가득 선물했겠는가.
집에는 별별 코약이 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 먹는다. 먹으나 안 먹으나 꼭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용한 의사를 만나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역시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먼 상태이다. 그래서 코를 포함시킨다.
귀. 당연히 포함된다. 코가 오랫동안 안 좋았으니, 귀가 성할 리가 없다. 코와 연결된 귀는 예전부터 중이염이 있어왔었다. 또 하나가 이상 목록에 포함된다.
치아. 여기에 대해서도 할말이 무척이나 많은가 보다. 자신은 음식을 먹는 것이 고역이라고 한다. 왜? 조금만 딱딱한 것을 먹으면 이빨에 뭐가 걸리거나 아픈 것이 아니라, 이빨이 부셔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못생긴 입을 벌려서 부러진 이빨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박장대소를 한다. 참 희한한 이빨이다. 치과의사말로는 원래 그렇게 타고나는 치아가 있단다.
이빨은 오복의 근원이라고 한단다. 치아가 안 좋으면 잘 씹을 수 없으므로 위장이 자연히 안 좋아지기 마련이란다. 그런데 김 형은 이상하게 위장은 정상이라고 한다. 한 가지가 합격했다. 처음으로 정상인 부분이 몸에 등장했다.
아참 생략한 부분이 있다. 폐다. 이것은 말할 가치도 없어서 지나쳤나보다. 김 형이 태평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담배를 그렇게 태워대는데 어디 폐가 견뎌내겠습니까. 아마 시궁창 물처럼 시커멓게 썩고 있을 거예요. 고놈의 담배... 김 형은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포기를 한 듯 덤덤한 표정이다.
기관지는 말할 것도 없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연신 가래를 밷아 낸다. 코에서 넘어오는 것도 있겠지만 기관지에서 나오는 가래도 상당하다. 처음에 김 형을 만날 때는 마치 해소든 할아버지를 보는 듯 했었다. 지금은 그래도 가래가 많이 나아진 편이다.
그 또한 용한 명의를 만난 덕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아니란다.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렇다고 치자. 자신이 안 좋다면 안 좋은 것이니까. 그리고 좋아져 봐야 거기서 거기니까.
다음으로 장. 역시 안 좋다. 술을 그렇게 마셔대니, 아침마다 설사가 난다. 말은 안하지만 표정으로 보아 배에 가스가 차고 구룩구룩 대는가 보다. 예로부터 장이 안 좋으면 배를 따뜻하게 하라고 했는데, 김 형은 배를 차게 하고 자는 버릇이 있다. 그러니 이것도 빵점이다.
참 간은 말할 것도 없이 안 좋을 것이다. 안 팔리는 술. 나 혼자 다 마시겠다는 생각이니 좋으면 뭐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김 형을 벌거벗겨놓고 아래로 찾아 내려가던 중 김 형이 자신 있는 부위가 하나 나타났다. “와-!” 하고 김 형이 경탄의 소리를 지르다. 다가 좋은 곳을 또 하나 발견했다. 바로 항문이다. 치질은 없단다.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위 다음으로 괜찮은 부위를 하나 발견했다.
그리고 피부. 이것도 또 문제이다. 다리를 걷어보라고 하니, 온 다리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모기에 물리면 조금 가려운건 당연한 것인데 도무지 참을 줄을 모른다. 마주 않아서 몸의 성한 부분, 안 성한 부분을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마구 긁어댄다. 당연히 불합격이다. 다리뿐만 아니라 거의 온몸이 그렇다.
그리고 무좀이 있다. 그런데 김 형이 여기서 한 가지를 자꾸만 우긴다. 자신은 무좀이 한쪽 발에만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쪽 발은 정상이라는 것이다. 무좀이 있으면 있는 것이지 한쪽이 성하면 성한 것인가? 그래도 자신은 계속 우긴다. 한쪽 발은 정상이라고, 불쌍해서 봐 주기로 했다.
그래서 위, 항문, 한쪽 발. 이렇게 세 가지의 성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김 형은 자랑스럽게 말한다. “와! 세군데다. 세군데.” 자신이 우긴 덕분에 발이 포함되어서 한군데가 더 늘어난 것이 그렇게 대견한가보다. 그래서 내가 넌지시 가르쳐준다. “머리카락이 아직 성하잖아요.”
김 형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표정이 되살아난다. 희색이 만연한 얼굴이다. “그렇구나! 내 머리카락!” 그리곤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네 군데다 네 군데.”
그렇게 천진난만하고, 일견 건강에 무심한 듯한 김 형도, 건강에 대해 무지 신경을 쓴다. 남들이 하기 힘든 종합검진을 비싼 돈을 들여가며 일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받는다. 집안 어른 중에 당뇨로 돌아가신 분이 계시다는 거다. 담배로 줄이려고 조금은 노력을 하고, 술도...
사실 술을 줄이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도 워낙 마셔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선 확실히 줄었다고 가끔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 조금은 줄기는 줄었는가 보다.
그래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청춘은 사라져가고, 조금씩 조심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형에겐 남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리만큼 밝고 천진난만한 그 모습이 있다. 그래서 정신이상도 빼주기로 했다. 오히려 그것이야 말로 김 형의 모든 건강상의 단점을 덮어주고도 남는 장점일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진정한 김 형의 매력이자 건강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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