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짓것 그런 것이 무어 그리 대수냐. 인생의 본질과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다녔다. 그런 내가 가는 곳마다 다른 사람들은 입을 가리고 웃곤 했다. 그 웃음의 의미는 아마도 자신들의 문화에 이질적인 사람에 대한, 황당함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깟 비웃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 올라온 서울인가. 나는 그들의 환심과 인기를 얻기 위해 머나먼 타향을 찾아 온 것은 아니었다. 나의 목표는 단순하고 분명했다. 지방에선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것, 서울이 자신의 품속에 깊이 감추고 있는 그 모든 비밀을 훔쳐보고 싶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도시 서울의 심장부에 내 젊음이 다하는 때까지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모든 비밀과 막연한 신비로움이 더 이상 매력을 잃게 되었을 때 용감하게 나 자신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 안착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자리를 잡아야했다. 능력 있는 사회인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야 빠른 시간 내에 서울의 심장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처음 1년 동안 나는 걸어 다녀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엘리베이트를 타는 것보단 계단을 통해 날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나는 결심을 했다. 서울 생활에 빨리 적응하고, 내가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선 내 인생의 몇 년간을 나를 죽이고 살아가리라고. 그것이 내 인생의 첫 타협이었다. 오랜 세월 뻣뻣하게만 살아오던 나였었다. 그런데 일단 작심을 하면 나도 독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그날 조용히 생각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또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정말로 좋아해보자. 사실 동료들은 업무능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이 단지 지방의 문화적 관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깔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비본질적인 이유만으로 호기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일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야 세상 어딘들 별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 내가 진심으로 대하자. 그러면 그들도 나를 진심으로 대해줄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진심으로 대한단 말인가?
얼마간의 고심 끝에 나는 진심으로 그들을 좋아해 보기로 했다.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척하는 것은 벌써 눈빛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었다. 그래 한번 속는 셈치고 진심으로 그들을 좋아해 보자. 잘 모르긴 하지만 그들에게도 좋은 구석이 있을 것이다. 일단 좋아해보자. 그리고도 정말 싫은 생각이 들면 그땐 멀리하더라도.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내가 꿈꾸어온 모든 삶에 대해서, 내가 살아온 모든 여정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꿈꾸는 모든 희망에 대해서. 내가 촌스런 몸짓으로 사투리를 섞어서 토해내는 그 말들을 들으며 그들은 조용히 내 등을 두르려 주었다.
그래. 난 그들과 마음이 통했고, 이젠 더 이상 혼자서 떠돌아다니는 외톨이 촌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낯선 사람을 좋아하는 법을 배웠다.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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